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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맨츄리안 캔디데이트’

권력 욕심이 빚은 정치인들의 음모

권력 욕심이 빚은 정치인들의 음모

권력 욕심이 빚은 정치인들의 음모
땅투기, 뇌물수수, 축재 등 온갖 스캔들로 얼룩진 우리나라 정치에 회의를 느낀다면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를 보시라. 권력을 향한 정치인들의 집착, 자본과 결탁한 음모가 웬만한 수준과 상식을 뛰어넘는다.

걸프전 참전 용사인 벤 마르코 소령은 사회에 적응해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나 12년 동안 똑같은 악몽에 괴로워한다. 마르코 소령은 소대원 모두가 같은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치열한 전투 상황에서 자신과 대원들을 구한 전쟁 영웅 레이먼드 쇼를 찾아간다. 레이먼드 쇼는 명문 가문 출신으로 전쟁 영웅이었던 이력을 바탕으로 부통령 후보로 변신해 있다. 마르코는 레이먼드의 화려한 정치적 배경을 위해 전쟁의 기억이 조작되어 있지 않은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는 ‘양들의 침묵’과 ‘필라델피아’로 명장의 대열에 오른 조너선 드미 감독이 10여년의 공백 뒤에 내놓은 신작으로, 할리우드 주류에서 활동하면서도 독립영화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고집이 느껴진다.

‘맨츄리안 캔디데이트’는 실제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 동안 전쟁 영웅으로 자신을 포장하려 했던 아버지 부시 대통령과 한 퇴역병사 사이에 벌어졌던 ‘같은 전투 상황에 대한 두 가지 기억’에 대한 논쟁을 연상시킬 뿐 아니라, 무모하게 꼭두각시 아들을 대통령으로 밀려는 어머니이자 상원의원인 엘리노어 역시 부시 대통령 부자의 관계에 대한 비유처럼 보인다. 동시에 걸프전에서 이익을 본 것은 누구며, 죽음보다 더 끔찍한 악몽에 시달리는 것은 누구인가라는 물음을 통해 감독은 미국이 벌인 전쟁들에 대해 회의적인 질문을 던진다.

공상과학물 같은 줄거리와 다소 황당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벤 마르코 소령 역을 맡은 덴젤 워싱턴과 정치적 야심에 가득 찬 엘리노어 역의 메릴 스트립의 연기가 볼 만하다. 특히 엘리노어의 얼굴은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데, 세계 어느 나라에나 정치적 표준형이란 것은 있는가 보다.



주간동아 2005.03.15 476호 (p82~82)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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