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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부른 겉모습 내실 어떻게 채울까

지자체 전문공연장 잇따라 완공 … 대규모 투자, 화제의 공연 유치 수확

배부른 겉모습 내실 어떻게 채울까

배부른 겉모습 내실 어떻게 채울까

2005년 관 주도로 새롭게 문을 연 공연장들.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복합문화공간을 지어 대형 공연장 수는 늘어났으나 전문인력 확보와 장기적인 프로그램 기획, 안정적인 예산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문제들도 많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① 서울 중구가 개관한 충무아트홀, ② 서울 광진구가 설립한 나루아트센터, ③ 경기 성남아트센터 개관일 벌어진 불꽃놀이, ④⑤국립중앙박물관 안에 설립된 ‘극장 용’의 공연장 및 로비.

몇 년 전부터 ‘폭발’ 조짐을 보이던 지자체들의 전문공연장 설립 붐이 2005년과 2006년에 걸쳐 절정에 이른 느낌이다.

2005년 서울시 중구 문화재단이 3월 중구 흥인동에 충무아트홀을 개관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광진구 자양동에 나루아트센터가 들어섰으며, 10월에는 분당에 성남아트센터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 내에 ‘극장 용’이, 그리고 11월에는 경남 김해에 김해 문화의전당이 문을 열었다. 리노베이션을 위해 2005년 상반기 문을 닫았던 클래식 공연의 메카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도 재개관을 했다.

2006년에는 1200억원 예산이 들어가는 천안 예술의전당과 684억원 예산의 의왕시 문화예술회관이 완공될 예정이며, 어울림누리극장을 가지고 있는 덕양문화재단은 일산에 일산아람누리극장을 새로 건립할 예정이다.

새로 개관한 공연장 가운데 특히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은 역시 성남아트센터다. 성남아트센터는 공연장 건립은 물론 공연기획에서도 참신한 프로그램으로 차별성을 두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지자체 문화시설은 하드웨어만 번쩍거릴 뿐 운영은 부실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성남아트센터는 개관기념 공연기획에만 한국 공연계 사상 유례 없는 40억원의 예산을 별도로 투여하는 기록을 남겼다.

성남아트센터는 개관기념 공연으로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신데렐라’, 카플란 지휘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초연(KBS교향악단), 독일 중견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 초청 리사이틀 등 한국 초연인 공연들을 공격적으로 배치했다. 2005년 11월에 열린 이소영 연출의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는 국내 스태프진과 성악가만으로 훌륭한 완성도를 선보여 관객과 평단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귀네스 존스 공연으로 오프닝을 장식한 극장 용 또한 페리아무지카의 컨템포러리 퍼포먼스 ‘나비의 현기증’ 등 중극장 규모에 걸맞은 참신한 초연 프로그램으로 ‘박물관 옆 공연장’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데 성공했다.



성남아트센터 좋은 평가

그러나 모든 공연장이 차별된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은 아니다. 공연계 전체로 보았을 때 이러한 기획은 오히려 일부분에 불과하다. 대다수의 수도권 내 공연장은 별다른 개성을 추구하지 않고 기존에 올려지던 공연들을 그대로 수입해 무대에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는 1970년대 전국에 우후죽순처럼 지어진 문예회관 때와 비슷한 현상으로 무조건 공연장부터 짓는 데서 비롯된 한계다.

동일한 생활권 안에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공연이 반복적으로 올라가니 한정된 관객을 ‘나눠먹는’ 현상이 초래될 수밖에 없었다. 자연 관객 저변 확대에는 실패하게 되는 결과를 낳는 것이다. 공연장이 갑자기 늘어나 한날한시에 여러 공연이 동시에 열리니 오히려 전체 관객 수는 예년보다 줄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배부른 겉모습 내실 어떻게 채울까

성남아트센터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은 구노의 오페라 ‘파우스트’.

전문성을 도입하지 않고 주먹구구로 지어진 하드웨어들 또한 문제로 부각됐다. 충무아트홀과 나루아트센터는 공연 프로그램 차별화와 내실화를 위해 노력했음에도 이곳에서 공연한 여러 연주가들은 음향에 대해 실망감을 나타냈었다. 성남아트센터도 역시 개관 초기에 정체불명의 고주파 소리 때문에 한동안 콘서트 고어들의 구설에 올랐다. 또한 성남아트센터 내의 앙상블시어터는 어처구니없게도 객석 바닥에 경사를 주지 않아 뒷자리 관람이 매우 불편했다.

공연기획 예산이 부족한 일부 수도권 공연장은 공동 기획과 프로모션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과천시민회관, 의정부예술의전당, 부천시민회관, 안산문화예술의전당, 안양문예회관 등 경기지역의 8개 도시 문예회관은 김광보가 연출한 대학로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 뮤지컬로 각색해 순회공연을 가지고 있다.

프로그램의 특화와 공연 운영체계의 확립은 공연장만의 숙제는 아니다. 서울시향과 KBS향은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재단법인화를 선포했다. 그러나 서울시향은 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오디션 등의 문제를 놓고 단원들과 심한 마찰을 보였다. KBS향도 유사한 대립을 겪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양대 오케스트라의 이러한 부진은 그동안 덮어두었던 관현악계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스타 지휘자만 확보해놓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생각하는 단순한 사고로는 ‘작은 사회’라고 불리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나갈 수 없다.

세종문화회관이 상주 단체들과 갈등을 빚으며 표류하고, 노들섬에 지어질 오페라하우스가 예산 책정 잘못으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도 관 주도로 지어지는 공연장이 안고 있는 태생적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전문인력·프로그램 확보 시급

하지만 한국 공연계의 터닝포인트로 기록될 화제의 공연들이 늘어난 건 공연장 증가에 따른 수확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국인이 좀처럼 입상하지 못했던 저명한 국제대회에서 젊은 피아니스트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것도 공연계에 대한 전망을 낙관하게 한다. 2005년 10월 피아니스트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폴란드 바르샤바 콩쿠르에서 2위 없는 공동 3위에 오르면서 한국인 최초의 쇼팽 콩쿠르 입상자가 되었다. 손열음은 루빈슈타인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재학 중인 열일곱의 김선욱은 한국인 최초이자 대회 최연소로 스위스의 클라라 하스킬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우리 공연 문화의 가장 큰 장애는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주려고 하는 지자체 공연장들의 행정편의주의일지도 모른다. 이미 관객들과 공연자들이 지역 공연장에 거는 기대는 전에 없이 높아진 상태다. 공연장을 운영하는 지자체는 건물의 건립 예산과 규모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이들 공간을 채울 전문인력과 프로그램 확보, 그리고 운영을 위한 예산과 지향에 대한 분명한 청사진을 관객과 공연자들에게 함께 보여주어야 한다.



주간동아 2006.01.03 517호 (p68~69)

  • 노승림/ 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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