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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총 차고 조폭 잡는 게 검사 일인가”

경찰 측 수사권 조정팀장 황운하 총경 “비대해진 검찰 권력 민주화·분권화돼야”

“총 차고 조폭 잡는 게 검사 일인가”

“총 차고 조폭 잡는 게 검사 일인가”
“법과 현실의 엄청난 괴리를 조정하기 위해 수사권 조정은 불가피하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과 관련 경찰의 실무팀장인 황운하 총경(수사권조정팀장)은 단호했다. 그는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수사권 조정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이 수사 구조의 민주화라는 것. 황 총경은 “총을 차고 나가 조직폭력배를 잡는 일은 검사가 할 일이 아니다”며 검찰의 전방위적 수사지휘권에 대한 폐해를 압축적으로 지적했다. 그의 말대로 이번에는 경찰의 숙원이 이뤄질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검찰은 소추 업무에 전념할 때”

경찰대 1기생으로 동문회장까지 역임한 황 총경은 법조비리 브로커 사건을 들춰내는가 하면, 99년엔 검찰에 파견된 경찰 인력을 수사권 독립을 명분으로 철수시키는 등 검찰에는 미운 털이 박힌 인물. 5월5일 경찰청에서 그를 만났다.

-수사권 독립과 조정이란 용어가 혼재한다.



“현행법 체계에서 검사는 수사의 3단계인 개시, 진행, 종결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특히 핵심적 수사 단계인 영장 단계는 검사가 전담한다. 이 영장 단계에서 검사를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청구하는 것을 포함해 수사의 모든 단계에서 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수사권 독립의 사전적 의미다. 이를테면 경찰은 독립된 수사권을 가지고 수사를 전담하고, 검사는 소추 업무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수사권 조정은 그보다 아래에 위치한다. 경찰은 한 해 200만여 건의 형사사건 가운데 약 97%를 담당, 처리한다. 이 사건을 소수의 검사가 전부 지휘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사의 개시, 진행 단계에서 검사의 지휘는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현실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경찰 측 요구이자 수사권 조정의 핵심 내용이다. 한마디로 수사의 개시 및 진행 단계에서 독립적 수사권을 보장해달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독자적인 영장청구권은 포함되지 않는다.”

-검찰 측은 수사 과정에 검사지휘권을 완전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해석하는데.

“검찰이 의도적으로 이를 왜곡하고 있다고 본다. 그들의 주장이 성립하려면, 경찰은 영장청구권과 수사종결권을 요구해야 한다. 그러면 그들의 주장대로 검사지휘권을 부정하고 완전한 의미의 수사권 독립을 요구하는 것이 된다.”

-경찰이 수사의 개시, 진행 단계에서 주체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경찰을 수사 주체로 인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제196조는 검사만을 유일한 수사 주체로 한 독점적 구조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수사의 대부분은 경찰이 담당하고 있다. 법과 현실에 엄청난 괴리가 있는 것이다. 경찰 수사권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법과 현실의 괴리감을 해소하는 출발점이 된다. 경찰이 법률상 수사 주체로 인정될 경우 검사의 자의적인 수사 또는 수사지휘권을 견제, 균형을 잡을 수 있다. 이는 수사 구조의 민주화라는 제도적 접근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검사들이 수사지휘권을 비민주적으로 활용한다는 말인가.

“대한민국 검사는 세계 어느 국가의 검사보다 권한이 강하다. 대륙법계를 따르는 한국 검사의 경우 수사지휘권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륙법계의 수사지휘권이란 검사가 직접 수사에 나서기보다 객관적·중립적 입장에서 경찰 수사를 통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일의 검사들은 대륙법계의 수사지휘권의 기능과 소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 독일의 검사들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다. 피의자와 피고인을 공격하기도 하고, 반대로 피의자와 피고인에게 도움이 되는 사항도 적극적으로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인권이 보호되고 수사지휘권의 정당성이 보장된다.”

“총 차고 조폭 잡는 게 검사 일인가”

4월11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검·경 수사권 조정회의에 참석한 김종빈 검찰총장(앞줄 왼쪽)과 허준영 검찰청장(오른쪽).

