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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인원 3년간 행운? … 골프로 울고 웃은 여의도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홀인원 3년간 행운? … 골프로 울고 웃은 여의도

홀인원 3년간 행운? … 골프로 울고 웃은 여의도

2001년 경기도 한 골프장에서 강창희 전 의원(무소속)과 걷고 있는 강재섭 원내대표(왼쪽).

3월10일 경기 레이크사이드 CC.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가 홍준표 혁신위원장을 비롯해 이명규, 이병석, 나경원, 임태희 의원 등 한나라당 혁신위원 8명을 불러 격려하는 ‘라운딩’을 했다. “한나라당의 미래는 당신들에게 달려 있다”며 혁신위원들을 위로 및 격려하려던 이날 자리는 우연치 않게 강 대표가 주인공으로 바뀌는 상황이 연출됐다. 강 대표가 남코스 세 번째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하는 ‘기적’을 연출한 것. 이날 라운딩에 나섰던 참석자들은 축하 자리를 마련했다.

핸디 12 수준인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이 세 번째 홀인원인데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다.”

홀인원은 골퍼들이 평생 한 번 하기 힘들다는 대기록이자, 모든 골퍼들의 꿈이다. 세 번에 걸쳐 홀컵에 공을 집어넣는 파3홀에서 단 한 번에 홀컵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씨는 홀인원을 기록한 뒤 수백만원대 식수 행사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레이크사이드 한 관계자는 15일 전화통화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강 대표가 특별한 행사를 열지는 않았고 일행들과 축하자리를 마련한 정도”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이날 강 대표에게 폭탄주로 축하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은 세 번의 홀인원을 기록한 강 대표의 골프 운이 정치 운으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덕담을 잇따라 건넸다고 한다. 한동안 정치적으로 침체에 빠졌다가 최근 원내대표로 발탁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강 대표의 입지를 감안한 것. 먼저 홍준표 혁신위원장이 나섰다.



“홀인원은 3년 동안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이 있다. 3년 후면 정치적으로 큰 선거가 있는데, 이번 홀인원이 큰 행운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는다. 잘해보시라.”

그의 덕담을 계기로 비슷한 얘기들이 강 대표에게 전달됐다.

강 대표도 이런 분위기에 취했다. 한 참석자는 “강 대표가 이날 보기 드물게 많은 술을 마셨다”고 설명했다.

이튿날인 11일에도 골프는 국회와 정치인들의 핵심 이슈였다. 특히 국회 본회의장이 골프와 관련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그러나 주인공은 강 대표가 아닌 이해찬 국무총리로 바뀌었다. 강원도 고성·양양 지역에 대형 산불이 발생한 4월5일(식목일) 이 총리가 골프를 친 것이 언론에 공개됐고, 한나라당이 이를 본회의장에서 따지기로 내부 결정을 내렸기 때문. 11일 오전 한나라당의 대정부질문을 지원하던 한 관계자는 “뻣뻣하던 이 총리를 잡을 수 있는 대형 호재”라며 강한 공격을 예고했다. 공직자의 골프는 경우에 따라 국민정서와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산불이라는 국가 재난 사태에 골프를 즐긴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이 강공 드라이브를 건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강 대표의 홀인원이 하룻밤 사이에 잠수를 한 배경도 어렵지 않게 유추되는 대목이다.

이런 흐름을 사전에 인지한 듯 이 총리는 평소 자세를 버리고 역으로 치고나왔다. 그는 “이 자리를 빌려 식목일에 골프를 침으로써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1, 2차 공격까지 준비했던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당연히 김빠지는 소리가 터져나오는 상황. 이 총리는 “안이한 판단을 했기 때문에 걱정을 끼친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를 드리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저 자신 근신하겠다”고 밝혀 언론의 예봉도 꺾었다. 산불이 난 상황에 골프를 친 가벼운 처신을 성토하던 네티즌들도 더 없이 낮은 곳으로 ‘임하는’ 이 총리를 어찌할 수 없는 상황. 저격수로 자처했던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은 “이 총리의 다른 모습을 본 것 같아 좋았다”며 한나라당의 골프 공격에 대한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만약 총리실이 하루 전 강 대표의 세 번째 홀인원 사실을 알았다면 대응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런 해프닝에도 정치권의 골프 행렬은 줄어들지 않는다. 모 골프장 부사장 출신인 한나라당 김태환 의원실은 ‘부킹’ 민원이 끊이지 않는다는 후문이다. 각 당 대변인실의 몇몇 ‘부킹 박사’들도 어느 때보다 바쁜 봄날을 맞고 있다고 한다. 야당 대변인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부킹 수요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진 것 같다”고 말한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술자리를 피하고 골프를 즐긴다는 설명이다.

그러다 보니 해프닝도 수시로 벌어진다. 최근 한 정치권 인사가 ‘머리 얹기’에 나섰다가 허리를 다치는 불상사가 있었다고 한다. 문제는 그 측근의 해명. 그의 측근은 “2주일 동안이나 준비했는데…”라며 부상이 속성과외에서 비롯됐음을 노출했다. 봄을 맞은 여의도에 골프 붐이 점증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14~14)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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