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8

2005.11.01

‘참농군’ 정경식의 새로운 실험

전북정농영농조합법인 통해 친환경 농산물만 공급 … “학교 급식 지원센터로 키우겠다” 부푼 꿈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5-10-26 15: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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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농군’ 정경식의 새로운 실험

    서울의 한 귀농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는 정경식 대표.

    한적한 농촌 마을 전북 김제시 봉남면 대송리의 아침은 전북정농영농조합법인(이하 법인·대표 정경식)이 연다. 이른 아침 법인 직원들의 분주한 손놀림에 이은 자동차 엔진 소리가 마을을 깨우기 때문이다. 아침 7시, 신선한 급식 재료를 일선 초·중등학교에 배달해주기 위해 법인 소유 탑차 4대가 일제히 법인 물류센터를 빠져나가면 대송리는 다시 한적한 농촌 마을로 돌아온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오전이 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인근에서 각종 친환경 농산물을 들고 찾아오는 농민들이다. 이들은 법인이 물류센터 구실을 하기 때문에 판로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법인의 김여경 과장은 “전북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농산물을 우선적으로 취급한다”고 말했다. 현재 취급 품목은 우리 밀 빵, 라면 등 가공식품까지 포함해 200여 가지에 이른다. 이 가운데 학교에는 주곡 및 잡곡류, 과일, 채소, 닭 등 50여 가지를 공급하고 있다. 법인의 한 달 매출은 7000만~1억원 정도.

    전북 10개 학교에 우리 농산물 공급

    지난해 말 물류센터를 완공한 법인이 전국적인 관심 대상이 된 것은 농림부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데다 법인의 정경식 대표가 20년 전부터 무농약 유기농사를 지어온 ‘참농군’이기 때문. 여기에 그가 이 법인을 장차 전북 지역의 학교 급식 지원센터로 만들 꿈을 갖고 있는 점도 한 가지 이유다. 자라나는 학생들을 위해 수입 농산물이 아닌 우리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나 학부모들이 정 대표의 실험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법인이 현재 농산물을 공급하는 곳은 9월에 전북교육청이 지정한 20개 ‘우리 농산물 학교 급식 시범학교’ 가운데 10곳과 전주한울생활협동조합 등이다. 그리고 취급하는 농산물 가운데 과일만 저농약 상품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저농약→무농약→전환기 유기농→유기농의 단계 가운데 무농약 이상을 말한다. 그런데 과일은 재배 기법 등의 문제 때문에 무농약으로 인증받은 농가가 거의 없어 저농약 과일을 납품하고 있다.



    ‘참농군’ 정경식의 새로운 실험

    전주 시내 유치원생들이 심은 무농약 재배 벼를 돌보고 있는 전북정농영농조합법인 직원들.

    그러나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여러 가지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수급. 김여경 과장은 “올 9월부터 갑자기 시범학교에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다 보니 미리 채소류 등의 수요를 파악하지 못했고, 그 결과 수급에 애로가 많다. 물량이 부족한 채소류는 강원이나 경기 하남 등지에서 조달해오고, 대신 전북에서 남아도는 주곡이나 감자, 마늘을 이 지역으로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하면 우리 농업까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학교 급식은 교육적인 견지에서 풀어가야 한다. 단순히 도시락을 싸는 학부모들의 수고를 덜어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친환경 농산물로 학교 급식을 하고, 그런 학교들의 화장실을 바꿔 학생들의 대변을 다시 거름으로 이용하면 농업까지 바꿀 수 있다. 여기에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하는 지역 농가는 학생들에게 자연의 원리에 따라 생명을 가꾸며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산교육 현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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