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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戰犯 후손들이 극우 망령 되살린다

역사적 망언 일삼는 정치인 상당수가 A급 전범이나 징용으로 富 쌓은 자들의 집안

戰犯 후손들이 극우 망령 되살린다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은 정치가들은 국정을 맡을 자격이 없다.”

‘새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역모)을 후원하는 아사히맥주 나카조 다카노리 명예고문이 ‘신사 발언’으로 중국에서 ‘몰매’를 맞고 있다. 중국 상인들은 진열대에서 아사히맥주를 걷어내기 시작했다. 교과서 왜곡에 대한 중국민들의 항의 표시다. 아사히맥주는 교과서 왜곡에 앞장서는 ‘후쇼사’를 지원하는 일본의 대표적 극우기업. 아사히맥주뿐인가. 미쓰비시중공업, 동경미쓰비시은행, 브릿지스톤, 이스즈자동차, 도요방적, 호코크생명보험 등 내로라하는 일본 기업들이 앞다투어 교과서 비틀기의 후원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일본 사회는 또 어떤가.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꼬집은 후지제록스 고바야시 회장의 집은 화염병 세례를 받았다. 졸업식에서 기미가요 제창을 반대한 교사 200여명은 감급과 재고용 취소 처분을 당했다. 일부 학교에선 국가(國歌)를 부르는 목소리 크기에 따라 점수가 매겨지고, ‘애국심’이 채점된다. 그뿐인가. 시험문제에 침략 역사를 넣었다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시험에 출제해 고통을 줬다”며 제소되는가 하면, 만화에 난징대학살을 넣었다는 이유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작가도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일본의 우경화를 부추기는가. 재일본대한민국청년회(이하 청년회)의 분석은 다소 충격적이다. 침략 전쟁을 주도한 인사의 후손들이 정부와 정치권에 대거 똬리를 틀었고, 이들이 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우경화의 고삐를 쥔 인사들의 가계(家系)와 역사 관련 발언, 일본 정계에서의 위상은 향후 일본의 우경화 속도를 짐작케 한다.

아소 총무상 가족은 조선인 착취해 돈 벌어



수상 다음 서열인 아소 다로 총무상의 가족은 일제강점기 때 아소탄광을 운영하면서 조선인 노동자들을 착취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소탄광은 조선인을 데려와 열악한 환경에 방치했고, 조선인 노동자의 일부는 이곳에서 불귀의 객이 되기도 했다. 아소 총무상은 ‘새역모’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시마네현 의회의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제정의 배후로도 거론되고 있다. 조선인 징용을 통해 부를 쌓은 집안의 후손인 그는 “강제연행(징용)은 없었다” “창씨개명은 조선인이 원했기 때문에 일본이 허락한 것이다”고 망언했다.

납치의원연맹을 이끌며 ‘북한 때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히라누마 다케오 전 경제산업상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조부는 히라누마 기이치로 전 총리. 히라누마 전 총리는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종신금고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 병사했다. 그는 1939년 총리가 되었다가 사직한 뒤 40년 고노에 후미마로 내각의 부총리 겸 내무상, 45년 추밀원 의장을 지낸 제2차 세계대전의 대표적인 전쟁 범죄자다. 현직 각료 시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한 히라누마 전 경제산업상은 왜곡 교과서의 지지자로서 “총리는 당당히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아베 자민당 간사장대리는 A급 전범의 외손자

차기 총리로 거론되는 아베 신조 자민당 간사장대리는 A급 전범 용의자로 투옥된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다. 기시 전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조선인 납치와 징용에 관련된 인사로 A급 전범 혐의로 3년간 철창 신세를 졌다. 그는 “만주국은 내 작품”이라고 떠벌리는 등 일제 식민지 지배의 중추였으나, 미국은 A급 전범이던 그를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 이용한다. 옛 소련과 대립했던 일제의 괴뢰국가 만주국에서의 경험을 높이 평가해 전후 처리를 맡긴 것이다.

아베 간사장대리는 자위대 일본군으로 전환할 것과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일본 정계의 대표적 강경파. 아베 간사장대리의 주도로 97년 만들어진 ‘일본의 전도와 역사를 생각하는 젊은 의원들의 모임’(이하 젊은 의원들의 모임)은 “위안부 문제가 왜곡돼 전해지고 있다. 국민운동을 다이내믹하게 벌여가겠다”고 했다. 국민운동이란 역사 왜곡 교과서의 산실인 ‘새역모’와 연계해 기존 교과서(일본 우익이 보기에 자학 사관을 담고 있는 교과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새역모 교과서가 일선 학교에서 채택되도록 지원하는 활동을 말한다.

