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2005.06.07

필드의 괴성 = 잠자리 신음?

  • 이종현/ 레저신문 편집국장

    입력2005-06-03 10:54: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 사람만큼 소리에 민감한 민족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 골프장에선 ‘땡그랑’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린다. 그래선지 어쩌다 외국에 나가서 컵에 공을 넣으면 ‘퍽, 퍽’ 소리가 나 골프 칠 맛이 영 나지 않는다고 하는 골퍼들이 많다. 드라이버도 마찬가지다. 최신 소재로 만들어진 복합소재 드라이버는 티타늄 소재의 드라이버보다 방향성이 뛰어남에도 일반 골퍼들은 티탄 드라이버를 선호한다. 이유는 단 한 가지. 복합소재 드라이버는 소리가 죽은 것 같은데, 티탄 드라이버는 맑은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종소리의 경우도 일본, 중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종이 더 맑고 고운 음을 가지고 있다. 한국 사람의 음감이 매우 뛰어남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어떤 골퍼는 ‘땡그랑’ 소리를 들으면 오르가슴에 도달할 때처럼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한국 골퍼들은 골프를 몸으로 느끼고 눈으로 즐기며 귀로 만족하는 셈이다. 감정을 발산하는 말을 ‘감탄사’라고 하는데, 그 한 예가 섹스를 할 때 내뱉는 신음소리다. 그런데 골퍼들도 부지불식간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그린 컵에 공이 들어가는 순간, 골퍼들은 괴성을 지르거나 묘한 신음소리를 낸다. 골퍼들이 내지르는 가지각색의 괴성과 섹스할 때의 감흥은 묘하게 닮아 있다. 어쩌면 태초의 소리가 바로 감탄사를 말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르가슴에 다다랐을 때 혈액 내 산소가 희박해지면 쾌감을 느끼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공이 컵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에도 역시 혈액 내 산소가 희박해지면서 체내의 산소가 줄어든다. 절정에 달했을 때는 엔도르핀을 비롯한 쾌감물질이 뇌 속에서 자연적으로 증가해 자신도 모르게 야릇한 소리를 내지르게 되는 것이다.

    섹스와 퍼팅할 때 나오는 감탄사는 다양하다. 그리고 감탄사에 따라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먼저 ‘아, 아!’ 하는 스타일은 자기 표현형으로 주로 섹스와 골프를 자기 방식대로 생각한다. 두 번째, ‘으응, 이잉’ 하는 스타일은 쾌감 억제형으로 대개 자신의 오르가슴과 기쁨을 숨기고 싶어한다. 골퍼로서는 다소 소심하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형이다. 세 번째, ‘우우’ 하는 스타일은 감격 표출형으로 쉽게 감정이 변화한다. 골프 역시 기복이 심하며 감정의 폭에 따라 경기 성적도 큰 차이를 보인다.



    네 번째, ‘어어, 에에’ 하는 스타일은 대성통곡형으로 역시 감정의 기복이 심하다. 절제를 잘 못하고 쉽게 포기하거나 주위 골퍼들에게 피해를 주는 형이다. 다섯 번째, ‘오우, 오우!’ 하는 스타일은 절규형으로 한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오질 못한다. 섹스나 골프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각 나라별로 감탄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미국-오예, 아임 커밍(으응), 프랑스-몬세리(아 좋아), 아 세베안(좋아 좋아), 이탈리아-몰트(좋아), 푸레고(봐줘요), 독일-아 곰트 곰트(좋아 좋아), 비테 비테(더요 더요), 스페인-프론트 프론트(빨리빨리), 브라질-오 따봉, 필리핀-마 사라프(좋아), 태국-리마 크(좋아). 아무리 봐도 골프와 섹스의 감탄사는 많이 닮아 있으며 의미도 매우 비슷하다. 필드에 나갈 때 자신과 파트너가 어떤 감탄사를 쓰는지 한번쯤 관찰해보는 것도 즐겁게 플레이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것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