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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국노총 이용득 위원장

“정부 과도한 간섭,新노사 관계 걸림돌”

“노조도 투쟁보다 일자리 창출 등 사회적 책임 다해야˝

“정부 과도한 간섭,新노사 관계 걸림돌”

“정부 과도한 간섭,新노사 관계 걸림돌”

。1983년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1986년 상업은행 노조위원장
。1990년 전국금융노조연맹 상임부위원장
。1996년 한국노총 교육국장
。2001년 금융구조조정반대 파업으로 1년 복역
。2002년 한국노총 개혁특위 공동위원장
。2004년~현재 전국금융산업노조 위원장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중앙노동위원회 심판위원
。2006년~현재 국민경제자문회의 민간위원

노동운동을 일신의 영달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6월20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 포럼의 ‘한국의 노사관계 발전방향’ 초청강연 중)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노동운동만 눈과 귀를 가리고 ‘마이웨이(my way)’를 할 수는 없다. 내가 총대를 멨다.”(6월28일, 미국 뉴욕에서의 한국투자환경설명회 중)

한국 노동운동 현실에 대한 잇딴 쓴소리로 세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용득(53) 한국노총 위원장. 그에게선 더 이상 과거 은행 총파업 주역으로서의 ‘투사’ 흔적을 더듬어보기 힘들다. 4월엔 외자 유치를 위해 한국노총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간 협약도 성사시켰다. 종전의 노동계에선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소신 발언’과 ‘파격 행보’로 인기 상한가를 기록 중인 그를 7월5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집무실에서 만났다.

-최근 ‘튀는’ 발언들을 쏟아낸 특별한 계기가 있나.

“시대상황이 변했다. 1980년대 말 등장한 강경 성향의 노동운동 기조, 이른바 ‘전투적 조합주의’는 정치적 민주화라는 목표를 달성키 위한 한 방편이었다. 노동조합이라는 합법적 투쟁공간을 만들기 위한 그 싸움의 최전선에 노동자와 학생이 있었다. 노-학 연대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노조가 순수한 노동운동을 도모해야 하는 때다. 노조가 과거 우리 사회의 ‘아웃사이더’로 ‘요구’에 주력한 존재였다면, 이젠 사회의 핵심 주체 중 하나로서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견해를 지난해부터 피력해왔는데 최근 유난히 부각된 듯하다.”



-노조만 ‘환골탈태’한다고 대립적 노사관계가 쉽게 상생 구도로 바뀌겠나?

“노조뿐 아니라 사용자, 정부 3주체 모두 변해야 한다. 정부는 일방적으로 노동정책을 주도해나가는데, 노사관계 부문은 노사에 맡기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 노조를 백안시하는 전근대적 사고에 젖은 일부 사용자들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 공히 열린 마음을 갖는 게 중요하다.”

-6월27일부터 7월1일까지 미국 뉴욕과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한국투자환경설명회엔 왜 참석했나?

“외자 유치의 가장 큰 걸림돌이 국내 노사관계의 악화다. 투자를 꺼리는 외국 기업에게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직접 현지에서 설명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서 나섰다. 한국 노동운동 내에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이 존재하고 그중 일부는 여전히 전투적 조합주의에 집착하지만, 이는 전체 사업장의 1%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알리려 했다. 한 마디로 ‘한국 노사관계는 언론에 비쳐지는 것만큼 심각하지 않다. 의심스러우면 이미 투자하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물어보라’고 누차 강조했다.”

-외자 유치가 반드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고 보는가? 외환위기 이후 적지 않은 외국자본이 한국에 들어왔지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노동자들은 되레 일자리를 잃었다.

“한국 기업을 인수합병(M·A)한 뒤 매각해 단기차익을 얻는 론스타, 뉴브릿지, 칼라일 같은 투기자본과 건전한 투자자본은 분명히 구별하고 싶다. 자본주가 명확하지 않고, 고유한 사업분야도 갖지 못한 그런 자본들이 볼보나 지엠, 필립스, 씨티뱅크 등과 같은가?”

-이 위원장은 정부가 노사관계에 과도하게 간섭한다고 여기는 듯하다. 대안은 있나?

“노조가 사회의 한 주체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외자 유치, 대내적으로는 노사 중심의 노사관계를 만드는 틀의 마련이다. 후자가 바로 4월부터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추진 중인 ‘노사발전재단’(가칭)이다. 이 재단의 설립 취지는 간단명료하다. 작금의 노동시장이 과거에 비해 엄청나게 커져 정부 주도의 노동정책만으로는 노사관계를 컨트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선진 유럽국가들처럼 노사관계는 노사 간, 즉 민간 차원에서 풀어나가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있나?

