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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중국과 ‘맞짱’ 뜰 경제·군사대국 ‘인디아’

영국 제치고 경제규모 세계 6위로… 최근 베이징 타격 가능한 ICBM 발사 성공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cool@kyeongin.com

중국과 ‘맞짱’ 뜰 경제·군사대국 ‘인디아’

중국과 ‘맞짱’ 뜰  경제·군사대국 ‘인디아’

인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아그니-5를 시험발사하인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아그니-5를 시험발사하고 있다. [출처  ·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 웹사이트]

영국 의사당인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의회광장에는 인도의 독립운동을 주도한 마하트마 간디(1869~1948)의 동상이 있다. 간디는 영국 식민지배에 맞서 비폭력 저항운동으로 독립을 이끈 인도 건국의 아버지다. 영국 정부는 2015년 3월 14일 인도를 식민지배한 것에 대한 사죄의 뜻으로 이 동상을 세웠다. 동상은 간디가 런던 유학 시절 변호사 자격증을 따고 1915년 인도로 영구 귀국해 독립운동을 시작한 지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의회광장의 다른 한편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인도 독립을 막은 윈스턴 처칠(1874~1965) 전 영국 총리의 동상이 서 있다. 처칠은 간디를 가리켜 “수도자인 척 행세하는 선동꾼”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심지어 처칠은 단식투쟁을 하던 간디를 향해 “굶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악담을 퍼붓기도 했다. 생전에 치열하게 맞선 두 사람의 동상 거리는 몇십 미터밖에 되지 않는다. 영국은 1877년부터 1947년까지 인도를 공식적으로 식민지배했다. 당시 영국 왕은 인도 황제를 겸임했고, 총독을 보내 통치했다. 영국은 이에 앞서 인도를 통치해온 무굴제국을 1858년 멸망시키고 동인도회사를 앞세워 1876년까지 사실상 인도를 자국 땅으로 만들었다. 영국이 대영제국이 된 것은 인도라는 거대한 식민지에서 착취한 자원과 노동력 덕이라는 분석도 있다. 처칠 전 총리가 인도 독립을 끝까지 막으려 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독립 70년 만의 쾌거

인도가 식민종주국인 영국을 밀어내고 세계 경제규모 6위 자리에 올랐다. 인도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 말 기준 2조3000억 달러(약 2767조 원)로 2조2900억 달러를 기록한 영국을 추월했다. 인도가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계 6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것이다. 인도는 2020년에야 영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여파로 파운드화 가치가 20% 하락하면서 당초보다 4년 빨리 영국 넘어섰다. 인도가 영국 식민지가 된 지 140년 만의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시기로 따져도 70년 만의 일이다. 게다가 인도는 2020년까지 연평균 6~8%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갈 것이 분명하지만 영국 경제성장률은 1~2%에 머물 것으로 보여 양국 간 격차는 앞으로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인도는 1991년 사회주의 경제체제에서 시장경제로 개혁을 단행한 뒤 25년간 성장을 거듭해왔다. 물론 인도의 인당 GDP는 아직 영국에 비해 미미한 편이다. 그럼에도 전체 경제규모 면에서 인도가 영국을 제치고 세계 6위에 오른 것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 분명하다. 특히 인도는 앞으로 영국 식민지배 잔재를 극복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인도는 신흥경제대국인 브라질·러시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회원국 가운데 가장 좋은 경제 성적을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도 경제가 다른 브릭스 회원국보다 잘나가고 있는 이유가 2014년 5월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그동안 추진해온 경제정책인 ‘모디노믹스(Modinomics)’ 덕이라고 평가한다. 모디노믹스는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고 경제정책을 친(親)기업 시장경제 위주로 추진하는 것을 말한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외국인 투자를 통한 인프라 확충과 제조업 육성,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다. 특히 모디 총리는 인도를 제조업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이른바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제조업 활성화) 정책을 모디노믹스의 간판으로 내세웠다. 2022년까지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을 현재 15%에서 25%로 늘려 총 1억 개의 일자리를 새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 정부는 좀 더 효과적으로 제조업을 육성하고자 2개 지역을 연결해 산업지대를 개발하는 산업회랑(Industrial Corridors)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가 델리-뭄바이 산업회랑이다. 이 프로젝트는 900억 달러(약 108조5400억 원)를 들여 델리~뭄바이 1500km 구간을 따라 16개 산업·물류단지를 만들어 ‘글로벌 제조 및 무역 허브’로 육성하려는 사업이다.





