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6

..

디지털 바다에서 느끼는 LP의 참 맛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5-10-17 09:4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디지털 바다에서 느끼는 LP의 참 맛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48만장의 서태지 7집이었다. 이제 밀리언셀러(100만장 이상 판매)는 좀처럼 나오기 힘들 것 같다. 시장 판도가 음반보다는 디지털 음원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결과라 할 것이다. 실제로 2004년 우리나라의 디지털 음원시장 규모는 2014억원으로 1338억원에 그친 음반시장 규모를 크게 앞질렀다. 2000년의 다섯 배에 달하는 무서운 성장세다.

    하지만 나는 요즘도 CD를 사고, 그보다 더 많이 LP를 산다. 낡은 취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여전히 음반을 사 모으는 것이 좋다. 나만의 보물창고를 채워가는 은밀한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LP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속된 말로 폼도 나고 말이다.

    미국 음반산업협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서 역대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은 지금까지 2800만장의 판매고를 올린 이글스의 베스트앨범 ‘Their Greatest Hits 1971-1975’다. 2위는 마이클 잭슨의 전설적 앨범 ‘Thriller’로 2700만장이 팔려나갔고, 핑크 플로이드의 ‘The Wall’이 2300만장으로 그 뒤를 따랐다.

    국내에서는 1980년 발표된 조용필 1집 ‘창밖의 여자’가 최초의 밀리언셀러라는 것이 정설이다. 가요계가 활황이던 90년대에는 밀리언셀러들이 속출했는데 서태지와 아이들, 김건모, 신승훈, 조성모, H.O.T, g.o.d 등의 앨범이 모두 100만장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이중 역대 최고 기록은 김건모의 3집 ‘잘못된 만남’이 보유한 280만장.

    세계적으로도 음반시장은 깊은 불황의 늪에 빠져 있다. 시장 규모는 계속 줄어들고 있고 미국에서도 2000년대 들어 다이아몬드 앨범(1000만장 이상 판매)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디지털 음원 중심의 급속한 시장 재편은 피할 수 없는 대세지만, 나는 여전히 음반을 산다는 것이 음악과 뮤지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닌가 하는 착각 속에서 산다. 그들이 각각의 곡뿐만 아니라 앨범 전체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악 칼럼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