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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저무는 스마트폰 왕국

단말기 기능경쟁은 끝,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

세계 1등 삼성의 위기에 경쟁업체 호시탐탐…폭발사고 원인 밝혀 신뢰 회복부터

  •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단말기 기능경쟁은 끝,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

단말기 기능경쟁은 끝,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

10월 4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서 구글이 새 스마트폰 ‘픽셀(Pixel)’을 전격 공개했다(왼쪽).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의 옥외광고판이 가림막으로 가려지고 있다. [뉴시스]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해온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가 불의의 일격을 맞고 쓰러졌다. 브랜드 출시 후 최초의 일이다. 8월 19일 출시한 갤럭시 시리즈의 신작 ‘갤럭시노트7’이 배터리 폭발·발화 문제로 출시 54일 만인 10월 11일 단종됐다. 시점도 좋지 않다.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사인 애플의 신작 ‘아이폰7’이 혹평을 받는 상황에서 20일에는 갤럭시 시리즈의 운영체계(OS)를 개발한 구글이 ‘픽셀’이라는 고급형 스마트폰을 세계시장에 내놨기 때문이다.

아이폰7은 이어폰 단자를 없애고 블루투스 이어폰만 사용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꾀했으나 오히려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어, 만일 갤럭시노트7의 폭발·발화 문제만 없었다면 삼성전자는 이 기회에 애플을 멀찌감치 따돌릴 수 있었을 터다. 픽셀은 갤럭시노트7이 단종된 가운데 갤럭시 시리즈가 지배하다시피 해오던 안드로이드 기반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최신형 스마트폰) 시장을 위협하는 경쟁자로 등장했다.  

당장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경쟁력 하락도 문제지만, 삼성전자의 수출에 기대고 있는 국내 경제상황도 암울하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출 총액은 593조 원. 이 가운데 삼성전자의 비중이 20.4%에 이른다. 악재는 또 있다. 삼성전자가 승승장구하던 스마트폰 시장이 기술 수준의 성숙기에 이르러 사실상 성능경쟁이 끝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위기 극복과 동시에 국내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도 시장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최고 성능 집착, 체질 변화 시기 놓쳐

갤럭시노트7은 출시 전 국내 예약 판매량만 40만 대를 기록하며 소비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하반기 최고 스마트폰이라 불리던 이 제품에 처음 불이 붙은 것은 출시 후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8월 24일이었다. 온라인 휴대전화 커뮤니티 ‘뽐뿌’에 갤럭시노트7의 발화 사진이 올라온 것. 이어 같은 달 29일에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에 갤럭시노트7 발화 영상이 게재됐다.



8월 31일 삼성전자는 국내 이동통신사에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이틀 뒤인 9월 2일 배터리 결함을 발화 원인으로 꼽으며 전량 리콜을 발표했다. 리콜이 거의 마무리돼가던 10월 1일 삼성전자는 새 갤럭시노트7의 판매를 재개했으나, 같은 달 5일 미국 켄터키 주 루이빌국제공항 항공기 안에서 갤럭시노트7이 또 발화하면서 결국 10월 11일 삼성전자는 기대주의 단종을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단종으로 삼성전자가 입은 손실액이 7조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아직까지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가 폭발하거나 불이 붙은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해외 정보기술(IT) 전문지들에서는 이번 사태를 ‘최고 성능을 향한 과욕이 부른 참사’라고 평한다. 린든 아처 미국 코넬대 재료과학부 교수는 미국 IT 전문지 ‘더 버지(The Verge)’와 인터뷰에서 “현 기술력으로는 이론상 가능한 배터리 사용 시간의 90%까지 쓸 수 있다. 문제는 제조업체가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더 효율을 끄집어내려고 무리한다는 것이다. 이미 기술적 한계에 도달한 시점에서 업계는 점점 더 배터리를 과다충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런 추세는 결국 실패하는 모델을 낳고 만다. 그 최악의 형태가 바로 발화와 폭발”이라고 설명했다.



더는 대박 기대하기 어려워

단말기 기능경쟁은 끝, 새로운 먹거리 찾아라!

9월 2일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이 갤럭시노트7의 전량 리콜을 발표하고 있다.