화폐개혁으로 부패척결 추진

중국과 ‘맞짱’ 뜰  경제·군사대국 ‘인디아’

인도 노동자들이 한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왼쪽) [출처 · 인디언익스프레스]. 인도 정부가 ‘메이크 인 인디아(제조업 활성화)’ 정책 추진을 선포하고 있다. [출처 · 나렌드라 모디 웹사이트]

모디 총리는 이를 위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손을 잡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모디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뭄바이~ 아마다바드의 505km 구간에 고속철도 신칸센의 건설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 고속철도는 2018년 착공돼 2023년 개통될 예정인데, 일본은 총 사업비 1조8000억 엔(약 19조3392억 원) 중 최대 81%를 차관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인도의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자 10년간 3만 명의 기술인재를 육성하고,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기업들이 인도 각지에 직업훈련소를 설립할 수 있게 했다. 일본 기업은 최근 들어 앞다퉈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인도에 진출한 일본 기업은 1229곳으로 지난 7년간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역과 지역도 다양해져 일본 기업이 없는 인도 내 거점도시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특히 중국에 진출했던 일본 기업이 대거 인도로 공장 등을 옮기고 있다.

모디 총리는 지난해 11월 인도 경제의 고질병인 부정부패를 척결하고자 화폐개혁도  단행했다. 화폐개혁의 내용은 전체 화폐 유통 물량의 86%를 차지하는 구권 500루피(약 8840원)와 1000루피를 폐지하고 신권 500루피와 2000루피를 발행하는 것이다. 화폐개혁의 목적은 부패 온상이자 GDP의 20~30% 수준으로 추정되는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것이다.

화폐개혁의 여파로 인도 경제는 단기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새롭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개연성이 높다. 타이무르 베이그 독일 도이체방크 아시아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인도의 화폐개혁 충격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면서 “3~4월에 혼란이 가라앉고 나면 경제활동이나 GDP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금까지 사용이 중단된 구권 15조4000억 루피(약 272조2700억 원) 가운데 90%가 넘는 14조 루피 이상이 은행으로 회수됐다. 모디 총리는 신년사에서 “화폐개혁은 탈세와 부패를 청산하기 위한 역사적 정화 의식”이라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는 차명자산 조사 강화 등 화폐개혁 이후 검은돈 근절을 위한 후속 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인도는 군사대국으로도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중국 베이징까지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인도 국방연구개발기구(DRDO)는 지난해 12월 26일 동부 오디샤 주 압둘 칼람 섬에서 자체 개발한 아그니-5 미사일을 이동발사대를 이용해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길이 17m, 무게 50t인 아그니-5는 사거리 5000km에 1t 이상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중국 수도 베이징 등 북부지역과 아시아 대부분, 아프리카, 유럽 일부까지 타격할 수 있다. 특히 아그니-5는 다탄두핵미사일(MIRV)이라 요격하기 어렵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에 이어 6번째 ICBM 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모디 총리는 “국민과 함께 아그니-5의 시험발사 성공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실전배치된 아그니-4는 사거리 4000km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군사력·외교력 강화 노력

중국과 ‘맞짱’ 뜰  경제·군사대국 ‘인디아’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출처 · 나렌드라 모디 웹사이트]

인도가 아그니-5를 실전배치하면 국경 문제로 1962년 전쟁을 벌인 중국에 핵 보복을 할 수 있는 전략적 카드를 보유하게 된다. 인도는 1974년과 98년 핵실험에 성공하면서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이 됐으며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을 꾸준히 개발해왔다. 인도는 아그니-5에 이어 지상뿐 아니라 잠수함에서도 발사가 가능한 사거리 8000∼1만km인 아그니-6도 개발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동북부 아루나찰프라데시 주에 초음속 크루즈미사일 브라모스(Brahmos) 100기를 실전배치했다. 이 미사일은 사거리 290km에 순항속도가 마하 2.8로, 현존하는 크루즈미사일 가운데 가장 빠르고 파괴력도 강력하다. 인도는 또 군사력을 강화하고자 각국으로부터 각종 무기도 대거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러시아의 최신예 방공미사일 시스템 S-400을 50억 달러(약 6조320억 원)를 들여 구매하기로 한 것이다. 최대 사거리 400km인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은 탄도미사일 등 각종 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을 요격할 수 있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S-400을 수입한 두 번째 나라가 됐다. 인도는 또 프랑스의 차세대 다목적용 전투기인 라팔 36대를 79억 유로(약 9조9140억 원)에 구매하기로 했으며, 일본과는 최신예 수색 및 구조 비행정 US-2 12대를 16억 달러(약 1조9300억 원)에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인도는 외교도 확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1월 26일 ‘공화국의 날’ 행사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왕세자를 주빈으로 초청했다. 헌법이 발효된 1950년 1월 26일을 기리는 공화국의 날은 인도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념일로 통상 외국 정상을 주빈으로 초청한다. 인도가 UAE 왕세자를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전체로 봐도 2006년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을 초청한 이후 11년 만이다. UAE 왕세자를 초청한 의도는 앞으로 경제는 물론, 안보 분야에서도 중동지역과 관계 강화에 나서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가 갈수록 강대국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주간동아 2017.01.11 1071호 (p62~64)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coo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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