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5

2005.10.11

바둑 빅쇼 무승부는 이창호의 작품?

이창호 9단(흑) : 창하오 9단(백)

  • 정용진/ 바둑평론가

    입력2005-10-10 09: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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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둑 빅쇼 무승부는 이창호의 작품?
    “대지에서 바둑을 두고 천하의 자웅을 가린다(棋行大地 天下鳳凰).”

    가로, 세로 각각 31.7m인 세계에서 가장 큰 바둑판. 청홍석으로 만들어진 이 바둑판의 무게는 무려 159t이나 나간다고 한다. 흑백의 바둑알을 대신하는 건 소림사 무술 제자인 361명의 무동(武童)들. 그야말로 영화에서나 봄직한 광경이다.

    중국 후난성(湖南省) 난팡창청(南方長城)에는 이러한 대형 바둑판이 있는데, 2003년 조훈현 9단과 중국의 창하오(常昊) 9단의 대국에 이어 올해에도 얼마 전 이창호 9단 대 창하오 9단의 특별대국이 펼쳐졌다. 난팡창청의 성문 위 누각에서 두 사람이 바둑을 두면 그 착점에 따라 흑백의 옷을 입은 삿갓 쓴 무동들이 바둑판 좌표로 뛰어가 자리한다. 이를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장관이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사상 최대의 지상바둑 빅쇼인 이 대국에서 평생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순환 4패빅 무승부가 연출되었다는 사실.

    가 순환 4패(A~D)빅이 나와 무승부로 처리된 종국 장면이다. 우리 바둑 규칙과 달리 중국 규칙에서는 공배도 집으로 처리되기에 장면에서 형세가 불리했던 창하오 9단이 흑1 때 잇지 않고(그러면 10여 집 진다) 백2로 공배를 메워가며 버텼다. 흑3에는 우하변에 백4로 집어넣는 무제한의 양패 팻감을 믿었기 때문. 하지만 대국 후 이 장면(백이 의 패를 되때렸을 때)에서도 흑이 위쪽 패를 양보하고 의 곳에 이어 양패를 해소하는 정도로도 이겼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이창호 9단은 패를 고집했고 결국 와 같은 순환 4패빅이 등장했다. 흑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여러 번 있었기에 이 무승부는 다분히 이 9단이 연출한 감이 짙다. 친구 사이인 창하오 9단을 배려한 면도 있고. 본인은 “막판 시간에 쫓겨 계가가 안 됐다”고 오리발(?)을 내밀지만. 369수 끝, 무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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