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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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生)예술,아시아 문화 발전소

  •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정책팀장

    입력2005-08-25 16: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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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쌩(生)예술,아시아 문화 발전소

    8월28일까지 홍대 앞에서 열리는 제8회 서울프린지 페스티벌. 콘서트·전시·연극 등 모든 분야의 실험과 자유로운 정신이 대중들과 만나는 자리다.

    아시아 독립예술의 미래, 꿈꾸는 열정의 축제를 표방하는 제8회 2005년 프린지 페스티벌이 ‘몽유열정가’라는 구호를 내걸고 8월28일까지 뜨거운 열정을 발산 중이다.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은 나의 느낌대로 표현한다면 ‘쌩(生)예술’ 페스티벌이다. 펄떡펄떡 살아 있어서, 생경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장하고 있어서다.

    서울프린지 페스티벌은 1998년 독립예술제란 이름으로 시작하여 이제는 아시아의 프린지 문화를 상징하는 잔치로 발전했다. 세계적으로 프린지 페스티벌은 격식 있는 공간에 ‘초대받지 못한 손님’들이 자신들의 자유로운 마당을 열면서 시작되었다.

    에든버러의 프린지 소사이어티(The Festival Fringe Society), 아비뇽의 오프(The Off)에서 실험정신과 자유로 무장한 채 시작된 프린지는 이후 세계 3대 공연축제의 막내인 호주의 아델레이드 프린지 페스티벌로 이어져 1990년대까지 프린지 운동으로 번졌다. 현재 아시아의 싱가포르, 홍콩, 방콕, 서울, 마카오의 프린지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0여개가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서울프린지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다른 지역의 프린지는 인(In)이라고 할 수 있는 정통 예술제와 공존하는데, 우리의 프린지는 1000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하는 서울의 최대 예술축제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프린지가 대학로와 예술의 전당 등 정통 예술공간에서 시작하여 홍대 앞으로 옮겨오면서 서울프린지만의 독립성을 갖추게 되었고, 여기에는 예술적 실험에 대해 그나마 관용을 보이는 ‘예술계의 게토’인 마포구 일대의 자유로운 공기가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이는 1년에 한 번 열리는 프린지 페스티벌 외에도, 창작예술 시장의 원조인 프리마켓이 연중 내내 벌어지고 있는 놀이터나 대중예술의 층을 넓혀가고 있는 인디 음악의 산실 등이 프린지 페스티벌과 공존하며 자생적인 발전소의 토대를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또한 아시아 6개국 302팀이 참여하여 독립예술의 마당발을 동북아 중심 국가 이전에 실현하고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럼에도 프린지 페스티벌과 홍대의 예술 게토는 늘 여러 가지 위협과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 실험예술의 중심이 될 수 있는 ‘당인리 화력발전소’(이창동 전 문광부 장관의 계획이었다)가 방향을 잃고 있다. 또 홍대 앞이 급속하게 상업화하면서 예술 창작의 굿판이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큰 위협은, 여전히 우리가 이러한 자유정신을 용납하지 못하고 튀는 것에 대한 병적인 ‘증오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린지와 예술꾼들이 홍대 앞을 떠나 새로운 량산포에 정착하더라도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예를 들어 생방송 중의 나체 사건을 홍대 문화 전체의 일탈로 매도하거나 정책적으로 위협하기까지 하는 현 상황은 이미 우리 사회에서 익숙한 짓거리들이지만 화가 나는 작태다. 전체에 모든 것을 꿰맞추고, 비난도 공동으로 하는 ‘단체기합’이야말로 서울프린지나 홍대 앞을 넘어서 ‘문화 사회’를 거부하는 집단적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멀리 보면 개인들의 문화적 사고, 다양성과 관용이 살아 있는 비판과 논의,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움에 대한 존중이 아시아의 미래를 향해 가는 서울프린지를 우리의 자랑거리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문화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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