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5

2016.11.30

특집 | 박근혜 교육독재의 회상

비리 몸통 교육부를 감사하라!

이화여대 사태 꼬리 자르기 식 졸속 감사…최순실 ‘보은성 재정지원’ 의심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입력2016-11-29 1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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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부정입학’ 의혹 등과 관련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로 정씨의 부정입학과 학사 편의는 더는 의혹이 아닌 사실임이 밝혀졌다. 하지만 교육부의 발표 이후 정치권과 교육계에서는 오히려 ‘교육부를 감사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최씨-정씨와 관련한 의혹을 모두 확인하겠다던 교육부가 이화여대 부정입학 및 학점 관련 특혜만 밝혀냈을 뿐 정작 중요한 ‘몸통’에는 손도 대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교육부 특별감사부가 밝힌 내용에 따르면 이화여대는 정씨가 대입을 치른 2015년부터 체육 특기생 전형에 승마 종목을 포함시켰고, 정씨가 체육 특기생 원서 접수일이 지난 뒤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입학처장이 교수들에게 직접 “금메달리스트를 뽑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여대 학칙상 원서 접수 마감 이후의 수상 실적은 면접평가에 반영할 수 없다. 하지만 면접위원들은 입학처장의 지시대로 정씨에게 높은 점수를 부여했고, 서류평가에서 정씨보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 2명에게는 오히려 낮은 점수를 줘 탈락시켰다.



    ‘몸통’에는 손 안 댄 부실감사

    정씨의 출석 및 학점 관련 특혜 의혹도 사실인 것으로 밝혀졌다. 정씨는 1학년 1학기부터 2학년 1학기까지 8개 과목 수업에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지만 출석을 인정받았다. 시험에 응시하지 않거나, 욕설·비속어를 섞어 작성한 부실하기 짝이 없는 과제물을 제출하고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특히 올여름 계절학기 과목이던 ‘글로벌융합문화체험 및 디자인 연구’의 경우 의상디자인 및 제작 과정에 대한 설명과 함께 시제품을 교수에게 제출하도록 돼 있지만, 정씨는 기성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제출하고도 성적을 받았다. 심지어 이 과목 담당교수는 정씨가 기말 과제물을 내지 않자 자신이 직접 액세서리 사진, 일러스트 등을 첨부해 과제물을 대신 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그동안 정씨에게 특혜를 준 대가로 해당 교수가 연구 과제를 부당하게 수주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는 김모 학장이 6개, 이모 교수가 3개 등 총 9개 과제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과제 수주 과정에 하자나 비리가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앞서 언론을 통해 정씨의 편의를 봐준 이모 교수가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총 3건의 정부지원 연구 프로젝트에 책임연구원 또는 공동연구원으로 이름을 올려 연구비로 총 55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이 공개됐음에도 교육부의 ‘꼬리 자르기’ 식 발표는 납득하기 어렵다.



    결국 교육부는 이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화여대의 특혜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밝히지 못했다. 이번 ‘학사농단’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깊이 관여했으리란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음에도, 교육부는 그동안 언론을 통해 나돌던 입학·학사 관리 특혜와 관련된 의혹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을 뿐, 그 배경을 밝히는 데는 단 한 발짝도 다가가지 않았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교육부에 대한 감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방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몇몇 교수의 일탈행위가 결코 아니다. 자칫하면 사회적으로 완전히 매장될 수도 있는데, 그런 부정행위를 대학교수 혼자 저질렀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결국 몸통은 따로 있다는 얘기가 아니겠나. 이를 밝히려면 교육부와 최순실, 이화여대의 관계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육부 발표 이틀 뒤인 11월 20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소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들 역시 ‘최순실과 결탁한 이화여대, 교육부, 청와대 연루자 모두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수사권이 없는 교육부의 진상 규명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검찰 수사 등을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이화여대가 교육부로부터 받은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면면을 보면 이화여대의 입학·학사 비리가 교육부 등 외부의 지시와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이화여대는 올해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 9개 가운데 8개에 선정돼 약 185억 원을 지원받았다. 나머지 1개 사업(산학협력 선도전문대학 육성사업·LINC)은 이화여대 측이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결국 신청한 사업은 100% 선정됐다.



    교육부의 ‘이대 편애’는 공공연한 비밀

    9월 29일 민주당 도종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6년 교육부 소관 주요사업 재정지원 현황’ 자료를 보면 이화여대는 박근혜 정부 출범 후 신설된 6개 교육부 재정지원 사업(대학특성화(CK)사업·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사업·대학인문역량강화(코어)사업·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평단사업)·여성공학인재양성사업·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사업)에 모두 선정됐다. 한편 7월 선정된 평단사업 미래라이프대학은 이화여대 학생들의 거센 반발로 8월 초 무산됐다.

