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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조명애도 대기 중”

SKY-CK 박기영 대표, 북-중 30여 차례 접촉 ‘북한 설득’ … 당초 계순희·전혜영도 모델 물망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제2, 제3의 조명애도 대기 중”

“제2, 제3의 조명애도 대기 중”

장구춤을 추는 조명애.

대북 전문 광고기획사 스카이씨케이(SKY-CK) 박기영 대표가 남한에서는 무명에 가까운 북한의 무용수 조명애를 캐스팅, 남북 합작 CF에 등장시킨 것은 그의 상품가치를 내다본 ‘광고쟁이’ 근성에서 비롯됐다.

1990년대 초부터 대북 광고를 기획했던 그는 ‘과거와 같은 컨셉트로 접근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90년도 초반이나 후반만 해도 금강산을 보여주고 평양을 화면에 담는 것만으로도 ‘파격’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 금강산은 하루 코스 여행상품이 개발됐고, 평양도 다녀온 사람이 제법 있을 정도로 우리 가까이에 왔다. 단순히 북한의 자연과 풍물, 사람(엑스트라)만으로 CF를 찍는 것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 수 없다. 박 대표는 이런 상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결론은 남북의 이목을 동시에 끌 수 있는 ‘스타’의 발굴이었다. 당장 목록을 만들어 캐스팅에 나섰다.

박 대표가 처음 생각한 사람은 유도선수 계순희였다. 계순희는 1996년과 2000년 올림픽 경기를 통해 남한 사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명도도 남한의 웬만한 스타에 뒤지지 않았다. 휘파람을 부른 보천보 전자악단의 전혜영도 박 대표가 캐스팅을 고려했던 북한의 정상급 엔터테이너. 이경숙과 보천보 악단 등도 박 대표가 염두에 두었던 스타들.



북측 “조명애보다 더 좋은 배우 많은데”




그러다 조명애가 물망에 올랐다. 2002년 8·15민족통일대회 참가를 위해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그에 대한 남측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조명애 팬클럽’이 생겨났고 순식간에 회원이 1만명을 넘어섰다. 박 대표는 누리꾼(네티즌)들의 이런 반응을 예의주시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에게서 특별한 것을 발견했다. 우선 청순한 자연미가 두드러졌다. 그의 춤에서는 북한의 전설적인 무용수 최승희를 뛰어넘는 광기도 발견됐다. 박 대표는 즉각 조명애 프로젝트로 명명한 사업계획서를 짰다. 그러나 이 작업은 처음부터 벽에 부닥쳤다. 무엇보다 광고주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광고제안서를 작성해 여러 기업과 접촉했으나, 워낙 뜬 구름 잡는 얘기라 믿어주질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8월 어렵게 북측과의 계약에 성공했다. 북측의 사인이 들어간 계약서를 거머쥐자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올 3월에는 협력 사업자 및 협력사업 승인을 동시에 받아냈다. 그러나 문제가 여기서 끝난 것은 아니다. 북측이 조명애를 선택한 남한의 결정에 대해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것. 박 대표의 설명이다.

“인민배우도 공훈배우도 아닌 조명애를 공개석상에, 그것도 남한의 대표적인 스타 이효리와 같은 무대에 세우는 것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짝진다(처진다)는 것이 이유였다.”실상 북한의 미적 기준으로 보면 조명애는 빼어난 미인이 아니다. 북한 사람들은 둥근 얼굴에 시원하게 생긴 외모를 선호한다. 그러나 조명애는 168cm의 비교적 큰 키에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코와 이마가 도톰하다. 대체로 남한에서 선호하는 서구형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북측 관계자는 “더 좋은 배우들을 선발하라”며 박 대표를 채근했다. 박 대표는 이런 북한 측을 설득해 들어갔다. “광고란 제품을 홍보하는 작업이다. 그 제품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사람을 캐스팅하는 것이 원칙이다. 남한에도 이효리보다 훨씬 예쁜 사람들이 많다. 이번 제품 광고 컨셉트는 남한의 섹시미와 북한의 청순미가 만나는 것이다.”

촬영 때 긴장 해소 위해 스태프 동분서주

문제는 또 있었다. 양측 모두 ‘광고를 통한 문화교류’라는 의미엔 흔쾌히 동의했지만, 다른 체제와 문화 속에서 반세기를 산 사람들의 이질감을 극복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4월2일 중국 상하이(上海). 삼성전자 애니콜 광고 촬영에 나선 차은택 감독 등 남측 스태프들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 관계자들에게 그들의 일상 속으로 파고든 ‘선전 홍보’와 다른 ‘상품 광고’에 대한 개념을 이해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조명애도 남한의 상업광고에 출연한다는 사실에 큰 부담을 느끼는 눈치였다. 촬영 스태프들은 챙겨간 컵라면과 과자 등을 나눠 먹으며 분위기를 만들어나갔다. 이에 앞서 박 대표는 조명애 섭외 과정에서 조명애와 삼촌과 조카 관계를 맺어 조명애의 긴장감을 풀어주었다.

박 대표는 이번 광고건을 성사시키기 위해 30여 차례 북측과 접촉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었다. 공개될 경우 경쟁업체와 보수세력들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미 두 번의 실패(상자기사 참조)를 경험한 그는 매사 신중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북한에서 스타와 돈이 연결되는 시스템은 생각하기 어렵다. 상품광고라는 게 없는 만큼 스타의 문화적 상품력을 구매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조명애와

1년 광고계약을 맺은 제일기획 측은 조명애의 개런티(모델료) 책정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모델료를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런 문화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조명애의 모델료와 관련, 박 대표는 “통상적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조명애가) 기존 애니콜 모델들이 받는 특급대우는 아니다”고 확인해주었다. 이 관계자는 “그저 통상적인 수준이라고만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이효리는 1년 계약 CF 모델료로 5억~7억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측의 섹시미와 북측의 청순미가 만나 통(通)한 이번 일을 계기로 남북의 상업적 만남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김 대표는 “조명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또 다른 남북 합작 CF를 추진할 것이고 그 경우 제2, 제3의 조명애를 발굴해 캐스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8·15 기념사업 등 앞으로 북한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수행할 예정이다. 박 대표는 당장 광복 60주년인 8·15 기념사업과 관련 모종의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5.31 487호 (p42~43)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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