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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책|‘비밀과 음모의 세계사’

베일 벗은 역사의 스캔들

베일 벗은 역사의 스캔들

베일 벗은 역사의 스캔들
역사를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국익 혹은 집단이익과 결탁한 검은 권력이다.”

전 세계를 피로 물든 전쟁으로 몰아넣은 나치 전범들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미국 중앙정보국(CIA) 전신인 전략첩보국(OSS)의 도움으로 중남미로 피신하거나 신분을 감추고 미국에 당당히 입국했다. 또한 재산을 보호받고 안전한 은신처와 버젓한 직장을 구할 수 있었다. 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세계사 이면에는 음모와 비밀, 스캔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이 모든 것들은 최고 권력자를 뒤에서 조종하는 개인이나 조직, 또는 첩보원이나 비밀 임무를 띤 특사가 맡았다. 책은 중세 비밀결사부터 미국의 이라크 침공까지 세계 역사를 아우르며 거기에 얽힌 비밀과 음모를 하나하나씩 벗겨낸다.

1944년 독일에 패망의 그림자가 짙어지자 미국은 전후 공산주의가 나치만큼 위험한 존재로 등장할 것임을 간파한다. 미국 정보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 정부에 쓸모 있는 나치 전범을 미국으로 이주시킬 수 있는 통로를 만들라고 독촉한다.

독일이 항복을 선언하자 연합군 합동참모본부는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전범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체포하되 “첩보 및 기타 군사적 이유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경우 예외를 두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러나 ‘예외’에 해당하는 나치 전범 중 가장 유명한 인물인 게슈타포 장군 라인하르트 겔렌은 이미 미국의 수중에 있었다.



전세가 기울자 겔렌과 게슈타포 간부들은 미국에 투항하기로 마음먹고 소비에트 세력에 관한 방대한 양의 자료를 무기로 미국과 거래한다. 1945년 8월24일 겔렌은 미국군 장군으로 신분 세탁을 한 뒤 위싱턴에 도착, 또 다른 인생을 시작한다. 냉전시대 나치 전범 조직은 CIA의 비호 아래 극우 가톨릭, 마피아, 신파시스트 세력과 연계해 수많은 부정부패를 저질렀다. 저자는 CIA가 가장 악랄한 범죄자들이 법의 심판대를 피해갈 수 있게 도와주고, 심지어 막대한 자금을 지급해가며 ‘악마와 거래’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78년 8월26일 알비노 루치아니 이탈리아 추기경이 교황 요한 바오로 1세로 취임한다. 서민적이고 겸손한 이미지로 전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던 ‘미소 짓는 교황’은 교황 역사상 가장 짧은 취임 33일 만에 서거했다. 교황이 바티칸 금융기관의 부정거래를 눈치채자 이들 세력이 제거했다는 음모론과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는 주장이 아직도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가른 것은 노르망디 상륙 작전이었다. 연합군은 독일군 눈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사상 최대 양동작전을 벌인다. 연합군의 상륙 지점과 상륙 날짜를 잘못 알게 된 독일군은 병력을 엉뚱한 곳인 파드칼레에 배치했다. 결국 노르망디 주둔 부대인 독일 제7군의 지원 요청에도 독일군은 속수무책으로 연합군의 프랑스 상륙을 허용하고 만다. 양동작전은 46년이 지난 1990년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 군대를 다국적군이 몰아내는 과정에서 또다시 주목을 받는다. 노먼 슈워츠코프 장군이 이끄는 다국적군은 쿠웨이트에서 대규모 상륙작전을 벌일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한 뒤 대담한 지상전을 벌인다.

책은 또 고대 그리스의 가공할 무기에서부터 우주 개발 전쟁을 촉발한 비밀 작전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 비밀 무기 프로젝트 등 흥미진진한 세계사의 35가지 음모와 스캔들을 펼쳐놓는다.

인간의 역사에는 늘 음모론과 스캔들이 따라다닌다. 그것은 역사의 승자가 되었건 패자가 되었건 아쉬움과 회한이 남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음모와 스캔들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조엘 레비 지음/ 서지원 옮김/ 휴먼 앤 북스 펴냄/ 360쪽/ 1만7000원





주간동아 2005.07.19 494호 (p66~67)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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