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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도로 위 폭군 관광버스 운전기사 구인난에 ‘아무나’ 몬다

강도와 성폭행범만 아니면 가능?…“지입제 없다”던 국토부 “단속 어렵다” 발뺌

  •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도로 위 폭군 관광버스 운전기사 구인난에 ‘아무나’ 몬다

도로 위 폭군 관광버스 운전기사 구인난에 ‘아무나’ 몬다

울산 관광버스 화재사고와 관련해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자격 요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

“운전자 이씨는 1988년부터 현재까지 음주와 무면허를 포함해 도로교통법 9건, 특례법 3건 등 총 12건의 사고 전력이 있다.”

10월 13일 밤 울산 울주군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부근에서 관광버스 한 대가 도로변 방호벽을 들이받아 화재로 10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 운전자 이모 씨는 방호벽 충돌 이유가 타이어 펑크로 버스가 2차선으로 쏠렸기 때문이라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이씨가 추월하기 위해 무리하게 차선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씨가 몰던 관광버스는 1차로에서 비상 깜빡이를 켠 채 달리다 2차로에서 달리던 버스 2대 사이로 미끄러지듯 들어간 뒤 갓길 쪽에 있던 콘크리트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몇 초 뒤 다시 한 번 가드레일과 충돌해 화염에 휩싸였다.

사고 조사과정에서 이씨의 교통법규 위반 전력이 드러나자 관광버스(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자격 요건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운전기사 개인 성향에 따라 수십 명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점에서 운전기사 채용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전세버스 운전기사는 특정강력범죄, 성폭력범죄, 마약류범죄 전과만 없으면 얼마든지 취업이 가능하다. 운전 관련 법규는 12번이 아니라, 20번을 위반해도 상관없다는 얘기. 결국 국토교통부(국토부)는 10월 16일 “이번 일을 계기로 국토부는 대형 교통사고 유발, 음주·무면허 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기사의 상업운전 자격 취득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입기사를 ‘현대판 노예’라 부르는 이유 

도로 위 폭군 관광버스 운전기사 구인난에 ‘아무나’ 몬다

일 한 건이 아쉬운 관광버스 기사들은 잠을 줄여가며 무리한 운행을 이어가고 있다. [동아일보]

하지만 이 법안은 운전기사 구인난을 겪고 있는 관광버스업계에서 무용지물이 될 공산이 크다. 관광버스 운전은 높은 업무 강도에 비해 급여는 운송업계에서 최하위이라 웬만해서는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대형면허 소지자의 취업을 알선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젊은 사람은 시내버스나 마을버스를 하려고 하지, 관광버스를 몰고 싶어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당장 생계가 어렵거나 나이가 많아 취업이 안 될 때 관광버스로 간다. 구인난이 심각해 회사도 운전기사 자격요건을 따질 형편이 못 된다”고 밝혔다.

서울시 시내버스 운전기사와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급여를 비교해보면 2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서울시가 해마다 3000억 원가량의 지원금을 회사에 지급해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시내버스는 운전기사의 평균 연봉이 5000만 원을 상회한다. 근무시간도 주 40시간으로 제한돼 있어 종사자의 만족도가 높은 편. 반면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급여는 월 150만 원을 넘기 어렵다. 보통 기본급 80만~100만 원에 운행할 때마다 받는 인센티브가 건당 5만~10만 원 정도. 이마저도 회사 재정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말이다.

또 회사에 소속된 운전기사(일명 ‘직영기사’)는 전체 관광버스 운전기사의 20%에도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80%는 운전기사가 개인 돈으로 버스를 구매한 뒤 버스운송업체의 법인으로 등록해 영업하는 ‘지입기사’다. 현재 약 1800개 전세버스업체에 4만5000여 명의 운전기사가 있는데, 이 가운데 80%에 해당하는 3만6000여 명이 지입기사로 일하고 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일감을 받는 대가로 매달 회사 측에 40만~60만 원에 해당하는 ‘지입료’를 지불한다.

10년 넘게 전세버스 지입기사로 일하고 있는 A씨는 “45인승 버스 대당 가격이 1억8000만 원에서 2억 원 정도(새 차 기준)로, 회사가 그 비용을 고스란히 운전기사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그렇다고 버스 소유권이 운전기사 개인에게 있는 것도 아니다. 서류상으로는 회사를 통해 버스를 구매하는 것이라 버스는 법인차량으로 등록된다. 그럼에도 운전기사는 매달 버스 할부금을 회사에 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버스의 법적 소유권이 회사에 있다 보니 간혹 회사와 갈등을 빚는 운전기사는 차 열쇠를 빼앗겨 졸지에 일을 못 하거나 차량으로 담보대출을 받은 업주 때문에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A씨는 “경력 많은 운전기사 가운데 버스 한두 대 안 뺏겨본 사람이 없다. ‘현대판 노예’라고 할 정도로 전세버스 운전기사는 철저히 ‘을(乙)’”이라고 말했다.

일감 배정에서도 지입기사가 더 불리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6년째 지입기사로 일한다는 B씨는 “안정적이고 편한 일거리는 대부분 직영기사에게 먼저 주고, 돈이 별로 안 되는 일거리는 지입기사에게 준다”고 토로했다. 보통 지입버스를 배차하면 계약금을 지입기사가 직접 받아 그중 일부를 업체 측에 지입료로 주는데, 직영버스(회사버스)를 배차하면 계약금 전부를 업체가 받고 그중 일부를 기사에게 주기 때문에 업체로선 훨씬 더 이익이다. 심지어 회사가 지입기사끼리 경쟁을 붙이는 경우도 있다. 가장 낮은 금액을 부르는 지입기사에게 일감을 주고 더 많은 지입료를 챙기는 것.



