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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당신네 黨은 보수요? 진보요?”

“당신네 黨은 보수요? 진보요?”

“당신네 黨은 보수요? 진보요?”

이훈구ㅣ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과거 우리나라 정당은 단순히 여당과 야당으로 구분되었다. 정치적 신념이나 정강·정책의 차이점이 서로 구분되지 않았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는 야당이 있었고, 그 반대편에 여당이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 정치는 크게 보수와 급진의 양당 구조로 바뀌었다.

이미 알고 있는 바와 같이 한나라당은 보수이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급진이다. 물론 세 정당은 이런 식의 단순 구분에 반대할 것이다. 한나라당에도 보수에서 진보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에도 급진이 아닌 진보나 보수를 추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노당은 급진으로 분류하는 데 불만이 없을 것이다.

정당 정책 뚜렷이 밝혀야 국민이 정당 선택 가능

급진과 보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성격상의 차이가 있을까? 성격심리학자 아이젱크는 성격과 정치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대개 급진파와 보수파는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중산층이 보수를 지지하는 반면, 하류층은 급진을 선호한다. 중산층이 보수를 지향하는 이유는 아마도 만족스러운 그들의 경제 상황이 그대로 지속되기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하류층은 불만족스런 현 사회 및 정치제도를 혁신하려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젱크는 보수-급진에서 한 차원을 덧붙였다. 그것은 강경과 온건이다. 강경은 사회적인 제약을 무시하고 본능적 공격적 태도를 취한다.

반대로 온건은 사회적 제약을 존중하면서 사회가 용인하는 범위 안에서 개혁을 시도한다. 아이젱크는 강경-온건은 가정교육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엄격한 가정교육을 받은 사람은 온건 쪽이며, 허용적 양육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강경 쪽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성격과도 상관이 있어서 외향성은 강경 쪽이며, 내향성은 온건 쪽이다.

최근 레이코프는 미국의 보수와 급진 정책이 두 가지의 자녀 양육 가치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수의 가치관은 엄격한 아버지 상을 추구한다. 그래서 권위, 질서, 자립, 복종 등을 강조한다. 반면 급진의 가치관은 자애로운 어머니 상을 추구한다. 어린아이를 따뜻하게 돌보듯이 빈민을 구제하고 저소득층에 대한 복지를 강화한다.

아이젱크는 정치적 태도를 측정하는 도구를 만들어 유럽의 5개 정당에 적용해보았다. 그 결과 공산당은 급진-강경·사회당은 급진-온건으로 나타났고, 보수당은 보수-온건·파쇼당은 보수-강경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1962년 아이젱크가 만든 이 측정 도구를 4개 대학 231명의 학생에게 적용해본 결과 재미있는 현상을 발견했다. 급진에 속하는 학생은 단 한 명도 없고 모두가 보수로 나타났다. 왜 그랬을까? 당시는 모두 가난했던 시절인지라 상류니 하류니가 따로 없었다. 그리고 반공을 내세운 군사정부가 들어선 탓에 좌경 쪽인 급진주의를 신봉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지난 총선과 대선 때부터 급진을 신봉하는 정당과 유권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이제 우리 사회에도 소득 격차가 생기고 급진 정강이 자유롭게 표현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부모들의 양육 방식 또한 과거의 강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데에서 벗어나 민주적이고 허용적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정치 행동, 정치 신념도 심리학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본인이 어떤 사회계층에 속하는가, 그리고 어떤 가정교육을 받아왔는지에 따라 우리의 정치 이념이 달라지고 정당 정책이 정해진다.

이젠 우리도 자신의 정강·정책을 뚜렷하게 밝혀야 한다. 그럼으로써 우리의 정치도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다. 한나라당이 일부는 보수고, 일부는 진보여서는 안 된다. 이는 열린우리당이나 민노당도 마찬가지다. 급진인지, 보수인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그리고 더 나아가 자신의 정책이 온건-강경 중 어느 쪽인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국민이 자신의 성격에 맞는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주간동아 2005.05.10 484호 (p9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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