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2005.04.12

2005 한국영화 성공예감

  • 입력2005-04-08 11: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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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삼월도 아랑곳 않는 꽃샘추위로 아침이면 옷차림에 고심해야 하는 일기에다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하는 게 나을 듯한 헷갈리는 경제지표. 마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한국 영화 산업을 보는 듯하다. 게다가 작금의 독도 사태가 한국 영화의 대(對)일본 수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영화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어쩌면 본질이 도박인 영화를 놓고 예측이라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러나 4월1일 올해 한국 영화의 기대작 ‘달콤한 인생’과 ‘주먹이 운다’ 개봉을 기점으로, 현재 나타나고 있는 한국 영화계의 몇 가지 징후, 특히 해외시장에서 바라보는 몇 가지 관점을 토대로 올해 한국 영화 산업에 대한 시놉시스를 쓸 수 있을 듯하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주요 투자, 제작사의 라인업들을 훑어보면서 가장 반가운 점은 올해 한국 영화계의 상차림이 여느 해보다도 다양해지고 여러 면에서 튼실해졌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말아톤’의 대성공 덕에 ‘인간극장류’ 소재들이 이미 동이 났다는 등 또 다른 트렌드 범람이 예상되긴 하지만, 단순히 소재가 다양해졌을 뿐 아니라 혼합 장르의 실험도 계속될 조짐이어서 믿음직스럽다.

    상차림 다양하고 튼실 … 해외 시장에선 굳히기

    이처럼 바람직한 발상의 전환은 단연 해외시장 확대에서 영향을 받았다 할 수 있겠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라 하면 일본, 동남아에 국한되었던 시장이 미주, 유럽 등으로 무한 확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자, 기획, 배급자들의 상상력이 한국적인 환경에만 매이지 않고 더 자유로운 시각으로 펼쳐나가고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영화계의 원기왕성한 기운은 오랜만에 야심만만한 초대형 작품들을 쏟아낼 태세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이후 블록버스터 공포증에 시달려온 충무로이건만 이번엔 맥락이 다르다. 5월 개봉하는 ‘남극일기’에서 ‘천군’ ‘웰컴투동막골’ ‘청연’ ‘괴물’ ‘태풍’에 이르기까지 이 초대형 영화들은 사이즈에 연연한 작품들이라기보다 이야기나 기획에 맞게 제대로 사이즈를 키운 웰메이드 대작이기 때문이다.

    해외 시장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은 이제 두말하면 사족. 올해는 아마도 자리굳히기의 해가 될 듯하다. 대표적인 예가 한 해 영화제 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1월의 선댄스영화제에 이례적으로 4편의 한국 영화가 초청되었다는 점. 벌써부터 칸, 베니스 등 세계 유수의 특급 영화제들이 홍상수, 박찬욱, 김기덕 등 이른바 월드스타 감독들의 작품들을 내정해놓고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올해에는 새로운 발견의 대상이 될 신인 감독들뿐 아니라 해외시장 개척의 선구자 구실을 했던 임권택, 박철수, 이명세, 장선우, 박광수 등 중견 감독들의 신작들이 쏟아져나오니 바다 건너에서 속속 건너올 좋은 소식을 기대해봄 직하다. 해외시장에서의 활발한 기운은 이후 공동 제작 및 프로젝트의 글로벌화 폭을 더욱 넓혀가는 데 큰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다만 불안한 것은 일본 시장이다. 4월 ‘달콤한 인생’을 필두로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외출’ ‘분신사바’ ‘형사’ 등 판매가에서 기록 경신을 연이어 가며 한류를 주도했던 작품들이 대규모로 개봉 초읽기에 들어가는데, 정치적 이슈도 이슈지만 이러한 브랜드 감독, 브랜드 배우를 내세운 작품들의 성패가 향후 일본에서 한류 정착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말아톤’이나 ‘마파도’ 등의 성공은 최근 군 입대 러시 등으로 배우 기근에 시달려온 한국 영화계의 편중된 스타 시스템에 대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2005 한국영화 성공예감

    채 희 승ㅣ ㈜미로비젼 대표

    마지막으로 정말이지 맞아떨어졌으면 하는 희망 섞인 2005년의 예측 한 가지. 2004년 대기업 계열 멀티플렉스 체인에서부터 조심스레 타진되고 있는 비주류 영화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영화진흥위원회가 주도하는 아트플러스 체인이 올해는 제자리를 잡았으면 하는 것이다. 영화와 극장 수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관객의 선택권은 줄어든 이 악순환이 끝나고, 소외된 영화 편에서는 시원한 숨통이 열리고 소외된 관객들의 갈증도 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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