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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리포트

조계종에 개혁 태풍 불까

법장 스님 열반으로 총무원장 선출 체제 도마에 … 일부 스님들 “장로문화 되살리자” 한목소리

조계종에 개혁 태풍 불까

조계종에 개혁 태풍 불까

조계종 분규 모습. 선거로 총무원장을 뽑는 현행 체제에서는 이러한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법장 스님의 열반은 조계종단에 두 가지 화두를 던졌다. 사후 시신 기증을 이행함으로써 사부대중에게 ‘1700년간 유지해온 다비식 전통을 버리라’는 문제를 내놓은 것이 첫째이다. 둘째로는 총무원장으로 재임중 열반함으로써 1994년 개정된 선거 체제하에서 유지돼오고 있는 현행 총무원장 선출 체제를 전면 재검토하라는 숙제를 던졌다.

조계종은 조계종 내의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 종회위원 80명과 24개 본사에서 각 10명씩 뽑은 240명을 더한 320명의 선거인단이 총무원장을 선출하고 있다. 선거인단 선거이긴 하지만 대통령 선거처럼 1위를 한 후보가 총무원장에 선출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선거는 늘 여당과 야당으로 나뉘어 펼쳐지게 되었다.

탈속을 위해 입산한 승려들 세계에 세속의 풍습이 도입된 것이다. 그로 인한 부작용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총무원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생로병사의 윤회와 같아서 영원히 풀 수가 없다. 때문에 관계자들은 현실에 맞는 차선(次善)을 대안으로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총무원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온 관계자들이 풀어주는 조계종단의 현실을 살펴보자.

현재 선거인단이 총무원장 선출하는 방식

많은 사람은 한국 불교를 정통 선종(禪宗)으로 알고 있다. 과연 그런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삼척동자도 읊을 수 있는 염불이다. 염불(念佛)은 마음속으로 부처를 그리며 부처의 공덕을 칭송하는 수행법이다.

나무(南無)는 ‘귀의(歸依)한다’는 산스크리스트의 음역이고, 아미타불은 극락세계에 살며 인간을 구제하는 부처, 관세음보살은 대자대비한 마음으로 중생을 제도하는 보살이다. 그러니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은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에 귀의해 극락세계에 가서 살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의 발로로 봐야 한다.

극락은 깨끗한 땅 ‘정토(淨土)’로 표현되므로 정토에 계시는 아미타불에 의지하는 종파를 ‘정토종’이라고 한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이 보편화됐다면 한국 불교의 대표는 정토종이어야 한다. 그러나 한국 불교의 윗자리에는 조계종이 있다. 정토종은 중국에서 한때 유행했던 종파이다.

정토종과 조계종은 직관적인 종교 체험으로 견성하는 것을 강조하는 선종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차이도 있다. 자력(自力)으로 깨달음을 얻느냐, 타력(他力)으로 견성하느냐란 차이점이다.

조계종에 개혁 태풍 불까

동안거에 들어간 스님들. 한국 조계종은 자력 견성 전통이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불교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염불을 거듭하다 보면 깨달음을 얻기도 하는데, 염불을 하다가 견성하는 과정을 ‘염불선(念佛禪)’이라고 한다. 염불선은 간절하게 아미타불과 관세음보살을 부르다 득도하는 것이기에 타력에 의한 득도로 분류된다.

‘부처는 똥 막대기다’ ‘병 속의 새를 꺼내라’는 등 말도 안 되는 화두를 들고 고민을 거듭하다 문득 깨달음을 얻는 것을 ‘간화선(看話禪)’이라고 한다. 간화선을 하기 위해 스님들은 선방이나 토굴에서 ‘참선(參禪)’을 한다. 간화선은 자기의 사고와 감각으로 생각을 거듭하다 득도하는 것이기에 자력 견성에 속한다.

화두를 들고 참선을 거듭해 자력으로 견성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종파가 바로 조계종이다. 때문에 매해 여름과 겨울이 되면 1만2000여명의 조계종 승려 중에서 무려 3000여명이 대소 사찰의 선방(禪房)에 들어가 각 3개월간의 하안거(夏安居)와 동안거(冬安居)에 들어간다.

