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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글리시라도 괜찮아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홍중식 기자

콩글리시 찬가
신견식 지음/ 뿌리와이파리/ 340쪽/ 1만5000원

플루언트
조승연 지음/ 와이즈베리/ 312쪽/ 1만5000원

과음으로 단기기억상실이 됐을 때 흔히 ‘필름이 끊겼다’고 한다. 이 말은 어디서 유래했을까. 신견식 전문번역가에 따르면, 원시 게르만어 felma(n)에서 유래한 영어 ‘film(얇은 껍질, 막, 층)’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현대 독일어 fell 및 현대 영어 fell(모피, 털가죽)과 뿌리가 같다. 즉 필름과 양피지는 어원이 같은 단어다. ‘필름이 끊기다’는 예전에 영화 상영 도중 화면이 끊기는 일이 잦은 데서 생긴 말로 보이는데, 2013년 12월 4일을 끝으로 영화관에서 필름 영사기가 사라졌으니 이제 ‘필름이 끊기다’는 비유로만 남은 셈이다.

흥미롭게도 영어에서는 ‘필름이 끊기다’라고 할 때 film을 사용하지 않고 ‘to have a blackout’이라고 하는데, 독일어에 비슷한 표현이 있다(누군가에게 필름이 찢어졌다 : jm, ist der Film gerissen). ‘필름 끊김’과 관련한 표현은 핀란드어, 폴란드어, 덴마크어, 크로아티아어, 슬로베니아어, 루마니아어, 라트비아어에도 있으며 대부분 ‘온전치 않은 상태’를 가리키는 뜻으로 쓰인다. 이 수많은 나라말에서 ‘필름이 끊기다’ 같은 관용구를 조사한 사람이 바로 ‘콩글리시 찬가’를 쓴 신견식이다.

‘콩글리시 찬가’는 외래어나 콩글리시가 어떻게 생겨났고 세계 다른 언어와 어떤 관련을 맺는지에 초점을 맞춰, 외래어나 콩글리시도 한국 근현대사의 문화유산이며 수많은 언어와 뿌리를 함께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책이다. 더욱이 “한국인도 영어 강박에서 벗어나 한국인끼리는 자연스럽게 콩글리시 어휘를 쓰면 되고, 외국인을 대할 때는 공격적인 영어를 쓰되 협력적으로 세계와 소통하면 된다”는 말에 힘을 얻는 이가 많을 것이다. 그것도 15개 언어를 해독할 수 있는 일명 ‘언어괴물’의 조언이니 더욱 신뢰가 간다.



또 한 명의 언어 천재 조승연이 쓴 ‘플루언트 : 영어 유창성의 비밀’도 ‘언어에는 우열이 없다’는 데서 출발한다. 이 책에서 그는 “언어란 모국어이건 외국어이건 암기 과목이 아니라 문화에 대한 자연스러운 호기심에서 우러나오는 탐구 대상”이라고 말한다. 즉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우는 것은 곧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는 주소를 쓸 때 나라, 도시, 구, 도로, 건물번호 순으로 쓰지만, 미국식 표기는 정반대로 나라가 맨 뒤로 간다. 이는 시공개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동양인은 세상을 ‘큰 것에서 작은 것’ 순으로 보기 때문에 배경을 파악한 후 행동을 지정하며, 서양인은 거꾸로 ‘작은 것에서 큰 것’ 순으로 보기 때문에 자기의 목적을 먼저 말하고 배경 설명을 뒤로 보낸다. 이것이 한국어와 영어의 어순 차이로 나타난다. ‘콩글리시 찬가’와 ‘플루언트’가 강조하는 것은 외국어가 아니라 ‘문화 독해력’이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284쪽/ 1만2000원

2013년부터 최근까지 쓴 작품 8편을 묶은 신작 소설집. ‘나’를 화자로 ‘너’란 존재에 대해 쓴 ‘블랙박스’와 ‘믜리도 괴리도 업시’, 성석제표 해학이 살아 있는 ‘먼지의 시간’, 납북어부 간첩 사건을 묵직한 서사로 밀어붙인 ‘매달리다’, 스마트폰 중독을 다룬 ‘나는 너다’ 등이 실렸다. 표제작 제목은 ‘청산별곡’에서 따온 것으로 ‘미워할 이도 사랑할 이도 없이’라는 뜻. 첫 단편집 출간 20년을 기념해 초기 작품을 모아 ‘첫사랑’도 함께 펴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
최중경 지음/ 한국경제신문/ 308쪽/ 1만4800원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인 저자가 3년간 미국 워싱턴에 머물며 한국 외교의 현주소를 분석한 책. 실제보다 과장된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양다리 걸치기 식 외교의 한계, 일본의 치밀한 한국 따돌리기 외교, 세계 7위의 군사 대국이라는 허구 등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보고, 21세기 새로운 번영을 위한 국가 대전략을 제안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그릿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416쪽/ 1만6000원

