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3

2005.12.06

대형 브로커 전방위 법조비리 … 서초동 초긴장

  • 정호재 기자

    입력2005-11-30 11: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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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 브로커 전방위 법조비리 … 서초동 초긴장

    검찰 고위 인사까지 포함된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검찰은 또 한번 충격에 빠졌다.

    대형 법조비리 사건이 터져 정계와 법조계, 그리고 군경까지 충격에 빠졌다. 사건 관련 법조 브로커가 판·검사에 대한 청탁 수준을 넘어 군 장성 및 법조계 인사에도 개입했다는 설이 나돌면서 서초동은 지금 초긴장 상태다.

    11월23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김경수)는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윤상림(53·지리산스위스관광호텔 사장) 씨와 모 건설회사 대표 이모(48)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공갈)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두 사람 수첩에 기록된 고위인사 수백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확보하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겉으로 드러난 윤 씨의 행적은 일반적인 법조비리 수준을 뛰어넘는다. 윤 씨는 자신이 확보한 법조계 및 경찰 인맥을 총동원해 사건을 ‘만드는’ 대담한 행보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정치인들과 연결된 건설업체들의 지원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윤 씨가 군 장성들에게 로비를 해 군 공사를 따도록 돕게 하고, 경찰 인사와 관련해 경찰 고위층에 거액을 제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형사사건을 청탁하는 대가로 판사와 검사들에게도 금품을 건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 씨는 이 과정에서 자신이 아는 경찰에게 비위 첩보를 제공하고, 다시 이 경찰과의 친분을 활용에 법조계 유력인사를 수사대상 기업에 소개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3년 H건설의 군 장성 뇌물제공 사건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가 벌였던 군 장성 6명의 비리 사건으로 ‘장군 잡는 여경’으로 알려진 강순덕(38·구속 기소) 경위 사건 역시 윤 씨와의 연관성이 드러나 충격을 안겨줬다. 강 전 경위는 절친한 관계였던 윤 씨에게서 비리를 제보받아 수사에 착수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윤 씨는 H건설의 인천국제공항 외곽경계 공사 수주와 관련해 2003년 5월 H건설의 군 장성 뇌물제공 비리를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제보한 뒤, 건설사에 “돈을 주지 않으면 더 많은 비리를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9억원을 받아내기도 했다.



    검찰은 윤 씨가 강원랜드에서 150억원 이상의 비자금을 세탁한 정황을 포착하고 이 돈의 용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윤 씨는 애당초 전남 광주에서 활동하던 지역 브로커였지만 90년대 중반부터 국회의원과 정·관계 유력인사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전국적인 인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윤 씨는 이후에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윤 씨가 1996년 광주지검 순천지청에서 당시 양부남 검사(현 광주지검 부부장검사)에게 이와 유사한 사건으로 한 차례 구속된 이력을 지녔다는 점. 당시 수사진은 광주·전남 지역의 법조 브로커였던 윤 씨의 위세로 인해 수차례 구속영장이 반려되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새로 부임한 김지형 부장판사(현 대법관)에 의해 가까스로 영장 신청이 받아들여졌다는 것.

    이에 대해 양 부부장검사는 “현재 사건 담당자가 아니기 때문에 윤 씨 사건에 대해서 언급할 수는 없지만, 김 판사가 왜 대법관으로 발탁됐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촌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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