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2016.11.30

특집 | 박근혜 교육독재의 회상

특검 ‘대학 내 비정상’도 수사하라

재정 지원과 총장 임용을 수단 삼아 대학 장악한 박근혜 정부

  •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 chlim1@mail.knou.ac.kr

    입력2016-11-29 13:4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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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몇 년 동안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돼왔다. 18대 대통령선거(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대학정책으로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신설을 꼽은 설문조사 결과도 있었다. 19대 대선까지 아직 1년 넘는 시간이 남았지만, 이러한 주장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은 9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폐지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7월 22일자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주장이 제기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핵심에 ‘국민 참여와 사회적 합의에 기초한 교육정책 수립’이 놓여 있다. 교육 전문가나 국민이 볼 때 교육부 정책이 일방통행으로 진행되고, 심지어 헌법이나 법령을 준수하지 않은 사례도 빈발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 구성원은 그 실태와 폐해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제는 정치권과 일반 국민도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렇듯 교육부의 입지가 흔들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육부 정책들을 보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된 이화여대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의 설립 중단이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돈에 흔들리는 대학 자율성

    이 사업이 중단된 표면상 이유는 학내 구성원의 반대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교육부의 무리한 정책 밀어붙이기가 주된 원인이다. 교육부는 ‘2017학년도부터 10개 대학 평생교육 단과대학 운영’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자, 최종 사업자 선정 이후 추가 공고 및 선정을 통해 두 달 만에 이를 달성했다. 이러한 졸속 처리로 이화여대는 해당 사업의 평가지표인 ‘구성원의 합의와 동의’를 이행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평단사업뿐 아니라 박근혜 정부 들어 시행된 대학 지원 사업 대부분이 졸속 추진됐다.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발간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 현황과 개선방안’ 자료에 따르면 대학특성화(CK) 사업과 산업연계교육 활성화 선도대학(PRIME·프라임) 사업 등 7개 신규 지원 사업 모두 준비에 주어진 시간이 길어야 3개월에 불과했다. 그런데 이들 사업은 정원 감축이나 이동을 요건으로 삼고 있어 구성원 합의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따라서 대학 내부의 갈등과 파열이 커질수록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 구성원에게 전가됐다.

    이상한 대학 지원 사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다. 지금도 한국방송통신대(방송대), 공주대, 전주교대, 광주교대 등 4개 대학 총장이 선출되지 않았다. 공주대와 방송대는 2년 이상 총장 부재 상태다. 법령에 의하면 국립대 총장은 대학 구성원이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교육부 장관의 임용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그런데 교육부가 총장 임용 후보자에 대해 임용 제청을 거부해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교육부가 임용 제청의 거부 사유를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교육부는 거부 사유를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로 법정에 서고 또 패소했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물론 교육부의 독자 결정으로 이러한 상황이 초래됐다고 보는 사람은 없다. 황우여 전 교육부 장관은 2014년 10월 교육부 국정감사에서 “임용 제청 거부 사유를 당사자에게 통보하겠다”고 했으나 어찌된 영문인지 이 또한 집행되지 않았다. 심지어 2015년 1월 김현규 공주대 총장 1순위 후보자가 고등법원에서 승소하자 패소한 교육부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총장 공석 사태를 연장시킨 것이다.

    대학에 총장이 없는 것은 국가에 대통령이 없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의 전부가 아니다. 상당수 국립대 총장에 대학이 추천한 1순위 후보자가 아닌 2순위 후보자가 임명됐다. 순천대, 충남대, 경상대, 한국해양대, 경북대 등이 그렇다. 특히 경북대에서는 말 그대로 이해가 안 되는 총장 임명이 이뤄졌다. 경북대는 2014년 12월 대학이 추천한 1, 2순위 총장 후보자 모두 임용 제청에서 배제돼 26개월째 공석 상태였다. 그러다 올해 6월 경북대와 교육부 간 합의로 2년 전 뽑은 후보 2명을 재추천했다. 그런데 정부는 1순위자가 아닌 2순위자를 총장으로 임명했다.

    최근에는 박근혜 정부에서 의문이 제기된 수많은 사건이 최순실 씨의 국정농단 사태와 연결하면 이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도 그러한 것인지 예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언론에서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커지면서 정권 비선 실세가 국·공립대 총장 임명에도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경북대 총장 1순위 후보자인 김사열 교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우병우 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이 자신의 임명을 강력하게 반대했다고 밝혔다.



    장기화한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

    11월 17일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최순실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동법 제2조는 ‘정부부처·공공기관 및 공기업·사기업의 인사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개입하는 등 일련의 관련 의혹사건’도 특검 수사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당연히 미궁에 빠진 국립대 총장 공석 사태도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총장 선출과 임명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국립대는 거의 없다. 한국체대처럼 2015년 2월 총장이 임명되기까지 2년에 가까운 공석을 경험한 사례도 있다. 경북대는 현재 학생들의 총장 재신임 요구로 내홍을 겪고 있다. 고등교육의 과잉공급과 정원 감축으로 위기에 처한 대학들이 정부의 이유 없는 총장 임명 거부로 또 다른 위기에 봉착해 있다.

    나아가 교육부의 대학 지원 사업에 대한 특검 수사도 필요하다. 이화여대 입학부정은 교육부가 최순실 씨 딸 정유라 씨의 입학 취소를 요구함으로써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입학부정이 자행된 동기나 외적 압력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다. 또한 이화여대가 대학 지원 사업을 ‘싹쓸이’한 배경과 관련한 의혹도 규명되지 않았다. 이 부분도 최순실특검법의 수사 대상으로 규정돼 있는 만큼 규명이 필요하다.

    특검뿐 아니라 국회의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정조사특위)도 11월 21일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러한 문제는 국정조사특위에서도 다뤄야 할 것이다.

    고등교육은 지식의 생산과 보급을 통해 경제 및 사회의 지식화를 추동한다. 또 지식 기반 사회의 원동력이 된다. 이러한 고등교육을 담당하는 대학 역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영역의 발전을 추진하는 공적 기관이다. 이런 맥락에서 대학과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강조되는 것이다. 2006년 유럽평의회 의회가 채택한 ‘학문 자유와 대학 자치에 관한 권고’ 가운데 다음 내용을 국가가 명심할 필요가 있다. ‘학문 자유와 대학 자치에 대한 침해는 언제나 지적 붕괴를 야기했고, 결과적으로 사회, 경제적 침체로 연결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은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지난 4년간 비정상이 일상화됐다. 이제 우리의 일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국가권력이 정상화되면 대학도 정상화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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