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8

2005.06.07

찔끔찔끔 ‘요실금’ 완벽 탈출!

발병 원인과 증상 따라 맞춤치료 ‘정평’ … 침·약물 치료 병행 ‘효과 두 배로’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05-06-02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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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정하게 약사 생활을 하던 이옥분(65) 씨는 얼마 전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다. 오랫동안 앓아왔던 요실금이 부쩍 심해져 남모르게 낯 뜨거웠던 순간이 많았기 때문. 다섯 번의 출산과 두 번의 유산 경험이 있는 이 씨는 40대에 들어서면서부터 가벼운 요실금 증상이 나타났고, 자궁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 더 심해져 계속 고통을 받아왔다.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요실금 패드를 착용하지 않은 탓에 하루에도 속옷을 서너 번씩 갈아입었던 이 씨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요실금 전문 치료기관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율한의원을 찾았다.

    찔끔찔끔 ‘요실금’ 완벽 탈출!

    장침으로 요실금을 치료하고 있는 정주화 원장.

    젊은 여성도 발병 잦은 ‘말 못할 고통’

    이 씨의 경우, 방광과 요도를 지지하는 골반근육이 여러 번의 임신·출산·유산과 노화로 인해 약해진 데다 자궁암 수술과 방사선 치료로 인한 후유증으로 방광 조절 능력이 거의 상실된 상태였다. 율한의원을 찾은 첫날, 방광기능 및 골반근육을 강화하는 여러 가지 침치료와 더불어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온열치료를 받았다. 단 한 번의 치료로 하루 서너 번씩 갈아입던 속옷을 두 번만 갈아입어도 될 만큼 상태가 좋아졌다. 그 후 일주일 간격으로 총 5회 치료를 받은 뒤 이 씨는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요실금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는 “이젠 스스로 소변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다”며 즐겁게 약사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율한의원은 국내에서 요실금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몇 안 되는 한의원 중 하나다. 이 한의원의 정주화 원장(한의학 박사·동국대 외래교수)은 요실금을 비롯한 자궁근종, 생리통 등 여성질환의 전문가. 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소변이 새어나오는 질환을 말한다. 중년 이후 여성에겐 매우 흔한 질병으로 65세 이상 여성의 절반 정도가 고통을 받고 있다. 최근 들어선 젊은 여성의 발병률도 높아져 20~40대 여성의 20~25%가 요실금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원인은 스트레스. 스트레스가 신경계를 교란하고, 신경계가 다시 방광을 자극해 요실금이 발생한다. 열심히 사회활동하는 젊은 여성들의 요실금 발병률이 높은 것도 모두 이 때문. 그외 술, 커피, 맵고 짠 음식을 즐기는 경우에도 발병 가능성이 높다. 요실금 환자들은 요실금 특유의 증상 때문에 물 한 모금도 맘 놓고 먹지 못하고 낯선 장소에라도 가면 화장실부터 먼저 찾는다. 또 밤에도 편안하게 잠들지 못하고 중간에 깰 수밖에 없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면 요실금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배가된다. 소변 냄새와 여러 가지 위생상의 문제점들이 심각해져 사회생활에 제약을 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요실금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질환임에도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사람은 매우 적은 게 현실이다. 노인들의 경우 대부분 나이가 들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노화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젊은 여성은 수치심 때문에 감추는 경우도 많다. 또 사실 요실금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려 해도 어느 병원을 가야 할지 몰라 고민이 되기도 한다.



    율한의원은 요실금의 발병 원인과 증상에 따라 맞춤치료를 하는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진단과정을 거치는데, 진단 단계는 혈관 노화도 및 혈압 측정, 체성분 분석, 스트레스 검사, 체열진단 등. 특히 배가 많이 나온 사람들은 체성분 분석을 통해 복부 비만도나 지방분포 분석에 중점을 둔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조절작용 및 균형상태는 스트레스 검사를 통해 평가하며 체열진단을 통해서는 전신의 건강상태와 문제가 된 부위를 정확히 파악한다. 이러한 과정이 끝나면 그에 맞는 요실금 치료가 시작되는 것이다.

