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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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팬 박수 받는 그녀 … 미인에서 스타로

  • 입력2005-11-16 16: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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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팬 박수 받는 그녀 … 미인에서 스타로
    심은하, 전도연 이후 군웅할거 하고 있는 한국 여배우군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사람은 염정아다. 올해만 해도 정우성·임수정·신민아 등과 공연한 ‘새드무비’에 이어, 박해일과 호흡을 맞춘 ‘소년, 천국에 가다’가 현재 높은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그녀는 아름답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이니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겠지만,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다. 스크린 속의 염정아는 약간 손해 보는 것이다. 1972년생이니 33살. 옛날 같으면 여배우로서는 환갑이 지난 나이다. 그러나 염정아는 오히려 서른이 넘어서 연기에 물이 오르고 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나온 염정아는 TV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1990년)으로 학창시절부터 연기를 시작했고, ‘형제의 강’ ‘모델’ ‘사과꽃 향기’ ‘야망의 시절’ 등 꾸준히 드라마를 찍었지만 한 사람의 연기자로 대중에게 각인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그녀가 재발견된 것은 TV가 아니라 영화를 통해서였다.

    그녀의 영화 데뷔작은 강석우와 공연한 ‘째즈바 히로시마’(1992년)였지만 그 작품은 쉽게 잊혀졌다. 최민수와 함께 찍은 ‘테러리스트’(1995년)가 흥행에 성공했지만, 그녀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기 위해서는 4년이나 기다려야 했다. 염정아는 ‘텔 미 썸딩’(1999년)에서 심은하의 친구 오승민으로 등장한다. 드라마 출연에 비해서 영화 출연은 3, 4년에 한 편 정도일 만큼 뜸했지만 2002년 ‘장화, 홍련’을 찍고 난 뒤부터는 사정이 달라졌다. 이제 그녀를 TV에서 보는 것은 어려워졌다. 너무 많은 영화에서 그녀를 원하기 때문이다.

    확실히 ‘장화, 홍련’은 염정아의 출세작이다. 문근영과 임수정의 새엄마 은주로 나온 염정아는, 그녀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세련된 도회적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차갑고 섬뜩한 팜므 파탈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2002년에는 영화 ‘H’에서 지진희와 함께 형사로 나와 연쇄살인범 조승우를 쫓는 미연 역을 연기했지만, ‘장화, 홍련’에 비할 바 아니었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에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웃는 그녀의 인상적인 연기는 ‘아, 우리 곁에 염정아가 있었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해주었고, 영화 제작자들의 수첩에 그녀의 연락처를 올리게 만들었다.



    군웅할거 여배우 중 단연 최고

    ‘장화, 홍련’ 이후에도 ‘연인’ ‘사랑한다 말해줘’ 등의 TV 드라마를 찍었지만, 염정아는 2004년 다시 ‘여선생 & 여제자’ ‘범죄의 재구성’으로 화려하게 스크린에 등장한다. 그리고 이 두 편의 영화는 염정아라는 배우의 굳히기 한 판, 아니 두 판 구실을 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2004년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을 받은 것은 그녀의 성장에 대한 당연한 보답이었다.

    ‘여선생 & 여제자’에서 교생 실습을 나온 이지훈을 사이에 두고 어린 여제자와 사랑 경쟁을 하는 노처녀 선생 여미옥 역을 맡은 염정아는, 깔끔하고 화려한 이미지에 털털하고 수더분하며 푼수 같은 이미지를 추가했다. 이것은 염정아라는 배우가 대중적 친화력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고, 그녀의 연기 폭을 확장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난해 박찬욱 감독의 단편 ‘컷’에 여배우 역으로 출연하며 데뷔 이후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인 염정아는 올해에도 두 편의 영화를 선보였다.

    여성 팬 박수 받는 그녀 … 미인에서 스타로

    ‘소년, 천국에 가다’ 촬영 현장.

