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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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명곡에 대한 경의인가, 쉽게 돈 벌자는 상술인가

  • 정일서/ KBS 라디오 PD

    입력2005-10-10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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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 명곡에 대한 경의인가, 쉽게 돈 벌자는 상술인가
    가요계에 리메이크 바람이 거세다. 한두 곡을 리메이크해 앨범에 싣는 정도야 예전부터도 흔한 일이었지만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니 문제다.

    시작은 이수영(사진)이었다. 그녀가 2004년 발표한 앨범 ‘Classic’은 ‘광화문 연가’ ‘꿈에’ ‘그때 그사람’ 등 앨범 전체를 리메이크로 채운 것이었다. 그런데 이것이 대박이 났다.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43만장이라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린 것. 아, 기억을 더듬어보니 이수영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 발표됐던 제목도 똑같은 조성모의 앨범 ‘Classic’ 역시 ‘가시나무’ ‘깊은 밤을 날아서’ ‘춘천 가는 기차’ 등이 수록된 온전한 리메이크 앨범이었다. 아무튼 이수영의 성공은 일순간 리메이크 열풍을 몰고 왔다. 성시경, 서영은, 나얼 등이 뒤를 이었고 김현정의 댄스 리메이크, 마야의 록 리메이크처럼 이른바 컨셉트 리메이크 앨범까지 등장했다. 엠씨 더 맥스는 조용필 리메이크 음반을 발매했고, 최근에는 sg워너비와 싸이, 홍경민까지 동참했다.

    리메이크 자체를 놓고 좋고 나쁨을 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명곡들을 새롭게 만나는 기쁨은 충분히 크다. 하지만 마음 한쪽이 왠지 꺼림칙하다. 작금의 리메이크 열풍은 어디에 기인하는 것일까? 과거의 명곡에 대한 경의도 아니고, 존경하는 선배에게 바치는 헌사는 더더욱 아니다. 힘 안 들이고 돈 좀 벌어보자는 얄팍한 상술일 뿐이다.

    리메이크와는 다르게 샘플링이라는 기법이 있다. 특정 곡의 주요 멜로디를 반복적으로 빌려다 쓰는 샘플링은 현재 힙합계의 가장 흔한 유행 공식이다. 리메이크와 샘플링은 모두 과거의 익숙함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과거 지향적이고 창작과는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그래서 남발하면 위험하다. 이러한 유행이 지속되고 또 성공한다면 누가 쉬운 길을 두고 뼈를 깎는 고통, 산고의 고통이라는 창작의 길을 가려 하겠는가? 하여 이제 그만 리메이크의 열풍은 좀 지나갔으면 싶다.



    음악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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