‘이를 악물다(grit you teeth)’에 나오는 ‘그릿(grit)’은 불굴의 의지, 투지, 집념 등으로 번역되는데 이 책에서는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정진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저자는 공립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머리 좋은 학생이 평범한 성적에 머물고, 오히려 머리 나쁜 학생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에 주목하고, 시작은 누구나 하지만 완성은 아무나 하지 못하며 그 차이가 ‘그릿’에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편견 : 인류의 재앙
프레데릭 마이어 지음/ 임호일 옮김/ 소명출판/ 211쪽/ 1만2000원

교육학자이자 철학자인 저자는 ‘글로벌 휴머니즘’을 주장하며 만년에는 오스트리아 빈에 ‘국제공동체’를 창설했다. 동양철학을 바탕으로 1974년 발표한 이 책은 ‘왜 편견은 종종 그릇된 교양 이상으로 전수되는 건가요?’ ‘권위적 특징과 편견은 어떤 연관성이 있습니까?’ ‘상투적 사고는 왜 위험한가요?’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세대 간 갈등 역시 편견 때문인가요?’ 같은 질문에 저자가 대답하는 형식으로 정리돼 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360쪽/ 1만6000원


2007년 ‘88만원 세대’를 시작으로 총 4권의 ‘한국경제대안 시리즈’를 발표한 저자가 돌아왔다. 이번 책에서는 2007년을 경계로 급속히 추락하는 한국 경제의 위기 상황과 청년이 처한 현실을 보여주고, 청년들에게 최소한의 삶을 보장해줄 수 있는 최저임금과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특히 청년경제와 공공경제가 결합하는 지점에서 ‘세대 간 연대’ 가능성을 통해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위한 지속가능한 경제학을 선언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공간의 세계사
미야자키 마사카쓰 지음/ 오근영 옮김/ 다산초당/ 400쪽/ 1만7000원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의 저자가 5000년 인류사를 여섯 번의 공간혁명으로 설명한 신작을 발표했다. 첫 번째, 강이 일군 거대한 공간 두 번째, 말이 탄생시킨 새로운 땅 세 번째, 하나가 된 유라시아 네 번째, 대항해 시대가 이룩한 세계 다섯 번째, 자본이 집어삼킨 지구 여섯 번째, 지구를 뒤덮은 전자공간으로 목차를 구성했다. 서양사와 동양사라는 이분법에 익숙한 독자에게 ‘공간’이라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초혼
고은 지음/ 창비/ 304쪽/ 1만3000원

2013년 ‘무제 시편’ 이후 3년 만에 발표한 시집 ‘초혼’에는 1부에 102편의 시와 2부에 장편 굿시 ‘초혼’을 실었다. ‘시인 생활 58년, 시집 여럿.’ 두 줄로 끝나는 간결한 작가 소개지만 ‘구글 알파고에게 없는 것/ 그것이 나에게 있다// 슬픔 그리고 마음’으로 시작한 첫 시 ‘최근’에서부터 시인의 삶을 요약한 장시 ‘시 옆에서-나의 사생활 몇십년으로 하여금’까지 끊임없이 쓰고 지우고 또 쓰는 시인의 삶이 담겨 있다.




콩글리시라도  괜찮아
인간은 과소평가 되었다
제프 콜빈 지음/ 신동숙 옮김/ 한스미디어/352쪽/ 1만6000원


인간보다 더 능숙하게 운전하고, 대법원 판결을 정확히 예측하며, 복잡한 외과수술을 해내는 로봇과 인공지능. 인간이 이들보다 더 잘하려고 애써봤자 결과는 패배일 게 뻔하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 편집장인 저자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이라는 단편적 구도에서 벗어나 공감, 창조력, 사회적 민감성, 스토리텔링, 유머, 인간관계 형성 같은 인간 본성의 가치를 회복하고 키워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주간동아 2016.10.26 1060호 (p72~73)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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