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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

‘어영부영’하다 다 戰死한다

육군 과학화 전투훈련장 … 12일간 혹독한 실전 훈련, 대대장이 전사하기도

‘어영부영’하다 다 戰死한다

‘어영부영’하다 다 戰死한다

레이저 빔이 나가는 소총을 들고 진격하는 대항군 병사. 왼쪽 어깨에 차고 있는 계기는 자신이 레이저 빔을 맞았는지 알려준다.

산허리 곳곳에 폭음과 함께 흰 연기가 피어오른다. 공중에서 섬광이 번쩍인다. 한쪽에서는 연막탄도 피어오른다. 계곡에 있던 탱크 3대가 기관총을 발사하며 도로를 건너 침투하고 그 옆을 북한군 역할을 한 공격군이 숲과 개울을 따라 전진한다. 공격군은 오전에 침투를 개시해 포 사격으로 먼저 진격 예상로를 제압해둔 상태다.

반대편 숲 속에서는 이를 저지하는 부대의 기관총 소리가 도처에서 들려온다. 지휘대 옆 통제 차량에 설치된 화면과 12km 떨어진 중앙통제 본부 화면에는 전장(戰場)의 훈련 모습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 모든 장병의 위치와 이동 상황까지 파악된다. 방어군의 한 병사가 전사했다. 대항군 어느 병사의 어떤 총에 맞았는지까지 나타난다.

훈련이지만 실제 전투 상황과 같다. 다만 실탄이나 포탄이 아닌 레이저를 이용한 공격과 방어이기 때문에 실제 인명 피해는 없다. ‘실탄 없는 실전 훈련’이다. 9월8일 강원도 인제·홍천에 걸쳐 있는 육군의 과학화 전투훈련장에서 실시된 대대급 훈련 장면이다.

중앙통제실서 실시간 전투 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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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가 쏜 대전차 포에 명중된 전차에서는 연막이 올라간다.

훈련에 참가하는 모든 장병과 화기 및 전차에는 레이저 발사기와 감지기가 부착되어 있다. 이날 훈련의 대표적인 것은 중앙통제형 교전훈련 장비인 ‘마일스(MILES: Multiple Integrated Laser Engagement System)’, 즉 ‘다중통합레이저 훈련체계’다. 각종 무기에 레이저 빔 발사장치를 부착하고 표적에도 레이저 빔 감지기를 부착해, 사격할 때 표적의 명중 여부를 판별하는 훈련 시스템. 대항군의 각종 무기에는 북한군이 운용하고 있는 각종 무기의 제원과 특성이 입력돼 있다.



방아쇠를 당기면 레이저 빔이 발사되고, 이 레이저 빔에 맞으면 팔에 부착된 감지기가 경보음을 울린다. 피해 정도에 따라 사망, 중상, 경상으로 나뉘고 현장에서 ‘퇴출’로 분류된다. 레이저 빔에 맞은 장병은 그 자리에서 철모를 벗고 누워 있어야 한다. 물론 피해 장병이 갖고 있는 총도 제어장치가 되어 있어 더 이상 레이저 빔이 발사되지 않는다. 탱크도 공격을 받으면 흰 연기와 함께 기능이 정지된다. 중앙통제 본부에서는 모든 전투행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소대급 이상 부대에는 관찰감독관이 24시간 따라다닌다. 훈련 장병들은 선수가 되고 관찰감독관은 심판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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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련장 상황을 살펴보는 중앙통제본부 모습.

때문에 참가 장병들은 혹독한 실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 중 숲 그늘이나 계곡에서 쉬거나 대충 하는 훈련 방식은 통하지 않는다. 지난번 훈련에서는 참가 대대장이 전사하는 일도 발생했다고 한다. 과거 군에서 하던 것처럼 시나리오에 따른 훈련이 아니라 현장에서 지형지물이나 각종 정보를 바탕으로 작전계획을 짜고 훈련에 들어간다. 대항군은 전 육군에서 선발해 100km 행군 등 맹훈련을 거듭한 장병들인지라 훈련장 지리에도 익숙하다. 때문에 훈련 온 대대의 지휘관은 고심을 거듭한다. 현장의 한 장교는 “대충 준비하는 대대는 전 병력이 전사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투 훈련은 2박3일간 주야로 계속된다. 그 다음에는 방어군과 대항군의 임무를 바꾸어 다시 2박3일 실시된다. 이 같은 대대급 훈련은 12일간 계속된다. 육군은 이 같은 과학화 전투 훈련단, 즉 KCTC(Korea Combat Training Center)를 창설한 지 7년 만에 대대급 부대가 첨단 장비를 활용해 모의 전투를 벌일 수 있는 ‘과학화 전투 훈련체계’를 구축하고, 이날 육군 수뇌부와 국회 국방위원 및 보도진이 참석한 가운데 훈련 장면을 공개한 것.

