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6

2005.05.24

여성 불모지대에서 일군 ‘홍일점 경영’ 성공기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5-20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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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 불모지대에서 일군 ‘홍일점 경영’ 성공기
    애경그룹 장영신 회장이 1972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남편을 대신해 사장에 취임했을 때만 해도, 애경이 지금과 같이 성장하리라고 예견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스물세 살에 결혼해 10년 넘게 주부로, 네 아이의 어머니로 생활해온 그녀였기에 당시 주위의 반대는 말할 수 없이 심했다. 사장을 맡고 있던 큰오빠조차 애경을 떠났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녀는 주변의 기대(?)를 저버리고 애경을 크게 성장시켰다. 애경유지공업 1개사를 18개 회사, 6개의 해외 네트워크를 갖춘 그룹으로 발전시킨 것. 장 회장이 회사를 처음 맡을 당시 49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2003년 무려 1조4500억원으로 증가했다. 더욱이 여성 경영인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70, 80년대의 대한민국에서 일군 것이기에 성과는 더욱 커 보인다.

    한국경영사학회는 2004년 장 회장을 ‘창업대상’ 수상자로 선정해 상을 수여했다. 그리고 장 회장의 경영 방식을 학술적으로 접근, 논문집을 펴냈으며 최근 이 논문을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단행본 ‘장영신 연구’로 만들었다. 경희대 국제경영대학 김성수 교수를 비롯, 7명의 경영ㆍ경제학자들이 6개 분야로 나눠 쓴 이 책에는 장 회장이 ‘경영의 천애고아’에서 ‘경영의 천재’로 변모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장영신 회장의 생애와 경영이념 △애경그룹의 기업문화 △경영혁신 활동과 전략 △성장과 발전 △장영신 회장의 사회적인 책임 △한국 경영사상 애경그룹의 위상 등으로 엮어져 있다.

    장 회장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 중에는 장 회장이 남편에게서 괜찮은 회사를 물려받아 운 좋게 꾸려온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이라면 장 회장이 얼마나 탁월한 전문성을 지녔는지, 얼마나 뛰어난 경영 능력을 발휘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장 회장이 미국 대학에서 한국인 최초로 화학을 공부한 유학생이었고, 영어가 익숙하지 않았던 유학 초기 1년 동안 누워서 잔 적이 없을 정도로 공부에 매달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장영신 회장은 준비된 경영인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성공은 순전히 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 책의 부제인 ‘솔직과 상식의 정도경영으로 이룬 아름다운 성공’처럼 장 회장은 자신만의 경영방식으로 성공을 일군 것이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홍일점 경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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