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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참모 3인방 더 큰 날갯짓 하나

경남농민회 출신 참여정부 요직 발탁 … 이봉수 씨 마사회장 도전 초미의 관심

농업참모 3인방 더 큰 날갯짓 하나

농업참모 3인방 더 큰 날갯짓 하나

남해군 창성대교.

참여정부가 갓 출범한 2003년 3월 초, 서울 강남구 선릉역 인근 한 오피스텔. 40대 남자 두 명이 지키고 있는 오피스텔 거실엔 프린터가 딸린 컴퓨터와 TV만 있을 뿐 그 흔한 소파 하나도 없다. 저녁 7시경, 외투를 걸친 40대 남자 두 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섰다. 수인사를 나눈 이들은 능숙한 솜씨로 안주와 소주잔을 준비했다.

빈약한 술상이지만 이들은 참여정부의 출범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 분위기를 이끈 사람은 박홍수 전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이하 한농련) 회장. 경남 남해에서 활동하던 그는 서울에 오면 마땅한 잠자리가 없어 선후배들과 작은 오피스텔을 임대해 사랑방으로 만들었다. 이날 사랑방을 찾은 사람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현직 장관인 그가 오피스텔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김해 출신으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농업특보를 역임했던 이봉수 씨와 김인식 전국농민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이날 함께했다. 김 전 장관은 당시 선릉 오피스텔 멤버들과 참여정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끈이었다. 그렇지만 정권을 창출했다는 자부심은 대단했다. 당시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봤던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 관계자는 “대화를 해보면 열정적이었지만 순수했다”고 말했다.

대부분 농정 분야로 수직 상승

이런 열정 때문일까. 이들은 이후 참여정부의 핵심 요직에 발탁됐다. 김 전 장관이 참여정부 출범과 동시에 행정자치부 장관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03년 7월 김인식 씨가 대통령 비서실 농어촌 태스크포스팀 팀장(비서관)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 달 뒤인 8월에는 이봉수 씨가 마사회 부회장에 임명됐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 전 회장은 2004년 총선에서 우리당 비례대표 20번으로 원내에 진출했다가 2005년 1월 농림부 장관으로 수직상승했다. 농민회 등에서 활동한 이력 탓인지 이들은 대부분 농정 분야에 발탁됐고,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이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의 ‘농참(농업참모) 삼인방’이란 별칭을 붙여주었다. 선릉 오피스텔에서 키웠던 남해의 꿈은 박 장관의 농림부 장관 취임을 끝으로 화려하게 꽃피우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참여정부 3년차에 접어든 요즘 선릉 오피스텔 멤버들 주변에서 또 다른 비상 기운이 감돈다. 주인공은 이봉수 마사회 부회장과 김두관 전 장관. 이 부회장은 4월 결정되는 신임 마사회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이 부회장은 2003년 8월 취임 후 1년 6개월간 ‘대통령배 대상경주’를 도입하는 등 무난한 업무 능력을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그의 회장 취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의 출신 성분과 정치적 배경이 오버랩되면 상황은 묘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다. 먼저 이 부회장이 노무현 대통령과 동향인 경남 김해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이다.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 농업특보를 역임한 점도 ‘말’을 낳는 이력이다. 과거의 경우 이런 경력과 지연(地緣)은 카리스마를 발휘, 인사에 결정적 구실을 했다. 그러나 참여정부에서는 반대 현상이 곧잘 현실화한다.

농업참모 3인방 더 큰 날갯짓 하나

이봉수 한국마사회 부회장.

마사회 주변에서는 이 부회장이 차기 마사회 회장 공모를 신청할 경우 사실상 ‘낙점’이나 마찬가지라는 전망과 개방형 임용제를 표방한 참여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그의 등장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란 상반된 견해가 나온다. 이 부회장은 최근 취재진과의 전화 접촉마저 피해 미묘한 분위기에 대한 부담감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다.

