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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박사의 ‘자녀들과 함께 數學 하기’

‘경험’이 수학의 이해를 돕는다

  • 미국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jehkim@microsoft.com

‘경험’이 수학의 이해를 돕는다

갓 세 살이 된 아이 주영이에게 엄마가 수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주영이한테 사탕이 세 개 있는데 두 개를 더 주면 몇 개가 되지?”

주영이는 주저함도 없이 “다섯 개” 하고 답한다. 한 번도 가르친 적 없는 덧셈을 척척 풀어내니 엄마의 얼굴은 기쁨으로 가득 찬다. 이번에는 문제를 조금 바꾸어 “네 친구 영민이에게 사탕이 네 개 있는데 세 개를 더 주면 몇 개가 되지?” 하고 물었다. 그러자 주영이는 “영민이 셈은 영민이가 하라고 해” 하고 대답을 거부한다.

자신의 사탕을 셀 때는 정성을 다하지만 자신이 먹지도 못하는 남의 사탕을 세는 데는 관심이 없는 것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그래서 수학을 가르칠 때는 합당한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이나 현상을 관찰하여 그것이 항상 옳은가를 정리하고 증명하는 것이 수학이기 때문에 모든 수학적 명제는 각각의 사례를 갖게 마련이다. 그 사례만으로도 명제나 정리는 쉽게 이해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수학에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은 모든 학문이 과학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철학·문학·예술은 인문과학으로, 법학·경제학·정치학 등은 사회과학으로 불린다. 이는 어떤 학문에서도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뜻이고, 과학의 근원이 수학임을 생각하면 수학적 접근 방식이 모든 학문 연구의 기초임을 의미한다.



한 역사 선생님은 새 단원을 시작할 때마다 학생들에게 실생활과 연관된 질문을 던지곤 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가르칠 때는 “학생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과 엄한 선생님 중 누가 더 효과적인 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고, 마틴 루터의 종교개혁을 설명할 때는 “만일 국가가 특정 종교로의 개종을 강요한다면 다른 나라로 떠나겠느냐?”는 식의 질문을 던진다. 학생들은 과거 위인들의 핵심적인 고민을 통해 비록 수백년 전의 일이라 하더라도 역사가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분명한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역사적 사실을 현실과 비교하게 되면서 수업에 더욱 진지하게 임하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일어나는 정치·경제·사회적 현상들이 지난 역사의 결과라는 것도 자연스럽게 깨닫는다.

정확한 단어로 개념을 설명하고 사례를 들어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과학적 실험이다. 어느 수학교육자가 슈퍼마켓이 없는 작은 마을의 아이들에게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거슬러 받는 문제와 그 동네에 많은 행상들에게서 물건을 사는 문제를 냈다. 비록 똑같은 난이도의 문제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늘 보아온 행상에게서 물건을 사는 문제를 쉽게 풀었다고 한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한 이해가 훨씬 빠르고, 그것이 수학적 계산 능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사례인 셈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해도 단편적인 수박 겉핥기식이라면 큰 도움이 될 수는 없다. 생각과 습관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경험은 오랜 시간 반복된 것이거나 깊은 애정을 가지고 고민해서 얻어야 한다. 그래서 세계의 유명한 대학에서는 신입생을 선발할 때 학업성적 이외의 특별활동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이들이 필요한 것을 바르게 배우기 위해서는 교실과 공책, 연필 말고도 더 넓고 다양한 것들이 필요하다. 걱정 많은 어른들에게 이끌려 관심도 없는 남의 사탕 세기에 시간을 허비해버리고 나면 경제도 역사도 과학도 다 똑같이 재미없는 고역이 되고 말 것이다.



주간동아 2005.12.27 516호 (p75~75)

미국 MS수학연구소 선임연구원 jehkim@micro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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