    ‘새드무비’에서 염정아는 돋보이는 배역은 아니다. 소속사인 싸이더스HQ의 많은 배우들이 함께 모여 싸이더스HQ의 자회사인 아이필름에서 제작한 영화에 출연한 것이기 때문에 의무적 성격이 강했다. 커리어 우먼으로 활발하게 일하다가 어린 아들을 두고 병에 걸려 죽어가는 어머니 주영 역은 염정아가 아니어도 표현되었을 배역이다. 하지만 ‘소년, 천국에 가다’의 부자 역은 다르다. 이 작품은 온전하게 염정아의 영화다. 물론 상대 배우 박해일이 있기는 하지만, 박해일이 맡은 네모라는 배역은 13살 아역배우 김관우와 나눠서 표현하기 때문에 이 영화에서 염정아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소년, 천국에 가다’는 미혼모의 아들인 13살 소년 네모가 어머니가 사고로 죽고 난 뒤, 어머니가 시계수리점을 하던 그 자리에 만화방을 차린 또 다른 미혼모 부자를 짝사랑하는 이야기다. 13살 네모는 부자에게 연애편지를 써서 보내고, 극장에 화재가 발생하자 그녀의 어린 아들을 구하려다 위기를 맞는다. 이제 33살 육체로 거듭 태어난 네모는, 그 사실을 모르는 부자에게 네모의 아버지라 속이고 접근한다.

    염정아는 이 영화에서, 미혼모이며 만화방을 운영하는 부자 역을 맡고 있다. 부자라는 캐릭터는 단순하지 않다. 밤에는 클럽에 나가 노래를 부른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1982년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등 70, 80년대의 노래가 흘러나온다. 또 박해일과 막춤을 추는 장면도 들어 있다. 형편없이 망가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그녀의 연기에 유연성을 부여해서 관객들을 흡입한다.

    여성 팬 박수 받는 그녀 … 미인에서 스타로

    영화 ‘소년, 천국에 가다’(위)와 ‘장화, 홍련’.

    “앞부분에 섹시하게 춤추는 장면도 많았는데 다 잘렸다”고 그녀는 투정했다. ‘소년, 천국에 가다’의 시사회가 끝난 뒤 염정아는 자신도 이 영화를 처음 봤다면서, 영화에 만족하지만 힘들게 찍은 춤추는 장면이 많이 잘려나간 것을 아쉬워했다. 특히 세련되고 섹시하게 춤춘 장면은 다 잘리고, 박해일과 막춤 춘 장면만 남은 게 무척 억울한 모습이었다.

    폭과 깊이를 가지는 성숙한 연기

    그 이전, 나는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중 부산의 한 호텔에서 오후 10시에 개최된 ‘소년, 천국에 가다’의 밤에서 그녀가 노래를 부르는 것을 봤다. 영화 속 카바레 세트와 비슷한 무대를 만들어놓고 프로모션이 진행되었는데, 염정아는 그 무대에서 밤무대 가수로 등장해 ‘누구라도 그러하듯이’를 불렀다. 역시 노래 못하는 배우는 없었다. 그리고 며칠 뒤, 집 근처 카페에서 친구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있는 그녀를 만났다.

    염정아는 현실에서 훨씬 더 아름답고 키가 커 보인다. 자료에는 170cm로 되어 있지만 실제는 훨씬 더 크게 느껴진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키 큰 여배우들은 대외적으로는 자신의 키를 실제보다 줄여 발표했다. 여배우가 너무 크면 같이 공연할 남자 배우와 짝이 맞지 않고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새드무비’에 이어 ‘소년, 천국에 가다’에서도 어머니 역을 맡게 된 것은 우연이라며, 어린 소년과 사랑의 감정을 교류해야 하는 부자의 내면을 표출하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염정아의 연기는 훨씬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그녀는 자신의 일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스타가 아닌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스타도 아니었다”고 20대를 회고했다.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서 일찍 연예계에 데뷔했고, 꾸준히 TV 드라마를 찍었지만 그렇다고 대중 곁에서 확실하게 부각된 것도 아닌 20대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특히 그녀는 “나이가 들면서 여성 팬이 많아졌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예전에는 또래 여성들이 너무나 화려한 그녀의 외양에 경계심을 가졌는지 팬이 많지 않았는데, 요즘은 남성보다 오히려 여성 팬이 더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남성 팬이 훨씬 많은 것으로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며 그녀는 웃었다. 그녀의 웃음 속에는, 이제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보며 서서히 폭과 깊이를 가지는 성숙한 연기자의 모습이 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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