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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문화 우리풍수|행정중심복합도시 터

‘배산임수’ 풍수 기본을 갖춘 땅

‘배산임수’ 풍수 기본을 갖춘 땅

‘배산임수’ 풍수 기본을 갖춘 땅

행정도시의 주산이 될 연기군 남면 원수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행정수도 이전이 불가능해진 대신, 충남 연기군 남면을 중심으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된다. 관련 법이 국회를 통과한 만큼 앞으로 이곳 시골 들판을 다시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관여하기도 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 입지 선정 과정에서 풍수는 참고사항 정도에 그쳤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는 풍수학이 도읍지 선정과 건설 과정에서 중심 구실을 했지만, 이번 입지 결정에서는 서구식 방법론으로 무장한 건축, 도시, 토목학, 조경학 교수들이 후보지 평가를 주도했다(이들 가운데 과연 몇 명이나 사전에 현장을 가보았는지 궁금하다).

전통 터 잡기 방식인 풍수가 행정중심복합도시 선정에 기여하지 못한 것에는 풍수학계의 잘못도 많다. 광복 이후 풍수학은 콘텐츠 개발을 등한히 해 행정수도 입지 선정에 참고할 만한 내용을 내놓지 못했다. 게다가 1960년대 풍수학 재건의 기초를 놓은 고(故) 배종호(연세대 철학과) 교수 이후 80년대 풍수학의 부흥에 결정적 기여를 한 최창조(전 서울대 교수) 씨가 한 월간지에 ‘신행정수도 반대’ 글을 기고하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풍수는 이래저래 비웃음만 사는 꼴이 되었다. 사실 최 씨의 신행정수도 반대는 ‘풍수평론’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정치관에 따른 ‘시사평론’이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서구식 토목, 건축, 조경학이 주류를 이루는 도시 건설에 왜 풍수가 배제되었을까. 서구식 토목건축학의 뿌리가 된 ‘히포크라테스 학파’ 후예들의 도시 건설론을 들여다보면 동아시아의 풍수보다 더 ‘풍수적’임을 알수 있다.

히포크라테스의 저서로 알려진 ‘공기, 물, 장소’는 ‘도시의 방위와 사람의 체질 사이의 상관관계’를 설정한 뒤 “인간이 거주하는 곳의 기후와 땅이 인간의 물리적, 도덕적 성격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또 플라톤은 “도시의 터를 잡는 입법자들뿐만 아니라 도시를 건설하는 건축가들도 어떤 지역은 상대적으로 인간에게 좋거나 나쁜 성격을 형성하게 해주고, 어떤 지역은 수질이, 또 어떤 지역은 그 땅에서 자라는 생물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영양을 줄 수도, 해를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도 “건축가는 그 지역의 토양과 대기의 특성, 지역 특성, 그리고 물의 공급 등과 관련된 의술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사상은 18세기의 사상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에까지 영향을 주어 “기후는 특정 지역 사람들의 신체적, 도덕적 특성에 영향을 준다”고 했다(서흥관 교수 옮김, ‘히포크라테스’ 참고).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 지역’인 연기군 남면 일대는 풍수적으로 어떤 곳일까. 전형적인 배산임수(背山臨水)에 청룡백호 등 기본적으로 풍수 요건을 갖춘 곳이다. 물론 많은 풍수 술사들은 이곳 터에 대해 그리 호평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애당초 완벽한 땅이란 없다. 오죽하면 16세기 중엽에 중국 풍수를 집대성한 ‘인자수지(人子須知)’는 “아무리 좋은 땅도 완벽하지는 않다(好地無全美)”고 했겠는가.

부족한 점은 적절한 공간배치 등의 비보진압(裨補鎭壓) 풍수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 또한 풍수 논리다.

먼저 중심 건물과 간선도로의 입지가 정해지고 나면 주변 건물들과 지선도로들이 정해질 것이다. 중심 건물은 주산(연기군 남면 진의리 원수산)에 의지하고 장남평야 밖으로 흐르는 금강을 바로 보게, 즉 배산임수로 하면 된다. 주산(250m)이 그리 높지 않은 만큼 건물들도 높지 않아야 함은 기본이다. 그리고 그밖의 건물들은 중심 건물 주변으로 배치하되, 이곳의 경우 주산에서 금강까지의 거리(약 2.3km)보다 청룡백호 사이의 거리(약 2.6km)가 더 긴 만큼 도시 구조가 가로보다는 세로로 형성되면 자연과 조화를 이룬 아름다운 도시가 될 것이다.

만약 그러고도 부족한 점이 있으면 비보진압 풍수를 시행한다. 비보진압 풍수란 부족하거나 지나친 것을 보충하거나 눌러주는 풍수 행위로서 연못 파기, 나무 심기, 물길 돌리기, 다리 놓기 등 상황에 따라 여러 형태를 취하는데, 여기에는 일정한 원칙이 있다. 일종의 도시 조경 혹은 국역(國域) 조경이 그것이다. 그렇게 하면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행정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가을 황금물결로 넘실대던 이곳 장남평야가 10여년 뒤에는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배산임수’ 풍수 기본을 갖춘 땅

원수산 전경.





주간동아 2005.05.24 486호 (p86~86)

  • 김두규/ 우석대 교수 dgkim@core.woos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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