대승불교 중에서 하안거, 동안거에 들어가 간화선을 닦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한국 불교 조계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산 중국과 북한은 불교 전통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고, 일본 불교는 교화(敎化)에 무게를 두다 보니 세속에 파고들어 대처(帶妻)까지 하게 되었다. 대만 불교 역시 포교에 집중해, 산중 수행을 강조하지 않는다.

그동안 선거 때면 오해와 갈등 분출

1000년 전에는 정통 불교를 배우기 위해 한반도에서 대륙으로 사람이 건너갔지만, 이제는 반대로 한반도를 찾아오는 세상이 되었다.

득도를 위해 참선으로 용맹전진하는 스님은 이판승(理判僧)이고, 이판승이 공부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절 살림을 도맡는 스님을 사판승(事判僧)이라고 한다. 스님은 일정 수준에 오르면 이판승이 될 것이냐, 사판승이 될 것이냐를 놓고 고민한다. 막판에 몰려 선택하는 것을 가리켜 ‘이판사판’이라고 하는데, 이 말은 이판과 사판 사이에서 고민하던 승려 문화에서 나왔다.

조계종은 1년에 6개월씩 참선하는 전통이 남아 있으므로 이판승의 전통이 강한 자력 선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절을 찾아온 불자는 스님에 의지해 견성하려 하므로, 스님들은 자기 깨달음보다 불자를 위해 설법하고 예불하는 데 주력하게 된다.

또 신자를 위해 제사를 지내고 포교를 하다 보니 타력 신앙의 전통을 강하게 갖춰야 한다. 이러한 타력 신앙을 하는 이는 사판승인데, 사판승은 절을 중창하는 큰살림까지 도맡는다. 사판승은 절 살림을 도맡을 뿐 아니라 신도를 거느리는 스님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이판승은 자기 득도에만 전념하는 고독한 투쟁을 거듭한다.

이러한 사판승 중에서 뛰어난 이가 자기 절의 주지가 되고, 24개 본사의 주지가 된 후 선거를 통해 ‘조계종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총무원장에 오르게 된다. 물론 조계종에는 종정(宗正)이라고 하는 큰스님이 있지만, 조계종의 모든 것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총무원장이다.

법장 스님은 이러한 조계종단의 모순을 꿰뚫어본 사람이었다. 이판승 중에는 크게 득도해 존경받는 선사(禪師)가 되는 분도 있지만 실패하는 분도 적지 않다. 이러한 스님은 점차 뒷방으로 밀려나 쓸쓸한 노후를 맡게 된다. 뒷방 스님의 쓸쓸한 노후를 위해 법장 스님은 2년 전 보험(자비보시보험) 제도를 도입했다.

또 조계종의 발전을 위해 박물관 등 건물을 신축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과정 속에 속세의 발달된 제도가 산중 문화와 접목하게 되고 바로 여기서 오해와 갈등이 생기게 된다. 오해와 갈등은 차곡차곡 축적됐다가 총무원장 선거가 가까워지면 터져나오면서 사회문제가 되곤 했다.

조계종 발전에 고민해온 스님들은 “조계종에는 어른을 숭상하는 장로(長老)문화가 남아 있고, 그것이 조계종의 선풍을 유지한 기본 틀이었다. 그런데 선거 문화가 도입되면서 이것이 무너지고 금권 문제가 일어났다. 법장 스님의 열반을 계기로 장로문화를 되살리는 쪽으로 총무원장 선출을 바꿔야 한다. 가톨릭계는 교황을 선출할 때 장로라고 할 수 있는 추기경들이 모여 3분의 2 이상 지지자가 나올 때까지 투표를 거듭하는 콘클라베 제도를 택하고 있지 않은가. 조계종도 이러한 것을 연구해 화합하며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주간동아 2005.10.04 504호 (p50~51)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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