    도 의원은 “전체 사립대의 절반에 달하는 대학이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교육부의 주요 재정지원 사업을 한 건도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화여대는 ‘최다 선정’이란 기록을 세웠다. 그럼에도 졸속 사업 추진으로 대학이 자진해 사업을 철회하는 유례없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꼬집었다.

    심지어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와 이화여대 간 물밑 거래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속속들이 드러났다. 8월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며 이화여대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은 당시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대학 관계자의 발언을 녹취한 파일을 공개한 바 있다. 이 녹취록에는 “교육부에서 이 짧은 기간 동안 이런 것(미래라이프대학)을 하라고 굉장히 압박하는 부분들도 꽤 있다”라는 대학 관계자의 발언이 포함돼 있다. 이 녹음은 7월 28일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논의하고자 대학평의원회의가 열릴 예정이던 본관 회의실에서 이뤄진 것으로, 당시 학생들이 총장 면담을 요구하며 회의장에 들어와 연좌농성을 벌이자 대학평의원회 구성원인 대학 관계자가 학생들에게 퇴장을 종용하면서 한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사라졌다.

    또한 교육부는 평단사업 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사업계획서를 변경하면서까지 이화여대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평단사업 모집공고를 내고 올해 5월 대구대, 명지대, 서울과기대 등 6개 대학을 1차로 선정했다. 하지만 일주일 뒤 재공고를 내 추가 모집에 나섰고 이화여대 등 4개교가 추가로 선정됐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당초 사업계획서의 핵심 사항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맨 처음 교육부는 평단사업을 희망하는 대학에 기존 학과의 구조조정을 통해 정원 일부를 확보하도록 했지만, 추가 모집에서는 이 조건을 빼버렸다. 최초 사업계획서에는 ‘학위과정은 평생학습자 및 지역의 수요조사를 통해 성인특화형 5개 내외 학과(또는 전공)를 마련하고, 총 200명(정원 내 60명, 정원 외 140명)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고 적혀 있는 반면, 추가 모집 계획서에는 ‘정원 외로만 모집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즉 평단사업에 1차로 선정된 대학의 경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이 없음에도 스스로 기존 학과의 정원을 줄였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봤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1차 선정 시 기존 학과 정원을 감축하는 건 강제사항이 아니었다. 추가 모집 사업계획은 1차 선정 후 의견을 수렴해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고자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학 관계자 다수는 교육부의 해명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한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 결과는 절대로 못 밝힌다?

    서울 한 사립대 관계자는 “재정 상황이 좋지 않은 대학에게 정부의 재정지원 사업은 피하기 어려운 유혹임에도 정원 조정이란 벽 때문에 신청 자체를 포기한 대학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교육부가 이화여대를 편애한다는 건 대학가에서 공공연한 비밀이다. 하지만 괜히 잘못 얘기했다 불이익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그동안 공개적으로 문제제기를 못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평단사업뿐 아니라 그동안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재정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교육부 스스로 의혹을 해소하기 힘든 만큼 감사나 청문회 등 강력한 검증 절차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극에 달했음에도 교육부는 이 문제를 철저히 외면하는 모습이다.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의 특별감사 결과 발표 당일 “대학 재정지원 사업 특혜 의혹은 왜 조사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대학 재정지원 사업은 교수 2000여 명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할 정도로 엄격히 진행돼 물리적으로 특정 대학이 선정될 수 없는 구조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수많은 제보로 이미 확인됐을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한 교육부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 평가 결과를 제출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도 지속적으로 거부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교육부 대학정책실 관계자는 “자료를 제출할 경우 2000여 명에 달하는 평가위원의 신상이 공개될 수밖에 없다. 누가 어느 학교에 몇 점을 줬는지 알려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렇게 되면 앞으로 어느 누구도 평가위원으로 나서려 하지 않을 테고, 사업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차질이 생긴다. 또한 단순한 점수 비교를 통한 대학 서열화 등 불필요한 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 스스로 대학 재정지원 사업이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확보하지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방 한 국립대 교수는 “대학 서열화 문제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 즉 돈으로 대학을 통제하는 교육부가 할 말이 아닌 것 같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된 국립대학 선진화 방안은 현 정부 들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차라리 교육부를 없애라’는 얘기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대학 재정지원 사업도 그렇지만, 교육부가 4개 국립대 총장을 임용하지 않고 있는 건 더 심각한 문제인데, 그동안 도무지 풀리지 않던 의문이 ‘최순실’이란 이름을 대입하면 다 풀린다. 그렇기에 교육부에 대한 철저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이 무너지면 나라 전체가 무너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최씨가 교육부까지 쥐고 흔들었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가운데, 최씨와 교육부의 연결고리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도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과 교육계는 최씨가 김상률 전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수석을 통해 교육부에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김 전 수석은 최씨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차은택 CF감독의 외삼촌으로, 교육문화수석으로 선임될 당시 교육계는 물론 정관계까지 모두 놀란 ‘초특급 발탁 인사’로 화제를 모았다. 물론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 부탁해 대통령이 교육문화수석이나 교육부총리를 통해 이화여대를 배려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최근 정씨가 졸업한 청담고를 대상으로 실시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과거 최씨가 청담고를 찾아와 교육부 장관 등과 친분을 내세우며 교사들을 협박한 사실을 밝혀냈다. 최씨는 2013년 5월 정씨의 잦은 결석을 지적한 체육교사를 찾아가 “너 잘라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지금 당장 교육부 장관에게 가서 물어보겠다”며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화여대가 체육 특기생 전형에 승마 종목을 포함한 것도 2013년 5월 열린 체육과학부 교수회였던 만큼, 이미 최씨는 정권 초기부터 교육부를 비롯한 교육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최씨 모녀의 부정행위는 전국 수많은 학생에게 분노와 허탈감을 안겨줬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정씨가 과거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돈도 실력이야. 능력 없으면 부모를 원망해’라는 글을 영원히 삭제하기 위해서라도 최씨 모녀의 ‘학사농단’ 실체를 반드시 밝혀야 할 것이다. 

