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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이동통신사 과다 마케팅 생존권 위협 … “남의 돈으로 고객에게 생색” 비난 빗발

“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대기업의 제휴카드로 인해 더 이상 자영제과점주들이 피눈물을 흘려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생존권 수호를 위해 분연히 일어서야 합니다….”

제과점 사장님들이 단단히 화가 났다. 7월26일 서울 양재동 대한제과협회. 전국에서 몰려온 100여명의 각 시도 지부·지회 임원들은 ‘이동통신사 제휴카드 폐지 및 생존권 보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를 결성하고 그 구체적 활동 방안을 논의했다.

제과업 생존권 보호 비대위 결성

이들은 “파리바게뜨, 크라운베이커리,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SK텔레콤(이하 SKT), KTF, LG텔레콤(이하 LGT) 등 이동통신업체 카드 소지자에게 20~40%의 할인 혜택을 주는 바람에 전국 자영 제과점들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동통신사들이 고객에게 이윤을 돌려주고자 한다면 비싸기로 소문난 통신요금을 낮추는 것이 순리 아니냐”는 주장이다.

제과 프랜차이즈 업계가 이동통신사들과 제휴 마케팅을 펼치기 시작한 것은 2000년경부터다. 전국에 1300여개의 직영점 및 가맹점을 갖고 있는 파리바게뜨는 SKT와, 750여개를 갖고 있는 크라운베이커리는 SKT·KTF와, 매장 수 520개인 뚜레쥬르는 KTF·LGT와 제휴를 맺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들은 소비자가 갖고 있는 통신사 카드의 종류에 따라 제품 값을 20%에서 40%까지 할인해준다.



“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SK텔레콤 카드 소지자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패밀리 레스토랑 ‘베니건스’와 ‘TGI 프라이데이즈’.

업계 관계자는 “2002년까지만 해도 제휴카드를 활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았는데, 이동통신 번호이동성제 시행 후 홍보가 많이 되면서 사용자가 크게 늘었다”며 “그 때문인지 지난 2년간 1655곳의 자영 제과점이 문을 닫은 반면, 극심한 불황에도 프랜차이즈 제과점은 오히려 357개가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프랜차이즈 제과점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제휴 마케팅을 크게 반기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할인으로 인한 부담을 이동통신사와 프랜차이즈 본사, 가맹점주가 대략 3대 3대 3 비율로 책임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A 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이모 씨는 “손님이 늘긴 했지만 할인액의 30% 이상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순이익은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며 “혹 다른 제과점에서 같은 서비스로 손님을 빼앗아가지 않을까 걱정돼 본사 정책에 동의하고는 있지만, 마음 같아선 제과업계 전체가 이동통신사와의 제휴를 그만뒀으면 한다”고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이동통신사 가입자 수가 국민의 80%를 넘어선 지금, 제휴 마케팅은 사실상 빵값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7월26일 서울 양재동 대한제과협회 회의실에서 ‘제휴카드 폐지 비상대책위’ 발대식을 하고 있는 제과업계 지역 대표들.

실제로 2, 3위 프랜차이즈 업체인 크라운베이커리와 뚜레쥬르는 “파리바게뜨만 제휴 마케팅을 그만둔다면 우리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크라운베이커리 관계자는 “우리는 40% 할인의 경우에도 가맹점주들에게 20% 할인과 같은 수준의 부담만 지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의 점주들은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라며 “이동통신사 제휴카드는 이제 제과업체의 계륵이 됐다”고 말했다.

한 제과업체 관계자는 “사실상 문제의 핵심은 SKT 카드다. 워낙 사용자가 많은 데다 40% 할인을 받는 VIP 고객 수도 적지 않다. SKT가 제과업계와 처음 제휴할 때는 할인 비용을 SKT가 절반, 제과업계가 절반 부담하는 것으로 했으나 자신들의 영향력이 커지자 우리 쪽(제과업계) 부담을 조금씩 늘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지금과 같은 3(SKT)대 6(제과업계) 비율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7월1일자로 SKT와 제휴가 끝난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우리 역시 해가 갈수록 더 큰 부담을 지게 됐다. 극장 할인도 처음에는 SKT가 100% 부담하다 이젠 영화관 쪽에서 40~50%를 책임지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또 “제휴 관계가 끊어지는 바람에 고객 수가 줄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한편으로는 더 이상 SKT의 영향권 아래 있지 않아도 돼 오히려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빌어먹을 제휴카드 동네 빵집 다 죽이네”

이동통신사 제휴카드로 할인 혜택을 받고 즐거워하는 용산CGV 관객들.