더구나 마사회 회장 임명 제청권자인 농림부 장관이 선릉 오피스텔 멤버였던 박 장관이라는 점이 무엇보다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두 인사는 상경 전 한농련 경남 회장(이 부회장)과 한농련 회장(박 장관)으로 서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박 장관이 아무리 객관성과 공정성을 강조해도 그들의 사적 관계는 온갖 억측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 다른 지인인 김인식 농어촌 비서관이 현장의 이런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잡은 것도 득보다 실이 많다는 지적이다. 의혹이 깊어지면 당사자들은 부담스럽다. 이에 대한 김 전 장관의 해명이다. “여러 얘기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모두 추측이고 억측이다. 마사회 회장은 철저하게 공모 원칙을 지킬 것이다. 심사위원들이 구성됐고, 그들은 공정하게 마사회 회장 후보를 뽑을 것으로 믿는다.”

경남 농민회 3인방 가운데 또 다른 비상을 꿈꾸는 인물은 김두관 전 장관이다. 그의 목표는 정치적 부활이다. 그는 한때 이장 출신 장관으로 참여정부 최고의 히어로였다. 그러나 높게 난 것만큼이나 처절하게 추락해 재기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의장 경선에 나선 그를 놓고 “예선 통과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뛰어넘었다. 당의장 선거에 출마한 각 캠프의 말을 종합하면 그는 ‘빅3’에 진입했다. 이변이 없는 한 상임중앙위원 당선권인 5위 안에 무난히 들 것이란 전망이 높다. 김 전 장관은 이번 선거를 발판으로 내년 경남 도지사 선거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김 전 장관의 선전 배경에는 선릉 오피스텔 멤버들의 직·간접적 지원이 보이지 않게 작용한다. 먼저 박 장관의 움직임이 관심이다. 박 장관이 남해군 창선면 장포마을에서 이장을 할 때, 김 전 장관도 고현면에서 이장을 지낸 동향 출신. 주변에서는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로 지원 여부를 암시한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은 3월17일 전화를 통해 이렇게 해명했다.

“3월12일 경남 창원 도당행사장에서 (김 전 장관을) 만났다. 어렵게 현실 정치를 해나가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그러나 알다시피 내가 공직에 있어 나설 처지가 아니다.”

김두관 전 장관 ‘화려한 재기’

박 장관은 “마음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몸도 수시로 지근거리로 달려간다. 특히 두 사람의 사무실이 한 건물에 있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건물 이름으로는 낯설지만 서울 여의도에 있는 ‘민족통일’이란 건물 8층에 박 장관의 사무실이 있고, 같은 건물 2층에 김 전 장관의 사무실이 있다.

김 전 장관의 정치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박 장관의 움직임은 실상 뿌리가 깊다. 2004년 4월 총선에 나선 김 전 장관 선거운동에도 직접 나섰고, 2003년 9월 김 전 장관이 장관직을 사퇴했을 때 김 전 장관을 가장 먼저 위로한 사람도 박 장관이었다. 그렇다고 김 전 장관이 일방적으로 받기만 한 것은 아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박 장관의 정치적 성공 배경에는 김 전 장관의 구실이 컸다. 2004년 4월 총선 당시 박 장관이 받은 우리당 비례대표 순번은 40번 밖. 17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배지를 달기 힘든 순번. 이런 상황에서 역전 드라마를 몰고 온 사람 가운데 하나가 김 전 장관이다. 김 전 장관 등 개혁그룹은 탄핵안 가결 직후 민주당을 탈당, 우리당에 입당한 조성준 전 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공천을 ‘밀실공천’으로 규정, 중앙위원회 표결로 그의 20번 순번을 부결시켰다. 대신 김 전 장관 등은 박 장관을 천거, 당선 안정권으로 진입시킨 것. 1월 박 장관의 농림부 장관 발탁 이면에도 김 전 장관을 중심으로 한 우호세력의 지원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우리당 관계자는 “특별한 움직임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결정적 순간에 결속력을 보이는 것 같다. 특히 특정 분야(농정)에 대한 열의와 지식 축적이 깊어 대화가 잘 통하는 것 같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분위기지만 일에 대한 강한 소신 때문에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밀어주고 당겨주는’ 경남 농민회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이어질까. 열쇠를 쥐고 있는 박 장관의 설명은 다소 조심스럽다.

“6개월여간 정치를 해보니 성향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농정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농정이 농민들에게서 신뢰를 회복하고 정부와 농민, 농협 등 농민단체가 할 일을 분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21세기 농정의 좌표인 도농(都農) 상생도 실천해야 한다. 바쁘다.”



주간동아 2005.03.29 478호 (p36~37)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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