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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캥거루족 시대 가족 리스크 줄이기

자식 사랑과 노후 준비는 동급, 가족 비전 공유해야

  •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新캥거루족 시대 가족 리스크 줄이기

新캥거루족 시대 가족 리스크 줄이기

[Shutterstock]

결혼해 가정을 이룬 다음에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세대를 ‘신(新)캥거루족’이라고 부른다. 이는 경제적으로 독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미취업 등으로 부모 집에 얹혀사는 성인자녀를 일컫는 캥거루족과는 차이가 있다. 지난해 여성가족부가 실시한 가구실태조사에서 신캥거루족은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4.4%, 같은 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3.8%로 나타나 전체 가구의 4%가량임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캥거루족 또는 신캥거루족을 포함해 부모에게 얹혀사는 성인자녀 수가 해마다 늘고 있고, 이는 곧 ‘자녀 리스크’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자녀 리스크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부모가 처하는 위험이나 성인자녀의 유학·결혼·취업·창업 등에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은퇴를 준비하는 40, 50대 부모와 이미 은퇴한 60, 70대 부모가 경제적 궁핍 또는 파산에 처할 위험을 말한다. 이미 많은 부모가 ‘심각한 위험’ 수준에 처해 있다.

2013년 기준 서울시가 설문조사를 통해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60세 이상 시내 거주 고령자의 45.2%가 자녀와 동거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39.7%가 ‘경제적 또는 건강상 문제로 자녀가 독립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손자녀 양육과 자녀들의 가사를 지원하기 위해서’라고 응답한 6.8%까지 포함하면 46.5%의 부모가 자녀 부양을 위해  자녀와 동거하는 셈이다.

사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영국 대학 졸업생 가운데 약 47%는 대출 등록금을 갚으려고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미국도 2014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로 분류되는 18〜34세 연령층 가운데 32.1%가 부모에게 얹혀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부모로부터 독립해 살고 있는 같은 연령층(31.6%)보다 많은 것으로, 미국 가정에서 캥거루족 또는 신캥거루족이 그렇지 않은 성인자녀의 비율을 처음으로 앞질렀다(퓨리서치센터 조사). 





가족 아닌 ‘원수’ 되지 않으려면

新캥거루족 시대 가족 리스크 줄이기

[Shutterstock]

이처럼 부모와 동거하는 성인자녀가 증가하면서 생각지도 못하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먼저 아파트 분양시장에서는 4인 가구 이상 거주하기 좋은 중·대형 아파트 수요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이들은 일반적인 대형 면적보다 가격 부담이 적고 평면 구성이 우수한 틈새면적(전용면적 60~82m2, 89~112m2으로 중·대형 사이)을 선호해 다른 평형대에 비해 분양권에 웃돈이 더 많이 붙는다고 한다. 그뿐이 아니다. 2세대 또는 3세대가 함께 살면서 생겨나는 세대 간 갈등, 그 가운데 특히 재정적 문제가 부모와 자녀 관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과거에는 세대 동거가 결혼한 성인자녀가 병약한 부모를 부양할 목적이었다면, 지금의 세대 동거는 은퇴 준비에 다급한 부모가 결혼한 자녀까지 재정적으로 부양하는 기형적인 구조로 바뀌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자칫 가족이 아니라 ‘원수’가 될 수 있는 폭탄을 품고 있는 셈이다.

