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10

2005.11.15

‘거미손 이창호’ 뚫렸다!

이창호 9단(백) : 조한승 8단(흑)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11-14 09: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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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미손 이창호’ 뚫렸다!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던 ‘철의 수문장’ 이창호 9단이 마침내 실점했다. 국내 인터넷바둑 3대 사이트인 타이젬과 사이버오로, 엠게임이 벌이고 있는 2005 바둑마스터스 삼국지에서 타이젬 최종주자로 나선 조한승 8단이 엠게임 주장 이창호 9단에게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팀 우승을 매조지했다. 그동안 각종 단체전에서 ‘철벽 마무리’로 팀 우승을 견인해 “이창호를 확보한 팀, 천하를 얻는다”란 말까지 나돌게 했던 이창호 9단이었지만 이번에는 약발이 먹히지 않았다.

    사실 조한승 8단은 일찍이 ‘포스트 이창호’로 거론되던 기재였으나 번번이 이창호 장벽에 막히면서 실력 이하로 ‘평가절하’되어 있던 기사였다. 이 대국 직전까지 대(對)이창호 통산전적 3승15패. 참담한 결과에 “2%가 아닌 98%를 채워야 한다”며 스스로를 다그치던 그였기에 이번 승리는 참으로 값졌다. 더구나 사흘 전 대구에서 벌인 영남일보배 8인 초청전 승리에 이은 2연승이다.

    인터넷 대국이 낯설었을까. 흑1로 찌른 시점의 형세는 백이 오발만 하지 않으면 흑이 도저히 덤을 뺄 수 없는 국면이다. 이창호 9단의 끝내기를 생각하면, 짐을 주섬주섬 챙겨야 하는 상황에서 백2의 ‘삑사리음’이 났다. 흑3의 건너붙임에 섣불리 응대할 수 없다. 좌상변 백 대마 의 안위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흑 에 백은 1·3으로 아낌없이 조여붙인 다음 5로 한 발 늦추었으면 중앙 집을 고스란히 확보하며 판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실전은 흑3을 당하는 바람에 반전되었다. 백10 다음 흑A에 잇자 우상변 안전과 집도 보탤 겸 백B로 단수치며 버텼다. 이어 흑C에는 백D, 흑E에 백F로 중앙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흑G가 선수로 먹히며 차단되자 위쪽 백 대마가 졸지에 위태로워졌다(패맛이 있다). 이러한 패맛을 노리며 흑이 I로 우변 패부터 들어가자 백은 견디기 어려운 상황에 몰렸다. 211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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