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6

2005.03.15

적정한 ‘음악 값’책정해야 한다

  •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입력2005-03-10 14:0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적정한 ‘음악 값’책정해야 한다

    2003년 7월 음반업계 관계자들과 가수들이 누리꾼들의 마구잡이식 디지털음원 사용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올해 1월16일부터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되면서 음반제작자들과 같은 저작인접권자에게도 전송권이 부여됐다. 이를 계기로 저작권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미 개정 저작권법 시행 이전에도‘전송권’은 작사가나 작곡가에게 인정되었기 때문에, 개정법의 시행으로 비로소 인터넷에서의 저작물 전송이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정 저작권법의 시행과 맞물려 문화관광부에서 ‘미니홈피에 배경음악으로 음악을 올리는 것’이나 ‘저작권자의 동의를 얻지 않고 인터넷에 시 한 수 올리는 것’까지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6월부터 합동단속반을 설치하겠다는 하자 누리꾼(네티즌)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누리꾼들의 불만은 비영리 목적으로 미니홈피에 음악을 올리거나 인터넷에 시 한 수 올리는 것, 심지어 신문기사를 펌글로 올리는 경우에도 무조건 저작권 침해로 규정하여 손해배상은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게 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이다.

    일단 논란은 뒤로하고, 현행 저작권법과 개정 저작권법에 의해서 허용되는 행위와 허용되지 않는 행위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자신의 미니홈피 등에 음악을 올리는 것은 어떨까. 그 음악이 작곡가, 연주가 등의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것이라면 몰라도(저작권 보호기간은 점점 길어지는 추세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저작권자 사후 50년까지이므로 저작권 보호기간이 지난 것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경우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음악을 미니홈피에 올리는 경우에는 불특정 다수가 그 음악을 들을 수 있으므로(전송행위가 되기 때문에) 저작권자나 저작인접권자의 허락을 얻어야 한다.

    자신이 산 CD를 디지털 음악 파일로 변환해서 올려놓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단, CD를 살 때 저작권자에게서 미니홈피에 올리는 것까지 허락을 받았다면 가능하다. 친구에게서 받거나, 인터넷에서 구한 mp3 파일을 미니홈피에 올려놓는 행위도 허용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의 미니홈피에 올린 것을 링크 시켜놓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다른 사람의 사진 역시 마찬가지다. 직접 올리거나, 다른 사이트에 올려진 것을 태그를 이용해 올리는 경우에도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의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연예인의 사진이라면 연예인의 초상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미니홈피에 신문기사를 펌글 형식으로 올리는 것은 어떨까. 사실보도에 그치는 경우, 예를 들어 경기 결과나 기업들의 공시내용 같은 것들은 펌글로 올려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실보도만이 아니라 기자의 평가나 생각이 표현된 기사는 출처를 밝히건, 밝히지 않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았다면 저작권 침해가 된다. 반면 학술연구, 비평, 토론 등을 위한 게재는 허용된다. 다른 인터넷 블로그의 글을 퍼오는 경우, 펌글이라고 표시하고 글쓴이를 밝힌 경우도 허용되는 건 마찬가지다.

    물론 저작권 침해죄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저작권자가 고소를 해야만 형사처벌이 된다. 그런데 최근 제출된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친고죄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이 들어 있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한편 인터넷에는 이른바 ‘카피레프트(copyleft·저작권 공유)’나 공동사용을 표방하고 있는 저작물들도 있다. 이 저작물들은 저작권자가 사용을 허락한 것이기 때문에 이용조건을 자세히 검토하여 이용조건대로 퍼가도 되고, 음악이라면 링크를 걸어 자기의 미니홈피나 블로그에서 방문자들이 들을 수 있게 해도 된다. 사실 자신의 저작물을 특별히 나쁜 목적으로 쓰거나 하지만 않는다면 여러 사람이 다 같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고, 이러한 행위는 문화의 향유 기회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에 적극 권장돼야 할 일이다.

    그런데 누리꾼 등 소비자의 불만을 사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음악의 값’이다. 그간 벨소리로 음악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사용료가 너무 비싸다는 불만이 있어왔다.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는 인식의 차이가 있겠지만, 만약 미니홈피에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저작권 사용료를 받는다면, 적정하게 정해져야 한다. 저작권자들의 경우는 집단을 이루어 이해를 대변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의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나 세력이 가격을 책정할 때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적정한 ‘음악 값’책정해야 한다

    이은우/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 전송권(電送權)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도록 저작물이나 음반을 제공하거나 송신하는 것에 대해 저작권법이 인정하고 있는 재산적인 권리를 말함.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