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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야경’ 블랙으로 태어나다

  • 정호재 기자

‘서울의 야경’ 블랙으로 태어나다

‘서울의 야경’ 블랙으로 태어나다
“어린 시절에 경험했던 서울의 밤을 떠올려보세요. 정말 캄캄하면서도 따스한 검정이었지 않나요?”

화가가 화려한 유채색이 아닌 검은색에 천착한다는 얘기는 왠지 낯설고 어색하다. ‘서울의 야경’에 몰입한 김봉환(45) 화백의 관심은 짙은 검은색의 세계다. 저 멀리 휘황찬란한 빛이 흘러나오지만, 그것은 어느새 희미한 옛 추억의 깜박임으로 사그라진다. 현대성을 상징하는 불빛도 사람을 위압하는 빌딩도 사라진 서울은 이내 푸근한 어두움에 잠기고 마는 것이다.

불혹을 넘기면서 본격적으로 화업에 몸을 던진 김 화백의 암중모색은 ‘블랙’에 대한 강렬한 집착으로 표출됐다. 11월 첫째 주 인사동 인사갤러리에서 선보이는 ‘“Black or Dark 2005”’ 전시회는 김 화백만의 독특한 서울의 밤에 대한 해석이 펼쳐진다. 두껍고 거칠게 바른 마티에르(질감) 위에 오일스틱으로 문질러 표현한 서울 밤의 서정은, 오늘의 세계가 아닌 그가 태어나고 자라난 70년대 세계처럼 희미한 기억 너머에 존재하고 있었다.

“제 관심은 앞으로도 계속 어두운 ‘밤(dark)’에 집중될 거예요. 검은색(玄)의 세계는 세상의 모든 빛과 형체를 포괄하는 깊고 넓은 세계이니까요.”



주간동아 2005.11.08 509호 (p95~95)

정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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