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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스팽글리쉬’

괴팍한 가족 럭비공 소동

괴팍한 가족 럭비공 소동

괴팍한 가족 럭비공 소동
제임스 L. 브룩스는 영화감독이 되기 전에 텔레비전 작가와 프로듀서로 일했다. 실제로 그는 지금도 텔레비전 작가처럼 생각하고 글을 쓰며 영화를 연출한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그 다음이 스토리와 액션이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다섯 편의 영화는 모두 그 공식에 충실했다. 한번 돌이켜보기 바란다.

모녀간의 갈등을 다룬 ‘애정의 조건’, 방송국이라는 직장에서 아옹다옹하는 전문가들의 에피소드들을 모은 ‘브로드캐스트 뉴스’, 한물 간 배우인 아빠와 막 아역배우로 성장하는 딸의 이야기를 다룬 ‘너를 위하여’, 강박증에 걸린 괴짜 작가와 주변 사람들 및 개의 이야기를 다룬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여러분은 이 영화 속의 캐릭터들과 그들이 처한 상황을 생생하게 기억하겠지만 정작 줄거리를 설명하라고 하면 막히고 만다. 간신히 내놓을 수 있는 건 캐릭터들이 놓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건 줄거리가 아니다.

‘스팽글리쉬’에서도 줄거리를 소개하는 건 쉽지 않다. 설정은 말해줄 수 있다. 영어를 거의 못하는 멕시칸 불법 체류자인 여성이 약간 괴팍스러운 중산층 가족의 가정부로 취직한다. 가정부에게도 딸이 하나 있고 그 가족에게도 딸이 하나 있어서 둘이 두 가족의 중간 다리 구실을 해준다. 여기에 자잘한 에피소드들이 연결돼 느슨한 드라마와 코미디를 형성하는데, 약간의 충돌도 있고 살짝 위태로운 상황도 생기지만 결국 모두가 서로에게서 무언가를 얻고 만족스러운 결말에 도달한다는 것 이외엔 말해줄 수 없을 것 같다. 사실 그 이상을 말해줄 수 있을 만큼 내용이 분명치도 않다.

위에 언급한 브룩스의 영화들이 그렇듯, ‘스팽글리쉬’도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갈등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에서 갈등은 문화 충돌과 언어라는, 보다 커다란 포장을 쓰고 있지만 거기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다. 이 영화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건 개인이다. 문화와 언어는 그들이 연관된 하나의 상황에 불과하다. 그게 아니라면 한 가족 내에서도 사방으로 날뛰는 이 괴팍한 사람들의 성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코미디 장르 규칙 속에서 한계에 도달한 미국인들? 상관없다. 쉽게 정리되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이들의 성격과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동은 여전히 꽤 재미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성격을 그대로 시트콤에 옮겨도 꽤 괜찮은 시리즈가 나올지도 모른다.

애덤 샌들러가 출연했다고 해서 샌들러 영화의 과격한 유머를 기대하지는 마시길. 반대로 샌들러는 이 영화에서 비교적 얌전한 캐릭터다. 진짜 화끈한 코미디는 그의 장모인 클로리스 리치먼과 아내 티아 레오니가 담당하고 있다. ‘섹스와 루시아’의 헤로인 파즈 베가가 훨씬 노출이 적은 역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84~84)

  • 듀나/ 영화평론가 djuna0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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