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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그림 지도 ‘사랑의 채색’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장애인 그림 지도 ‘사랑의 채색’

장애인 그림 지도 ‘사랑의 채색’
인사갤러리 큐레이터 김정현(34) 씨는 매주 월·금요일이면 직장 대신 서울 송파구민회관으로 출근한다. 장애인 그림 동호회인 ‘화사랑’ 회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현재 김 씨에게 그림을 배우는 장애인은 18명. 대부분이 뇌성마비, 정신지체 등의 중증 장애인으로 연령도 17세부터 66세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힘겨운 몸동작으로 김 씨의 지도를 받으며 그림을 그린다. 떨리는 손 대신, 발 또는 입으로 붓을 잡고 그리지만 그 열정은 전문 화가 못지않다.

김 씨가 장애인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은 96년부터. 당시 한 장애인 단체의 문화강좌 강사로 일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곳의 문화강좌가 폐강된 뒤에도 세 명의 장애인이 김 씨에게 그림을 가르쳐달라고 부탁했고, 김 씨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 후 수강생은 점차 늘어났고 화사랑이라는 이름도 붙이게 됐다.

그러나 김 씨의 이 일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강의실로 쓰던 공간을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으면서 지원이 끊겼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김 씨는 강의실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기관과 단체를 찾아다녔다. 다행히 그에게 강의실을 지원해준 곳이 있었는데 바로 송파구청이었다. 구청 측은 구민회관 내 35평의 강의실을 지원해주었고, 이곳은 현재까지 화사랑 회원들의 보금자리로 쓰이고 있다.

화사랑 회원들은 해마다 자신들의 작품으로 전시회를 연다. 한해 두해 횟수를 더하더니 올 11월 전시회가 벌써 여덟 번째다. 힘들게 만든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회원들은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된다.

수원대 서양화과를 졸업, 개인전 5회 경력의 화가이기도 한 김 씨는 “장애우들과 함께하느라 결혼에도 관심 갖지 못했지만 보람도 컸다”며 “도예나 그림 등을 가르칠 자원봉사자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주간동아 483호 (p101~101)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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