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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시진핑이 다보스에 가는 까닭

보호무역주의 美 트럼프 대통령에 맞설 세계 자유무역 수호국 위상 강화 포석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시진핑이 다보스에 가는 까닭

시진핑이 다보스에 가는 까닭

스위스 다보스 전경. [출처 · 세계경제포럼 웹사이트]

국제사회의 이목이 1월 17~20일 열릴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쏠리고 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에선 2009년 원자바오 총리, 2015년 리커창 총리가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적이 있다.

독일 출신인 클라우스 슈바프 제네바대 교수가 1971년 설립한 비영리 재단인 WEF의 연차총회를 다보스포럼이라 부르는 것은 매년 1월 스위스의 자그마한 휴양지 다보스에서 개최되기 때문이다. 다보스포럼에는 주요 국가의 대통령과 총리를 비롯해 정치, 경제, 언론, 학계 지도자와 엘리트 3000여 명이 모여 국제사회의 주요 현안을 논의한다. 특히 1000여 명에 달하는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참석하기 때문에 다보스포럼을 ‘경제올림픽’이라 부르기도 한다.



美·獨·佛·日 국가원수 불참

중국 정부는 그동안 다보스포럼에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지난해 제46차 포럼만 해도 국제무대에 별로 알려지지 않은 리위안차오 국가부주석과 팡싱하이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부주석이 참석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4월 자국이 주도해 개최하는 ‘보아오(博鰲)포럼’에 상당히 신경 써왔다. ‘중국판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은 아시아 국가 간 경제협력 및 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WB)과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맞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설립한 것처럼, 미국과 유럽 국가 중심의 다보스포럼보다는 보아오포럼을 중시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시 주석의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다보스포럼에는 공교롭게도 미국은 물론, 유럽 주요 국가 정상이 대부분 불참하기 때문에 시 주석의 존재감이 그 어느 때보다 돋보일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퇴임할 예정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일찌감치 불참을 통보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해 말 발생한 베를린 트럭 테러에 따른 치안 대책 마련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는다. 재선 불출마를 선언한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테러 대책 등 국내 사정을 들어 불참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참석하지 않는 대신 장관급 각료 6명을 보낼 예정이다. 이번 다보스포럼은 시 주석의 독무대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유럽연합(EU)의 영향력 감소 등 국제 정세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가운데 ‘글로벌 리더’로서 중국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반세계화와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는 상황에서 제2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경제 질서를 지키는 중심축 구실을 하겠다는 뜻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 타임스(FT)’도 시 주석이 ‘중국=자유무역 수호국’ 이미지를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보호무역주의 반대를 천명하며 중국이 글로벌 자유무역협정의 수호자 구실을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행은 보호무역론자인 트럼프 당선인의 1월 20일 취임에 대한 맞불 성격이 강하다. 케리 브라운 영국 킹스칼리지 교수는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트럼프 차기 정부의 보호무역주의로 글로벌 무대에서 예상되는 미국의 잠재적 권력 공백을 중국이 대신 채우려는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저우홍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도 “시 주석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대한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제시하면서 글로벌 리더의 면모를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트럼프가 대통령 취임식에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를 선언하는 것을 계기로 시 주석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TPP가 폐기될 경우 무게중심은 RCEP로 옮겨갈 것이 분명하다. 이미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은 RCEP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RCEP 체결을 위한 협상에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 아세안 10개국 등 모두 16개국이 참가하고 있다. 16개국의 인구는 35억 명으로 전 세계의 50%, 국내총생산(GDP)은 22조4000억 달러(약 2경6750조 원)로 전 세계의 30.6%를 차지한다. 교역은 9조6000억 달러(약 1경1466조 원)로 전 세계의 28.9%나 된다. RCEP는 TPP가 폐기될 경우 세계 최대 경제블록이 될 수 있다. 장젠핑 중국 상무부 학술위원회 부주임은 “RCEP가 앞으로 세계경제와 무역에서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TPP 탈퇴 맞서 RCEP 강력 추진

시진핑이 다보스에 가는 까닭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7년 신년사에서 경제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CCTV]

시 주석은 이와 함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의 실크로드) 프로젝트’도 적극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에서부터 아시아, 북아프리카, 중동, 유럽까지 교통·에너지·물류 방면에서 방대한 인프라 투자로 경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이 프로젝트는 64개국, 인구 44억 명, 세계경제의 40%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유도하고자 관련 국을 모아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시 주석은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중국만의 독주곡이 아닌 각국이 함께 하는 합창곡”이라면서 “세계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시 주석은 이번 다보스포럼 참석이 국내 정치적으로 1인 지배체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국가 정상이 불참한 다보스포럼에서 시 주석은 국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밖에 없고, 일거수일투족이 대서특필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시 주석은 이런 점을 이용해 자신의 체제에 불만을 품는 반대세력과 국민의 여론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다. 시 주석 처지에선 11월 예정된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최고지도자의 강력한 위상을 국내에 대대적으로 선전할 필요가 있는데, 다보스포럼은 이런 점에서 안성맞춤이다. 시 주석은 현재 중국 정치 최고결정기구인 정치국 상무위원회를 무력화하기 위해 공산당의 총서기제 대신 주석제 도입을 추진할 개연성도 있다. 당 주석 직은 마오쩌둥의 1인 독재를 막고자 덩샤오핑이 1982년 제12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때 폐지한 제도로, 이후 중국은 상무위원 7명의 집단토론을 통해 국가의 주요 방향을 결정해왔다. 시 주석은 이미 ‘핵심’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1인 지배체제를 공고히 해왔다. 시 주석의 다보스포럼 참석은 위안화 약세와 자본 유출, GDP 성장률 둔화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 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안감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이번 ‘화려한 외출’이 시 주석이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할 수 있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2017.01.18 1072호 (p66~67)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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