지입제 불법이라지만 버젓이 영업 

전세버스 운전기사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업무는 기업 출퇴근용 셔틀버스 운전이다. 장기간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운행 사이클도 규칙적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추가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 크다. 그러다 보니 셔틀버스처럼 ‘황금노선’을 받는 조건으로 회사에 들어갈 때는 버스 구매 비용에 지입료 3000만~5000만 원을 추가로 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투자금액이 큰 만큼 수입 창출에 대한 압박이 클 수밖에 없고, 일 한 건이 아쉬운 지입기사는 시간이 빌 때마다 닥치는 대로 운전대를 잡는다. 한 지입기사는 “빚을 내 1억~2억 원에 달하는 버스를 구매하고도 수입은 낮으니, 일의 양을 늘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한탄했다.

이는 결국 운전기사의 과로를 부추겨 승객 안전까지 위협하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전세버스 교통사고는 연간 1100~1200건으로, 한 달 기준 약 100건씩 발생했다. 이로 인해 해마다 40명가량이 목숨을 잃고 2500~3000명이 상해를 입었다. 특히 전세버스 교통사고의 절반 이상은 ‘졸음운전’에 의한 것이다. 특히 봄과 가을에는 수학여행 등 관광 수요가 늘어 하루에도 몇 건씩 운행하는 운전기사가 많다.

일이 많아도 임금은 적으니 피로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고, 일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져 운전이 난폭해질 수밖에 없다. 한 전세버스회사 관계자는 “직업에 자부심을 가져야 즐겁게 일할 텐데, 상황이 여의치 않다 보니 운전이 과격해지고 손님과 마찰을 겪기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입제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동안 지입제의 병폐를 관망만 하던 정부는 지난해부터 불법 지입차량 근절을 위해 몇 가지 방안을 내놓았다. 대표적으로 지입기사 협동조합인 ‘전국전세버스협동조합연합회’(협동조합) 설립 인가를 들 수 있다. 정부는 기존 지입기사들이 지입제를 청산하고 버스회사 직영기사로 들어가거나, 개인 소유 버스를 현물 출자해 협동조합원이 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다. 1월부터 시행 중인 ‘운행기록증’ 부착의무화제도 역시 회사의 관리를 받지 않는 지입버스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운전기사는 버스 앞 중앙에 운행 일시, 목적 및 경로, 운전기사 이름 등을 적어 붙여야 한다.

예를 들어 A사에서 버스를 새벽 통근버스, 오전 관광버스, 저녁 셔틀버스로 하루에 3번 배차할 경우 3번 다 운행기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이 번거로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특히 투명한 경영과 조합원의 재산권을 지키고자 탄생한 협동조합이지만, 조합원들은 오히려 ‘법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우리만 손해’라는 생각이 강하다. 협동조합은 모든 거래에 부가세(10%)를 납부할 뿐 아니라, 협동조합 가입 시 버스 가격의 4%에 해당하는 취득세도 따로 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의 전세버스노동조합은 총 120개, 조합원 수는 3000여 명에 달한다. 이에 대해 한 협동조합 관계자는 “관광버스회사가 운전기사 전부를 직영화하려면 기존 지입버스를 모두 회사가 사야 하는데, 전세버스회사 대부분이 영세해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실적 요금제 정착 가능할까

도로 위 폭군 관광버스 운전기사 구인난에 ‘아무나’ 몬다

관광버스 운전기사들의 발목을 잡는 ‘지입제’는 정부 규제에도 여전히 만연해 있다. [동아일보]

반면 국토부는 “지입제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입제는 처음부터 불법이었고 현재 전세버스 운전기사는 직영기사 아니면 협동조합 기사, 둘 중 하나라는 것.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를 묻자 “불법을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고 모순된 대답을 내놨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불법) 지입기사와 회사가 입을 맞추고 지입제가 아니라고 하면 밝혀낼 방법이 없다. 경찰 조사로 자금을 추적하지 않는 한 서류상으로는 분명 직영으로 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불법으로 지입제를 운영하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고, 정부는 여전히 이를 관망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한편 지입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아는 전세버스 운전기사들이 끝까지 불법을 고집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직영화되면 계약금을 포함해 모든 비용이 회사로 들어가기 때문에 차라리 지입료를 내더라도 자신이 직접 돈을 손에 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것. 이는 결국 턱없이 낮은 임금에서 비롯되는 문제로, 현실적인 요금제가 하루 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협동조합 한 관계자는 “전세버스 운전기사의 임금은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사실을 정부가 알아야 한다. 지금처럼 최저가가 성행하는 구조 속에서는 사건, 사고가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 택시처럼 ‘미터당 금액’을 정하는 등 확실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입제를 직영화로 바꿀 게 아니라, 전세버스업계 양성화를 위해 개인택시, 개인콜밴, 개인화물용달처럼 전세버스도 개별사업권을 줘 건강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간동아 2016.10.26 1060호 (p40~42)

김유림 기자 mu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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