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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교수’ 이원종의 거친 음식 이야기⑥

무공해 메밀은 ‘혈관 지킴이’

  •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무공해 메밀은 ‘혈관 지킴이’

무공해 메밀은 ‘혈관 지킴이’

메밀국수. 메밀에는 혈관의 저항성을 강화시키는 ‘루틴’이 있어 혈관손상 예방 효과가 있다.

내가 처음 이곳 농가로 이사 왔을 때 우리 집 뒤편의 밭에서는 메밀이 재배되고 있었다. 그래서 이후 몇 해 동안은 늦여름에서 가을까지 방의 뒷문만 열기면 하얀 메밀꽃을 감상할 수 있었다. 메밀은 땅이 메마르거나 가뭄이 심해도 잘 자라며, 병해충의 피해도 적어 농약을 뿌리지 않고 재배하기 때문에 무공해 작물이다. 그런데 어느 해부터인가 뒤편의 밭주인은 메밀 대신 파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메밀꽃은 사라지고 파밭에는 수시로 농약이 뿌려졌다. 방 뒷문을 열어놓고 메밀꽃과 그 위를 날아다니던 나비·벌들을 구경하던 시절은 가고, 이제 파밭에 농약을 뿌릴 때마다 메밀꽃 피던 그 시절을 그리워할 뿐이다.

메밀의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로, 7월 중순에서 하순 사이에 씨를 뿌려 10월 초에 수확한다. 파종 방법은 흩어뿌림, 줄뿌림, 점뿌림 등이다. 메밀은 녹말작물이면서도 단백질 함량(14% 정도)이 쌀이나 밀 등 다른 곡물보다 높으며 리신, 트립토판 등 다른 곡물에 부족하기 쉬운 필수아미노산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 또 비타민으로는 B군, 특히 비타민 B1이 쌀보다 2∼3배 더 많이 들어 있고, 칼슘과 인 등의 무기질도 많다. 예부터 메밀이 부종을 내리게 한다는 말은 흰 쌀밥에는 거의 없는 비타민 B1을 메밀이 보충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메밀이 고혈압에 좋은 이유는 메밀에 모세혈관을 튼튼하고 유연하게 해주어 혈관의 저항성을 강화시키는 루틴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루틴은 폴리페놀 화합물로 비타민 P라고도 불린다. 고혈압증으로 인한 뇌출혈 등의 혈관손상 예방 효과가 있는 루틴은 메밀 100g에 0.1g 정도 들어 있는데, 메밀을 발아시키면 싹이 트는 동안에 루틴의 함량이 증가해 메밀 싹에는 2.7g의 루틴이 들어 있다. 메밀 씨앗은 인터넷이나 유기농 가게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며, 콩나물 재배기를 이용하면 집에서도 쉽게 싹을 틔울 수 있다. 싹을 틔우는 데 적당한 온도는 15~20°C이며, 메밀 싹은 깨끗이 씻어 날로 먹거나 야채샐러드 또는 비빔밥에 넣어 먹으면 좋다.

비타민 B1 풍부 비만 환자에게 좋아

메밀에는 섬유질이 6.5%나 함유되어 있어 장 속의 해로운 물질을 장 밖으로 내보내주고 뱃속의 불결한 것을 모두 씻어주어 설사를 멎게 한다. 또한 속껍질 부분에 많은 섬유질은 위 속에서 부피가 커져 배고픔을 느끼지 못하게 하고 변비도 예방할 수 있어, 체중 조절을 위해 식사를 적게 해야 하는 비만증 환자에게 좋다.



예부터 메밀을 많이 먹으면 속살이 예뻐져 아들을 잘 낳는다는 속설이 있어 마을 부녀자들이 메밀묵 추렴을 곧잘 했다는 얘기도 있다. 또한 중국의 이시진이 지은 본초학 연구서인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메밀은 기를 내리고 장을 좋게 하며 체한 것이나 부종을 내리게 하고, 설사를 그치게 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메밀가루에는 밀가루와 달리 배아가 섞여 있으므로 전분, 지방, 단백질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들이 많아 메밀가루로 만드는 음식은 소화가 잘되기 때문이다.

메밀로 만들어 먹는 음식으로는 메밀국수, 메밀묵, 메밀수제비 등이 있다. 메밀로 만든 국수와 묵은 독특한 맛뿐만 아니라, 영양조성 때문에 저지방·저칼로리 식품을 필요로 하는 비만증, 변비, 고혈압 증세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좋다. 메밀국수에 당근, 양파, 버섯, 완두콩 등을 넣고 메밀국수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주간동아 2005.10.04 504호 (p84~84)

이원종/ 강릉대 식품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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