    정유라 사촌언니 장시호도 입시 비리?

    항간에는 정유라 씨가 승마를 시작한 동기가 이종사촌 언니인 장시호 씨(최순득 씨의 딸) 때문이라는 얘기가 나돈다. 고교 시절 승마선수였던 장씨가 학교 성적이 최하위권이었음에도 연세대에 거뜬히 합격한 것을 보고 최순실 씨가 자신의 딸도 그렇게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는 것. 최근 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서울교육청으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의하면 장씨는 현대고 1학년 1학기 때 전교생 261명 중 260등, 2학기 때는 262명 중 260등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장씨가 연세대에 합격할 수 있었던 건 학교와 장씨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송 의원의 주장이다.

    송 의원은 “장씨가 연세대에 입학할 당시 체육 특기생 선발 종목에 없던 개인종목 승마가 ‘기타’ 항목에 새롭게 추가됐다. 또 승마 특기생을 뽑는 기준도 이례적으로 낮았다는 게 수상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장씨의 고교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된 승마대회 경력을 보면 모두 국내 대회로, 심지어 2학년 이후에는 대회 수상 기록이 2개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장씨는 이 같은 기록을 바탕으로 고교를 졸업하면서 특별상을 받았고 대학에도 합격했다.

    하지만 연세대 측은 장씨 입학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1991, 93, 95년 모두 개인종목에서 체육 특기생을 선발한 전례가 있다는 것인데, 그 근거로 95년에 합격한 쇼트트랙 선수 전이경을 들었다. 장씨는 전이경 선수와 마찬가지로 ‘대한체육회에서 우수선수로 추천한 자’에 해당돼 합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전이경 선수는 이미 고교생 때 세계신기록을 냈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2개나 땄다. 승마라는 낯선 종목에, 그것도 선수로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장씨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또한 연세대 측은 “1998년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아니어서 영향력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송 의원은 “98년 연세대는 체육 특기생 입시 비리로 홍역을 앓았다. 당시 재판받은 사람이 40명 정도 된다. 만약 장씨의 합격이 최씨에 의한 권력형 비리가 아니라면 금전적 비리였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한편 장씨는 11월 21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업무상 횡령, 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됐다. 자신이 실소유주로 있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해 삼성그룹으로부터 16억여 원을 부당 후원받았고 그중 일부를 빼돌려 개인적으로 쓴 혐의다.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장씨가 지난해 6월 체육 영재를 조기 선발해 세계적인 기량을 가진 선수로 성장시킨다는 목적으로 스피드스케이팅 전 국가대표 이규혁 등을 내세워 설립한 곳이다. 하지만 최씨와 장씨 측이 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각종 이권을 노리고 기획, 설립한 법인이라는 의심을 사고 있으며, 장씨는 사무총장을 맡아 인사·자금 관리를 총괄하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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