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0

2005.06.21

“피는 못 속여” 건강도 맞춤시대

평생 한 번의 유전자 검사 가족력 확인 … 생활환경 개선·교정으로 질환 예방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6-16 17: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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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는 못 속여” 건강도 맞춤시대

    삼진제약㈜ 유전자 검사장에서 스티커형 패치를 이용해 유전자 검사를 받고 있는 가족(왼쪾). 삼진유진테스트 연구원이 유전자 검사를 하고 있는 모습.

    자영업을 하는 심광연(44·가명) 씨는 최근에야 비로소 20년 넘게 피워왔던 담배를 끊었다. 금연을 위해 온갖 방법을 다 써봐도 소용없었는데, 우연히 유전자 검사를 통해 폐에서 담배의 발암물질을 분해하는 기능을 가진 유전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더 이상 담배를 피울 용기가 나지 않았기 때문.

    다섯 살짜리 딸아이를 둔 김수연(31) 씨도 최근 의사 권유로 아이의 비만 관련 유전자 검사를 한 뒤 식사·운동 등 육아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기로 했다. 검사 결과, 아이가 지방분해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로 인해 몸에 지방이 쉽게 축적돼 살찔 가능성이 크다고 했기 때문이다.

    최근 자신의 유전자 검사를 통한 ‘맞춤식 건강관리’가 각광받고 있다. ‘피는 못 속인다’는 말도 있듯, 부모와 자식 사이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서로 닮았기 때문. 이때 생김새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 정보도 부모에게서 물려받는데, 유전적 질병 소인들을 찾아내 훗날 자신에게 생길지도 모를 각종 질병에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바로 ‘유전자 검사를 통한 맞춤식 건강관리’다.

    부모에게 물려받는 질병 정보 파악

    일반적인 건강검진은 몸에 이상신호를 느꼈을 때 주로 하는 데 비해, 유전자 검사를 통한 맞춤식 건강관리는 평생 단 한 번의 검사로 ‘가족력’을 확인한 뒤 거기에 맞게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교정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면 쉽다. 아예 신생아 때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를 해 맞춤식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으며, 해당 연령대에서 발병 위험이 높은 질환이나 가족 중에 당뇨·치매가 있을 경우 자녀들 또한 그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미리 조심할 수 있게 조치해주는 셈. 실제 전문 유전자 검사법인 삼진유진테스트의 경우 신생아부터 청소년까지는 비만·심혈관 질환·소아 당뇨·요통 등의 검사 의뢰가 많고, 20·30대에서는 비만·알코올 분해 능력·요통·고지혈증, 40·50대 이후 중·장년층에서는 치매·골다공증·당뇨·폐암·심혈관 질환 등 치명적인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가 주로 많이 시행되고 있다.



    유전적 소인이 질환 발병과 반드시 연결된다고는 할 수 없지만, ‘참고’ 차원에서라도 위험 정도를 미리 알아두면 더욱 적극적으로 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이 유전자 검사의 장점이다. 즉 검사 후 폐암 유전자를 보유했음이 판명되면 90% 이상이 곧바로 금연을 실천한다든가, 특정 유전자 변이 때문에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되면 음주를 자제하는 것처럼 질병 유발 환경에 가능한 한 노출되지 않도록 조심할 수 있다. 유전자 검사는 또한 코앞으로 다가온 맞춤의학 시대에 개인별 맞춤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제공하며, 유전적 소인 확인 후 정기적으로 검진을 하게 돼 실제 질병이 생기더라도 이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된다. 삼진유진테스트 박시경 박사는 “유전자는 변하지 않기 때문에 신생아 때 비만, 체력 등의 유전자 검사를 한 번만 해두면 부모는 아이의 식생활부터 생활습관까지 더욱 세밀하게 관리할 수 있으며, 중·장년층의 경우 당뇨나 치매 관련 검사를 하면 한 해라도 빨리 이들 질환을 막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며 유전자 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기존의 유전자 검사가 유전자 채취 과정이 매우 복잡해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유전자 채취 방법은 주로 혈액이나 모근(毛根), 입 안 상피세포, 타액 등을 통한 것. 이 방법들은 각각의 장점에도, 채취 방법이 힘들거나 채취과정에서 감염될 우려가 있고, 때로는 손상되거나 뒤바뀌는 등의 문제점도 안고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세계 최초로 피부세포를 통한 유전자 검사법이 국내에서 개발돼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일반인들로 하여금 유전자 검사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바로 스티커형 유전자 검사법이 그것이다. 이 진단 키트는 특수 시약(세계특허 출원 중)으로 처리된 스티커형 패치를 피부에 15~20초간 붙였다가 떼내 피부세포를 채취, 이를 재처리한 뒤 유전자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가까운 병원에서 간단한 법적 절차를 거치면 신생아, 노약자 할 것 없이 누구나 검사가 가능하며, 이는 향후 미아 찾기, 불의의 사고 대비 등 공익적 형태의 유전자 보관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와 맞춤식 건강관리가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긴 하지만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유전자 검사가 정부에 의해 엄격히 규제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테두리에서 반드시 질병 진단 및 예방 목적으로만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일부 유전자 검사기관이 유전자 상담사라는 민간 자격증까지 내걸고 불법 영업을 한 사례들이 적발됐는데, 현행법상 질병 진단과 관련된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의료기관을 통해서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또한 질병 관련 이외에 과학적 입증이 불확실한 신체 외관이나 호기심, 성격, 지능, 중독 등 외모나 인성유전자 검사도 엄격히 금지돼 있다. 따라서 일반인들의 질병 관련 유전자 검사는 반드시 병원과 연계된 신뢰성 있는 기관에서 시행돼야 한다.

    도움말 : 삼진제약㈜ 삼진유진테스트 박시경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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