SKT가 이처럼 막강한 영향력으로 타 업종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에 대해 서비스 업계에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영화관 마케팅 담당자는 “각 업종은 나름의 경쟁 포인트가 있다. 좋은 서비스는 기본이요, 제과업체와 외식업체는 맛으로, 영화관은 우수한 시설과 콘텐츠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본질 요인이 아닌 이동통신사 제휴 유무로 고객을 뺏고 빼앗겨야 한다는 점이 갑갑하다”고 말했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 역시 “이동통신 요금은 사실상 정부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지 않나. 그렇게 자신들의 이득은 챙길 대로 다 챙기면서 약자의 위치에 있는 타 업종의 매출을 갉아먹는 방식으로 고객들에게 생색을 내는 것은 비겁한 짓”이라고 성토했다.

무엇보다 각 업종 관계자들을 힘 빠지게 하는 것은, 이동통신사 카드 사용자들이 ‘내 고객’이 아닌 ‘이동통신사 고객’이라는 점이다. 한 제과 프랜차이즈 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예를 들어 VIP 카드 소지자는 우리 우량고객이 아니라 SKT 우량고객이다. 고객 관리라는 부분에서 제휴 마케팅은 이동통신사가 ‘거의 다 가져가는’ 게임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처럼 제휴카드가 ‘필요악’에 가까운 것이라면 애초부터 멀리하거나 나름의 부작용 방지책을 마련했으면 될 일 아닐까. 실제로 “SKT 쪽이 우리에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해 7월1일자로 제휴 관계를 청산했다”는 한 외식업체 측은 “처음 제휴를 시작할 때부터 이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할인이 아닌 컵 사이즈 업그레이드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스타벅스가 워낙 막강하고 차별화된 브랜드를 갖고 있기에 가능했던 일인지도 모른다. 고만고만한 업체끼리 혈투에 가까운 경쟁을 벌이고 있는 타 업종에선 ‘할인을 통해 경쟁사의 고객을 빼앗아올 수 있다’는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려웠을 일이다.

공정위 “의도적 시장 왜곡 조사 대상”

실제로 파리바게뜨 마케팅담당 임원은 “SKT 제휴를 통해 큰 이익을 얻었다. 가맹점들도 덕을 많이 봤다. 이제 와서 부담이 크니 어쩌니 하는 건 그야말로 본전 생각만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도 가맹점들이 정말 원치 않으면 안 한다. 하지만 우리가 (제휴 마케팅을) 안 한다면 다른 업체들이 가만있을 것 같냐. 계속 간다는 것이 우리 방침”이라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SKT의 생각은 어떨까. SKT 로열티마케팅팀 한권희 부장은 “제휴 마케팅이란 쌍방의 요구가 맞아떨어져 이루어지는 거다. (상대편에서) 손해가 난다면 왜 하겠나. 우리 카드의 힘으로 타 업종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점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자영 제과점주들의 제휴카드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할인 혜택이 없어도 빵 맛이 정말 좋은 가게는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객 카드에 마일리지를 쌓아주는 것보다는 요금을 낮추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렇게 따지면 실제로 주고받는 그 상품 외에는 고객에게 아무것도 주지 말란 얘기냐”고 반발했다.

제휴카드가 고객에게 이득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고객으로선 이동통신사 마일리지와 더불어 식당·제과점·극장 등이 부담하는 비용만큼까지 할인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동통신사가 타 업종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끼치거나 중소상인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상황마저 나 몰라라 할 수는 없다.

공정거래위원회의 한 고위 인사도 “만약 이동통신사가 제휴카드를 무기로 타 업종에 대한 의도적 시장 왜곡에 나서거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활동을 펼 경우 당연히 조사와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휴카드 할인으로 자영 제과점들이 문을 닫게 되면 그들이 가진 독창적 기술과 노하우도 함께 사장돼버리고 만다. 결국 프랜차이즈 업체들만 살아남는다는 뜻인데, 이는 해당 산업 발전을 저해할 뿐 아니라 소비자 이익에도 배치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5.08.09 497호 (p40~41)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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