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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백기사 푸틴 포퓰리즘 정당의 영웅

유럽 극우·극좌 정당 지도자들 극찬… 동유럽국가, 속속 친러 노선 복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백기사 푸틴 포퓰리즘 정당의 영웅

백기사 푸틴 포퓰리즘 정당의 영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 크렘린궁 사이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진정한 민족주의자이자 강한 지도자다. 국가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존경한다.”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캠페인을 주도한 영국 극우정당 영국독립당(UKIP)의 다이앤 제임스 전 대표가 자신의 ‘롤모델’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꼽으면서 한 발언 내용이다. 제임스 전 대표는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를 최우선에 놓는다. 우크라이나에 거주하는 러시아인들이 위험에 처했다고 보고 정부를 바꾸도록 함으로써 EU에 방법을 제시했다”며 자신의 정치적 영웅이라고 극찬했다. 제임스 전 대표는 2016년 9월 나이절 패라지 전 대표에 이어 여성으로선 처음으로 UKIP 대표로 선출됐다 18일 만에 사퇴했다. 패라지 전 대표는 “국제사회의 현존 지도자 가운데 인간적인 면모를 제외하고 푸틴을 가장 존경한다”고 밝혔다.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리 르펜 대표도 “러시아의 국익과 러시아인을 우선시해온 푸틴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유럽 각국을 통치하고 있는 중도 좌파와 우파 정당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병합한 푸틴을 강력하게 비판하지만, 극좌와 극우 등 포퓰리즘 정당들은 오히려 푸틴을 지지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들이 푸틴을 좋아하는 까닭

심지어 푸틴이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의 ‘백기사’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 주류 정치세력에 맞서온 포퓰리스트들이 푸틴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슬람에 대항해 백인 민족주의와 기독교 문명을 수호하는 지도자로 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실제로 푸틴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지만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고자 시리아에 대규모 병력을 투입하는가 하면, 자국에서도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을 적극 소탕했다. 또 무슬림 난민의 입국을 차단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확산도 적극 지원해왔다. 특히 푸틴은 러시아 국익을 위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유럽 포퓰리스트들은 국익을 강력하게 주장하는 푸틴의 모습에 높은 점수를 준다. 또 동성결혼 반대 등 전통 가치를 중시하는 푸틴에게서 일종의 순수함까지 느끼고 있다.

유럽정치 전문가인 사이먼 힉스 영국 런던정경대 교수는 “극우와 극좌 진영은 푸틴이 유럽 정치권 주류 세력을 자극하고 있다는 사실에 기뻐한다”면서 “포퓰리스트들은 푸틴에게 말로는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면서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 기득권층 엘리트의 위선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은 나라별로 성향이 다르지만, EU의 영향력 약화를 주장하며 푸틴처럼 민족주의적이면서 권위적인 노선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어떻게 보면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은 푸틴을 자신들이 추진할 대안 모델로 삼고 있는 셈이다.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은 푸틴 대통령과 연대를 대놓고 자랑한다. 유럽 각국에는 이런 정당이 11개나 된다. 그리스 시리자와 스페인 포데모스 같은 극좌정당은 물론이고 프랑스 국민전선, 독일 ‘독일을 위한 대안’(AfD·대안당), 네덜란드 자유당, 오스트리아 자유당, 벨기에 플랑드르이익당, 이탈리아 북부동맹, 헝가리 요비크당 등 극우정당이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과 푸틴의 연대에 은밀한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점이다. 푸틴은 자신을 지지하는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에 상당한 정치자금을 제공해온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국민전선은 2014년 9월 푸틴의 측근이자 러시아 재벌인 로만 포포프가 소유한 ‘퍼스트 체코·러시아 은행(FCRB)’으로부터 900만 유로(약 111억8300만 원)를 대출받았다. 이 은행이 크렘린궁의 승인 없이 프랑스 정당에 거액을 대출해주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르펜 대표는 “서방 은행들이 대출을 거부했기 때문에 러시아로부터 돈을 빌렸다”면서 “국민전선의 외교정책이 이에 영향받을 것이라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발상”이라고 밝혔다. 독일 대안당도 210만 유로(약 26억916만 원)어치의 금을 판매해 정치자금을 마련했는데 러시아가 금을 공급했을 것이란 설이 나돌기도 했다. 야니스 사르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략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은 “러시아가 극좌든 극우든 가리지 않고 자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념? 러시아의 영향력 확대!

백기사 푸틴 포퓰리즘 정당의 영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베리아에서 웃통을 벗은 채 말을 타고 있다. [사진 출처 · 크렘린궁 사이트]

푸틴이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는 것은 이들이 내세우는 이념이나 가치관에 동조하기 때문은 아니다. 푸틴의 속셈은 중·장기적으로 유럽과 나토를 분열하고 러시아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EU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를 해제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미셸 오렌스타인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푸틴이 유럽 포퓰리즘 정당들을 돕는 건 이념과는 관계가 없다”면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유럽 각국 정당이 권력을 장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럽에선 푸틴이 유럽 각국에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할 수 있도록 총선 등에 은밀하게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영국의 해외정보 전담 정보기관 MI6의 알렉스 영거 국장은 “영국은 물론, 유럽 각국의 민주주의가 적대적 국가의 사이버 공격과 선전·선동, 민주적 프로세스 전복 등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서 적대적 국가는 러시아를 지칭한다. 러시아가 미국 대통령선거(대선)에 개입해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푸틴이 2017년 프랑스 대선과 독일 총선에 개입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르펜 대표는 자신이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하면 EU를 탈퇴하겠다고 공공연하게 밝히며 러시아와 관계 개선도 추진하겠다고 강조해왔다. 총리직 4선 연임에 도전하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급부상하는 극우정당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독일 정치권력 지형이 바뀐다면 러시아 처지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푸틴과 메르켈은 그간 경제제재 등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2017년 3월 총선을 치르는 네덜란드나 조기 총선 가능성이 높은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집권할 경우 푸틴에게는 호재가 될 것이다.

게다가 동유럽국가가 줄줄이 러시아로 복귀하고 있다. 옛 소련 붕괴 이후 EU와 나토의 동진과 함께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 동유럽에서 친러시아 정당들이 대선과 총선을 통해 정권을 차지하고 있다. 불가리아는 2016년 11월 13일 대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인 사회당의 지지를 받은 무소속 루멘 라데프 후보가 친서방 성향인 집권 여당 유럽발전시민당의 체츠카 차체바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다. 라데프는 “크렘린궁과 관계를 바로잡고, EU와 긴밀히 협의해 대러시아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실시된 몰도바 대선에서도 친러시아 노선으로 복귀를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당의 이고르 도돈 후보가 친EU 노선의 행동과 연대당의 마이야 산두 후보를 물리치고 당선했다. 도돈은 “러시아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전면 복원하고 국민투표를 통해 EU와 체결한 협력협정을 무효화하겠다”고 주장해왔다. 루마니아에서는 2016년 12월 11일 총선에서 친러시아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승리했다. 아무튼 동유럽 정치지형 변화와 함께 서유럽에서도 포퓰리즘 정당들이 득세할 경우 자칫하면 푸틴이 유럽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 






주간동아 2017.01.04 1070호 (p68~70)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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