    한방에서는 요실금이 폐와 비장, 신장의 기능 장애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본다. 그중에서도 신장의 양기 부족과 허약을 주된 원인으로 꼽는다. 간장과 신장의 음기 부족도 원인 중 하나. 또 방광에 습한 기운과 열이 쌓여도 요실금이 발생할 수 있다. 출산을 많이 한 여성의 경우는 어혈(瘀血)이 원인인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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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상 따라 ‘자하거’ 약침 사용하기도

    따라서 정 원장은 환자의 요실금 발생 원인에 따라 약물을 다르게 처방한다. 신장이 약한 경우에는 신장의 기를 보하는 처방을 위주로 하고, 방광의 습열(濕熱)이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이를 없애주는 약물을 쓴다. 출산 후 어혈이 원인이 되는 경우에는 어혈을 풀어주면서 부족한 음기를 보충하거나, 간장의 뭉친 기운을 풀어주는 약물이 처방된다. 보통 짧게는 10일에서 2~3개월 정도 약을 복용하면 원인에 따른 치료가 가능하다는 게 한의원 측의 설명.

    하지만 요실금 치료의 가장 기본은 생활의 질을 떨어뜨리는 ‘증상의 개선’이다. 이를 위해 사용되는 치료법이 바로 침술. 침으로 방광과 요도 및 골반근육을 강하게 해줘 즉각적인 증상의 개선을 가져오는 것. 정 원장은 “탕약이 오장육부에 생긴 문제를 치료하는 원인 처방이라면, 침은 방광과 요도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끌어올려 주는 증상 치료다. 침이 약화된 골반근육을 강하게 해주면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율한의원은 전통적인 침만 고집하지는 않는다. 골반 아래쪽 근육의 강화를 위해 15cm 정도의 장침(長針)을 척추 안쪽이나 골반 벽 근육에 놓음으로써 직접적인 자극을 주기도 한다. 또 한방약재나 처방을 진액으로 만든 약 성분을 침에 담아 혈자리에 놓기도 하는데, 일반 침의 자극 효과에 약의 효능이 더해지므로 더욱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정 원장의 주장이다.

    율한의원은 약해진 골반근육을 강화하고 손상된 조직을 빨리 재생시키기 위해 일종의 응용침법인 자하거 약침을 사용하기도 한다. 자하거는 흔히 태반(胎盤)이라고 불리는 것. 태반에는 호르몬을 비롯한 각종 성장인자들이 많이 들어 있어 여러 가지 탁월한 효능을 지닌다는 게 정 원장의 경험담이다. 국내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사용돼왔고, 동의보감에도 효능이 뛰어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문헌에 따르면 자하거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고 복강 내 혈액의 움직임과 균형 있는 여성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해 자궁·난소 등의 생식기 기능을 끌어올려 준다고 한다. 때문에 여러 번의 임신과 불충분한 산후조리로 방광이나 자궁 등 인접기관의 기능이 허약해진 사람이나 폐경을 앞두고 호르몬 불균형으로 각종 갱년기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에겐 자하거가 좋은 임상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자궁적출술을 받은 뒤에 나타나는 요실금이나 급작스러운 폐경, 극심한 호르몬 교란을 겪는 사람에게 사용하면 요실금 치료뿐 아니라 기력 회복에도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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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원장은 “자하거를 문제가 있는 경락 및 경혈에 직접 주입하는 약침 형태로 사용하면 적은 양으로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다”며 “시술 시 통증도 거의 없어 침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침구 치료는 일주일에 2~3회 정도 시술받는데 최소 2~3주면 만족할 만한 증상의 호전을 볼 수 있다. 단 한 번의 치료로도 환자가 증상 변화나 관련 근육이 편해진 것을 느끼기 때문에 만족도가 매우 큰 편. 여기에 좌훈요법(좌욕), 핫팩, 뜸, 마사지 등의 온열요법을 더해 하복부에 따뜻한 기운을 돌게 함으로써 요실금 치료기간을 최대한 앞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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