“연간 운영비 100억원을 포함, 총 2000억원의 경비가 필요한데, 그중 일부를 정부에 요청할 생각이다. 정부 지원의 당위성은 있다. 고용안정기금같이 세금이 아니라 노사가 부담하는 재원에서 일부만 지원해주면 된다. 노사관계는 노사 자율에 맡기고 정부는 지원과 서비스만 해주면 된다. 그게 선진 외국의 노동정책 방식이다.”

-현 시기 한국 노동운동의 큰 병폐는 무엇이라고 보나?

“기업별 노조 형태다. 기업별 노조는 궁극적으로 ‘자기 사업장 이기주의’로 갈 수밖에 없다. 원청 업체가 하청 단가를 낮춰 그 차액을 자기네 임금 인상분으로 돌리는 것이 한 예다. 산별 노조로 전환해야 한다. 7월3일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이 산별 노조 전환을 결정했는데, 환영한다. 한국노총도 연말을 목표로 산별 노조 전환을 해나갈 것이다.”

- “노사관계가 적대적이어야 한다는 일부 노동계의 고정관념이 시대 변화에 맞는 노사관계 정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 적이 있다. 일부 노동계는 누구를 지칭하나?

“양대 노총에 다 해당되는 얘기다. 재벌 회장이 감옥에 가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적대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이는 우리의 노동교육이 제대로 되어 있지 못한 탓이다.”

- ‘일부 노동계’는 결국 양대 노총 내 일부 단위노조들을 말하는 것 같다.

“…그렇다.”

-6월26일,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설립 후 19년째 파업에 돌입했는데….

“한국노총 산하 조직이 아니어서 잘 모르겠다. 다만 그 사업장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지 않겠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생각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다수 국가에서 사회적 관습에 의해 노조활동이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는 법으로 일일이 규제한다. 전임자 임금 문제는 노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

그는 인터뷰 도중 몇 번이나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을 직설적으로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김 전 장관은 엘리트주의에 빠져 있는 사람이어서 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웠다”는 것. 그러나 이상수 현 장관과는 “대화가 어느 정도 되고 지금까지 관계도 괜찮다”고 했다.

-민주노동당이 이 위원장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인식이 기득권층과 같고, 사용자의 생각을 노동자 대표가 대신 말하고 있다”고 비난했는데….

“기득권층이라고 해서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서로 이해를 같이할 수도 있지 않나? 기득권층이 한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4강, 8강 오르길 기대한다고 해서 노동자들이 그것마저 반대해야 하나? 비판은 좋지만 획일적이고 무조건적인 반대엔 반대한다.”

-민노당에 대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강령과 선언 다 좋은데, 편향적이고 편협한 활동은 삼갔으면 한다. 노동자, 서민의 정당을 표방했으면 전체 노동자를 대변해야 한다. 한국노총 울산지역본부가 선거 때면 항상 민노당을 지지했는데, 이번 5·31 지방선거에선 한나라당으로 기울었다. 울산지역본부가 지자체로부터 지원받아 세운 근로자복지센터가 있는데, 민노당 측이 출입조차 막았기 때문이다. 결과는 민노당의 패배였다.”

-쌍용자동차 노조가 ‘급식 비리’로 또 한번 국민을 실망시켰다.

“어느 시대, 어느 분야에도 부정부패는 있다. 성직자 사회에도 있지 않나. 그럼에도 노조 비리가 크게 부각되는 건 노조만은 투명해야 한다는 조합원들의 바람 때문일 것이다. 정말 조심들 해야 한다.”

-노조의 기존 활동이 투쟁에 무게중심을 뒀다면, 향후 노동운동이 나아갈 길은?

“교육, 조사 연구, 직업 재훈련, 양질의 일자리 창출 등을 노사 공동사업으로 이뤄내야 한다. 나는 그것을 노사발전재단의 틀 안에서 찾아나가려 한다. 그래야만 노조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좋아지고, 결과적으로 노조 조직률도 높아진다. 현재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은 10.4%다. 세계에서 가장 낮다.”

-서울지하철, 서울도시철도공사, 철도노조 등을 묶는 제3노총(가칭 공공노총)의 설립 움직임이 있다.

“내년 1월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노동계의 분화가 일정 기간 가속화된다. 제3노총, 제4노총이 등장하고, 성향이 비슷한 노조 간 이합집산과 대통합이 이뤄진다. 말하자면 노동운동 내에 무한경쟁 시대가 도래하는 것이다. 노조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주간동아 2006.07.18 544호 (p14~15)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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