훈련장은 3577만 평의 부지에 3개 형태의 훈련 코스를 개발하고 첨단장비와 무선통신 기술을 혼합해 훈련 체계를 구축하는 데 2900억원이 투입됐다. 훈련장의 해발 1000m 되는 정상에는 훈련 현장의 각종 상황과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중앙통제본부로 광케이블이 연결된 5개의 중계탑이 설치되어 있다. 인공위성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하는 GPS시스템도 가동하고 있다.

훈련 모습을 실시간 파악하는 디지털 상황도, 훈련 분석, 사후 검토 및 지원체계 구축 등 이 시스템 가동에는 1만8000개의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통합, 연동되고 있는데, 이 기술은 국내 기술진에 의해 개발된 것.

신기술 적용 세계 최고 수준

교전정보 일치율(훈련장에서 발생한 전투 정보가 변질되지 않고 무선데이터 통신망을 통해 중앙통제본부로 전송되는 비율)이 99.1%로 다른 국가의 95%에 비해 우수하다. GPS를 이용한 개인 및 장비의 위치 식별 오차 범위도 10m 이내로 미국 16m, 영국 20m, 일본의 100m보다 뛰어나다.

육군은 대대급 훈련의 신기술 적용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규모면에서는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라고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과학화 훈련장 구축은 세계에서 열 번째로 했지만, 훈련장 구축 보유 기술은 미국·독일·일본·프랑스에 이어 다섯 번째 국가가 됐다.

미국 육군은 워싱턴 주 포트루이스에 사단급 부대가, 텍사스 주에는 군단급 부대가 공방전을 펼칠 수 있는 훈련장이 있으며, 1차 걸프전 때는 참전 미군 전부가 과학화 훈련을 받고 투입됐다고 한다. 주한 미 2사단 보병부대도 소대급 또는 중대급 단위로 과학화 훈련을 수시로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초 이라크로 차출된 보병대대를 불과 3개월도 안 되어 전투 현장에 투입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훈련체계 덕분이라고 한다.

‘어영부영’하다 다 戰死한다

레이저 빔을 맞은 병사의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관찰감독관.

실제 훈련을 하기에는 제한이 따르는 대포 등 곡사화기, 지뢰지대 설치와 돌파, 화학전, 항공전력 지원, 상급 및 인접 부대의 기동 등은 사이버 상황으로 전개하여 피해 정도를 판별한다. 예를 들어 대포의 경우 관측병이 상대의 좌표를 입력하면 중앙통제본부의 컴퓨터가 사이버 포탄을 발사하고 피격 지점에 있는 병력과 장비는 피해를 입는 것으로 계산된다. 항공 지원도 마찬가지.

화학전 훈련도 특정 지점에 사이버 화학탄을 발사하면 피격 지점은 사이버 오염지역으로 설정되는데, 이 지역에 있는 장병들은 9초 이내에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으면 모두 전사로 처리된다. 지뢰지대는 통제관이 입력하며, 훈련부대는 컴퓨터에 나타난 지뢰지대의 현장을 개척하고 통과해야 한다.그렇지 않고 진입할 경우에는 자동으로 해를 입게 된다.

육군은 올해 말까지 5개 대대를 과학화 훈련 시범부대로 선정해 훈련하면서 발생할 수도 있는 시스템 오류의 수정과 훈련 효과의 제고 방안을 수립한 뒤 내년부터는 17개 대대씩 매해 훈련에 투입할 예정이다. 연간 훈련부대 수가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과학화 훈련 효과를 확산하기 위해 34개 대대를 관찰부대로 선정해 훈련 효과를 측정할 예정이다.

육군은 대대급 훈련 체계를 2010년에는 연대급으로 확장해 보병연대가 평균 1년 반 만에 한 번씩 과학화 훈련을 받을 수 있어 전투력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

육군은 과학화 훈련을 함으로써 실제 훈련에 따른 고가의 탄약과 포탄을 사이버로 대체하고 실제 사격으로 인한 전장 소음, 대부대 기동훈련에 따른 자연훼손·농경지 파괴 등 민원도 최소화할 수 있어 연간 2700억원의 예산절감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간동아 2005.09.20 503호 (p64~66)

  • 최맹호 기자 m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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