가족 리스크는 대체로 세 가지 이유에서 비롯된다. 첫 번째는 비전 갈등과 비전 스트레스다. 부모의 꿈 또는 자녀의 비전이 서로 충돌하거나, 충돌까지는 아니어도 너무 오래 지속돼 피곤을 유발하는 경우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재능도 없는 자녀에게 엄청난 돈을 투입해 예체능 교육을 시킨다거나, 한정된 재정을 두고 부모의 은퇴자금과 자녀의 창업자금이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후유증 등이다. 두 번째는 관계 갈등이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서로 서먹해지거나 자녀의 결혼으로 가족관계가 확대되면서 갈등이 일어나는 경우다. 세 번째는 외부 환경 변화 갈등이다. 예컨대 무리해서 유학을 보낸 자녀가 막상 취업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치거나 대학을 졸업한 자녀가 수년째 백수로 지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여러 가정의 재정 상담을 하다 보면, 미성년 자녀가 있는 부모는 자녀교육비 문제, 성인 자녀가 있는 부모는 자녀 결혼이나 창업자금 지원 등의 문제로 고민한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향 역시 비슷하다. 보통 ‘부모는 자녀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일방적인 정서가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데, 그런 생각이 ‘너만 잘되면 그만’이라는 왜곡된 사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런 정서는 남편보다 아내에게서 40, 50대보다 60, 70대에게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물론 내 자녀에게만큼은 경제적 궁핍을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그러니 자식 사랑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

자녀 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가족 전체의 위험인 ‘가족 리스크’로 악화되기 십상이다. 그로 인해 가족이 함께 지향해야 할 가치나 목표가 사라지면 어느덧 가족은 이해관계가 다른 ‘동거인’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되고, 가정이란 공간은 ‘하숙집’으로 전락하기 마련이다. 이제는 자녀를 위해서라도 ‘너만 잘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잊지 말아야 한다.

치열하고 험난한 현실 앞에서 자녀의 사회생활 출발은 갈수록 더뎌진다. 설령 일찍 출발했더라도 실패하고 돌아오기 일쑤다. 변동성이 극대화한 시대에 당연히 일어날 수 있는 현상이다. 과거와 달리 한 번 직장이 평생직장이 될 수 없는 것처럼, 첫 번째 창업이 곧바로 성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시대에 살면서 그 한 번을 위해 자녀에게 ‘올인’한다는 것은 바람직한 자식 사랑이 아니다.



1·3·5…20년 후, 가족 비전 미리 설계해야

실패가 당연한 시대에 성공하지 못하고 돌아온 자녀를 재도약할 수 있게 품어주고 재충전시키는 것이야말로 변화된 시대가 요구하는 부모의 올바른 자녀 사랑법이다. 따라서 쓸 수 있는 돈이 한정돼 있다면, 가장 우선적인 재무 목표는 부모의 은퇴 준비에 모아져야 한다. 설령 성인자녀와 동거하더라도 부모의 재정적인 현실을 기준으로 ‘해줄 수 있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에 대한 명확한 기준 및 범위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지금 살고 있는 주택 하나가 전 재산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주택연금 등 온전히 부모의 은퇴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

가족 리스크가 현실화한 이후에는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가능하면 예방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이때 ‘라이프플랜(lifeplan)’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면 도움이 된다. 문서 프로그램에 가족 구성원 이름과 연령을 모두 적은 후, 연도에 따라 예측되는 여러 사건과 상황을 시계열 방식으로 기록하는 방법이다. 예컨대 앞으로 1년 후, 3년 후, 5년 후, 10년 후, 20년 후 나이를 적고 그때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상상하면서 기록해본다. 자녀의 성장에 따라 부모도 함께 나이가 든다. 그때 발생할 수 있는 일을 중심으로 가족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앞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자연스럽게 각자의 꿈과 비전을 말하고 다른 가족과 의견을 나눈다면 언젠가 발생할지도 모를 비전 갈등과 스트레스를 예방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덧붙여 자녀의 위시 리스트(wish list)와 가족 전체의 위시 리스트를 함께 작성해봄으로써 가족 구성원과 가족 전체의 비전을 조정하는 게 좋다. 이처럼 가족 리스크를 예방하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가족 전체가 하나의 팀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동일한 가치를 공유하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공유는 중요하게 여기면서 정작 가족 간 공유는 부족하다는 건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2016.11.09 1062호 (p60~61)

김광주 웰스도우미 대표 www.wealthdon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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