-법률전문가인 검찰의 수사지휘가 수사의 객관성과 투명성, 전문성을 제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처럼 검사가 경찰 수사에 대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고 간섭하면 수사 경찰관들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하기 힘들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의자를 유죄로 만들려 한다. 반면 대륙법계 검사들은 경찰에서 수사를 마치고 사건을 송치하면 그때부터 수사의 오류, 객관성, 투명성 등을 검증한다. 우리도 무늬만이 아니라 실질 내용이 대륙법계를 따라야 한다. 이런 식으로 검사 제도를 운영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서울중앙지검의 공판부 검사가 몇 명인지, 그들이 왜 찬밥 취급을 받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검사는 소추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변호사와의 법리 공방을 통해 유죄임을 입증하고 배심원들에게 유죄의 심증을 형성하도록 설득하는 이런 것이 검사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총을 차고 나가 조직폭력배를 직접 잡는 것이 검사가 아니다.”

-수십년간 수사권 갈등을 빚고 있는데도 해법이 보이지 않는데, ‘밥그릇’싸움 때문인가.

“중국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 우리 수사지휘권이 그런 모양이다. 본래의 순수한 의미가 사라졌다. 수사지휘권은 검사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검사는 수사지휘권을 활용, 경찰을 권력적으로 지배하려 하고 있다.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독점하고 있는 검찰은 견제받지 않는 권력기관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검찰의 구조는 이제 민주화되고 정상화돼야 한다. 검찰권은 분권화돼야 한다.”

-검찰 못지않게 15만명 경찰 조직의 권력화도 견제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경찰이 그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군사정권 시절 무지막지하게 시위 진압하고, 정치권력에 이용당하는 등 원죄가 많다. 경찰 조직이 강해지려면 국민의 신뢰가 무엇보다 절대적이다. 경찰이 어느 조직보다 넓고 깊게 내부 혁신과 자정 노력을 기울이며 국민 곁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권 조정이 이뤄질 경우 인권유린 사태가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수사권 조정의 핵심 내용은 검사의 자의적 수사지휘권을 근원적으로 차단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대로 한다면 도둑을 잡으러 가기 전에 ‘도둑 잡으러 갈까요, 말까요’ 하며 검사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러나 수사 현실에서 이렇게 하는 경우는 생각하기 어렵다. 반면 잡은 도둑의 구속 여부는 검사의 통제를 받는다. 이러한 현실을 그대로 법조문에 옮기자는 것뿐이다. 사건을 송치한 뒤 사후 스크린을 통해 인권유린 등의 통제 조절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수사의 개시 및 진행 단계에서도 경찰의 강압적 수사가 이뤄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나는 수사의 투명성 및 객관성을 검사의 독점적 수사지휘권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 말은 허구에 가깝다. 그 말이 사실이 되고, 현실적 대안이 되려면 형사 하나에 검사 하나가 붙어야 가능하다. 수사의 투명성은 다원화된 수사 체계 및 교차 확인 등 선진 제도를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조정자문위가 36개항 의제 가운데 19개항에 합의했는데.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수사 주체를 검사로 규정한 형사소송법 제195조와 검사의 수사 지휘를 명문화한 동법 제196조의 개정 문제로 집약된다. 검찰이 양보했다는 19개 합의안에는 경찰의 수사 주체성 확보와 상명하복 관계의 상호협력 관계로의 전환에 대한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를 뺀 19개의 합의안은 쓰레기에 불과하다.”

-경찰대 출신 엘리트들이 상황을 극단적으로 끌고 간다는 지적도 있다.

“우리는 잘못된 제도를 고쳐달라고 요구해놓은 상태다. 변화를 요구한 사람은 논쟁을 유도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 목소리를 경찰대 출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경찰대 출신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경찰에 투신한 것이 아니다. 경찰이 바로서야 한다는 조직인으로서의 소명 의식과 철학을 공유하고 있다. 그런 경찰대 출신인들 가운데 현재의 검찰과 경찰 위상을 보며 분노하지 않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고 본다. 그들은 가슴과 가슴으로 통하는 뭔가가 있다.”



주간동아 2005.05.17 485호 (p52~53)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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