최악의 실패로 끝났지만, 삼성전자가 최고 성능에 도전했다는 사실은 칭찬할 만하다. 이 도전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스마트폰 시장에서 단말기 자체의 성능전쟁은 거의 끝났다는 사실을 삼성전자 측이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김규호 서강대 산학협력중점 교수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과거 개인용 컴퓨터(PC) 시장과 유사한 발달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과거 PC 시장에 세계 각국 기업이 뛰어들어 기술경쟁 시장에서 가격경쟁 시장으로 변한 것처럼 지금 스마트폰 시장도 여러 제조업체가 경쟁하면서 기술적 성숙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 때문에 스마트폰 성능이 좋아져도 소비자가 실감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요소는 과거 성능에서 디자인이나 가격 등으로 다양화되고 있다. 2013년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검색 데이터를 보면 소비 트렌드가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9년 스마트폰이 국내에 처음 소개됐을 때만 해도 가장 큰 관심사는 ‘애플리케이션’ ‘아이콘’ 등 아이폰의 인터페이스였다. 그러나 2010년 여러 제조사가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카메라 화소, 내장 반도체 용량 등 스마트폰 기술에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다 2013년부터는 각 제조사가 내놓는 스마트폰이 기술이나 크기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자 디자인 등 기술 외적인 부분을 더 많이 검색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스마트폰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은 성능 외에도 디자인이나 새로운 인터페이스 부분에서 합격점을 받은 제품이다. 그러나 기술경쟁 시대의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배터리 성능 강화에 집착한 것이 패착”이라고 평했다.

스마트폰업계에서는 갤럭시노트7의 폭발·발화 사고가 알려진 지 일주일 만인 9월 2일 삼성전자가 전량 리콜을 발표하며 정확한 조사과정 없이 성급하게 배터리 결함을 원인으로 지목한 것도 마케팅 측면에서 ‘재앙’ 수준의 실수였다고 분석했다. 배터리 제조사를 바꾸고 내놓은 새 제품이 다시 폭발한 사고는 갤럭시노트7 사태가 갤럭시 시리즈에, 나아가 삼성전자 스마트폰 전체에 불신을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의 신뢰 회복을 위해 단종된 갤럭시노트7의 교환 및 환불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 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발화 사고는 결과적으로 배터리만의 문제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방수기능 때문에 처음 적용한 파우치형 배터리 시스템과 첨단 기능을 함께 욱여넣다 보니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첫 사고 후 폭발 원인을 배터리로 지목한 것은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브랜드 전체에 불신을 가져왔다. 신형 스마트폰 출시도 중요하지만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일이 잃어버린 브랜드 신뢰를 회복하는 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호 교수는 “IT 시장에서 하드웨어 기술경쟁이 끝났다는 것은 소비자의 신규 유입이 둔화된다는 의미”라며 “2010년처럼 ‘새로운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단일 제품이 몇억 대씩 팔리는 시대는 끝난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규모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7월 ‘2016 하반기 산업별 전망 보고서’에서 글로벌 수출 포트폴리오(전 세계 수출 중 특정 업종의 비중)와 한국의 수출 포트폴리오를 비교 분석한 결과 스마트폰 산업이 장기 불황 터널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과 수출 포트폴리오의 간극이 클 경우 불황기에 진입하면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최근 문제가 불거진 조선업 분야의 글로벌 수출 포트폴리오 수치는 3~4%인 데 반해 한국의 조선업 수출 포트폴리오는 7~12%를 유지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산업도 비슷한 상황이다. 전자부품 산업의 글로벌 수출 비중이 9.7%인 데 반해 한국은 2배가 넘는 21.7%라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장이 더는 대박을 노릴 수 없는 시장으로 변모하는 등 시장 고착화가 시작됐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제조사에게는 그만큼 고정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박세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스마트폰 시장의 경쟁 축이 바뀌었지만, 국내 스마트폰 관련 회사들은 경쟁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의 화두는 ‘연결’이다. 즉 스마트폰이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주위 생활환경을 조정하는 일종의 리모컨 구실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이 발표한 ‘미래형 스마트폰 기술개발 및 정책적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소비자는 차세대 스마트폰과 관련해 주변 기기와 연결을 강화하는 사물인터넷 기능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비자의 수요를 잘 파악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한다면 고정 수요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승부수 띄워야

기회가 남았지만 그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선결 과제가 있다. 먼저 스마트폰 제조 기술보다 새로운 제품 내부에 들어갈 프로그램 개발에 힘써야 한다. 즉 기기 자체의 스펙보다 기기에 탑재된 새로운 소프트웨어로 소비자를 유혹해야 하는 것이다. 김규호 교수는 “스마트폰의 반응 속도로 경쟁하기보다 아이폰6S부터 적용된 움직이는 사진(누르면 동영상처럼 잠깐 움직이는 사진)처럼 소비자가 써보고 싶어 하는 소프트웨어를 스마트폰에 탑재해 소비자가 그 제품의 팬이 되게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콘텐츠로 팬을 만들었다면 그 팬이 쉽게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즉 클라우드 시스템이나 새로운 사물인터넷 플랫폼 등 네트워크 서비스를 구축해 각 사 스마트폰 생태계에 소비자를 편입시켜야 한다. 박세환 연구위원은 “현재 개별적 사물인터넷 기술은 있으나 이를 묶을 플랫폼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소비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만 알아낸다면 차세대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이 높은 시장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스마트폰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이 잘 적응하려면 정부의 구실도 중요하다”며 “단말기 제조업계뿐 아니라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 업계의 중요도도 높아지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각 업계가 원활히 협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16.10.26 1060호 (p28~30)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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