아베 간사장대리는 지난해부터 47개 지역에서 지방의원연맹을 발족해 조직을 가동하며 이른바 ‘교과서 바로잡기’에 앞장서고 있다. 자민당 소장파들은 그를 ‘대안’으로 여기고 대망론을 부추긴다. “종군위안부 문제는 왜곡된 것이다” “중국이 야스쿠니에 가지 말라고 하는 것은 일본이 중국인에게 톈안문에 가지 말라는 것과 같다”는 그의 발언과 “만주국은 내 작품”이라는 기시 전 총리의 증언은 어쩔 수 없이 오버랩된다.

내각엔 온통 왜곡 역사 교과서 지지자들

아베 간사장대리와 짝을 이뤄 ‘젊은 의원들의 모임’을 주도해온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도 ‘타고난’ 극우파 정치인이다. 그의 아버지 나카가와 이치로는 “군대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말을 되풀이하던 대표적 극우 이론가. 그가 이끌던 ‘나카가와 그룹’이 배출한 인사로는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가 있다. 나카가와 경제산업상은 “군대 위안부에 강제성은 없었다”는 아버지의 발언을 되풀이하며 “반일 교과서로 아이들을 가르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아베 간사장대리와 히라누마 전 경제산업상, 나카가와 경제산업상 등은 새역모 교과서의 일선 학교 채택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표명했다. 이들은 지방의회의 등을 떠밀어 지방 교육위원회가 왜곡된 교과서를 선택하도록 이끌 요량이다. 일본 정부와 자민당의 핵심 인사들이 역사교과서 왜곡을 주도하는 셈이다. 정치인들의 노력은 교과서 채택률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시하라 도쿄도지사의 노력으로 2004년 도쿄에서 ‘새역모’의 교과서가 채택된 일도 있다. ‘새역모’는 이번 개정판의 채택률을 10%까지 올리기로 목표를 정하고 총력전에 나섰다.

일본 내각은 왜곡된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사실상 점령했다. 교과서의 검증을 맡고 있는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과학상은 ‘젊은 의원들의 모임’ 부대표 출신. ‘새역모’ 지지자가 왜곡 교과서 검증의 사령탑을 맡은 것이다. 나카야마 문부과학상은 3월29일 “일본 교과서 기술 기준인 학습지도요령에 독도와 다오위다오(釣魚島)를 일본 영토로 명기해야 한다”고 망언했다.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는 이전에도 심심찮게 망언을 해왔다.

“정상끼리 무릎을 맞댈 때는 얘기하지 않다가 그런 형태로 표현을 한 것은 유감”이라며 야스쿠니 참배 문제를 거론한 노무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난, 도마에 오른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은 2001년 모리 내각의 문부과학상으로 ‘새역모’의 교과서를 처음으로 검정에서 통과시킨 장본인이다. 그는 일관되게 새로운 역사교과서 운동을 지지해왔으며,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두둔해온 대표적 인사다. 그의 입각 이후 외무성의 보수화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다나가키 사다카즈 재무상은 침략 전쟁을 미화하고 있는 역사검토위원회 회원이고, 오쓰지 히데히사 후생노동상은 일본유족회 부회장으로 야스쿠니 참배를 지지한다. 고이케 유리코 환경상은 역사교과서를 생각하는 초당파 모임 소속이며, 시마무라 요시노부 농림수산상은 95년 무라야마 내각 때 “위안부는 자발적 매춘부”라고 발언했다가 구설에 오른 인사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상은 ‘젊은 의원들의 모임’ 회원이고, 다나하시 야스후미 과학기술상도 ‘젊은 의원들의 모임’과 가깝다.

이렇듯 일본을 우경화로 이끄는 ‘소장 우익’들이 일본 정치권의 주류를 차지했다. 침략 전쟁에 대한 부채의식을 내던져버린 이들은 재무장을 막아온 평화헌법을 개정할 실질적 힘을 가지고 있으며, ‘강한 일본’에 대한 일본인들의 향수를 등에 업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일본을 중국 견제의 교두보로 여김으로써 국가주의는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전범 국가의 굴레를 벗고 일본을 보통국가로 만들려는 ‘일본판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브레이크를 잃은 듯하다. 왜곡된 역사로 무장한 ‘전쟁할 수 있는’ 일본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주간동아 2005.04.12 480호 (p32~34)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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