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2

2005.02.08

이창호, 슬럼프인가 내리막인가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2-03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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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호, 슬럼프인가 내리막인가
    새해 들어 이세돌 9단의 도요타덴소배 우승과 박영훈 9단의 중환배 우승으로 무한질주를 거듭하던 한국 바둑이 지난주 제주에서 열린 LG배 준결승에서 이창호 9단과 조한승 8단이 중국의 위빈(兪斌) 9단과 일본의 장쉬 9단에게 각각 지면서 급제동이 걸렸다. 세계대회에서 한국 기사가 결승에 오르지 못한 것은 2000년 춘란배 이후 5년 만의 일이며, 한국이 주최하는 세계대회로는 1995년 동양증권배 이래 무려 10년 만이다. LG배에서는 대회 사상 처음 겪는 일.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믿을 맨’ 이창호 9단의 실족이다. 국수전 도전1국에서 후배 최철한 9단에게 한 판 진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만에서 열린 중환배에서 왕리청(王立誠) 9단에게 무너진 데 이어 위빈 9단에게조차 덜미가 잡힌 건 이해하기 어렵다. 1월 한 달 동안 4판을 둬 3판이나 지고 있다는 건 분명 이창호 9단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일시적인 슬럼프인가, 아니면 이창호 시대의 내리막을 예고하는 전조인가.

    좌상변 백진에 뛰어든 흑▲를 몽땅 잡자고 칼을 빼든 장면. 탈출이 여의치 않자 위빈 9단이 꼬리▲는 떼주겠다며 흑1로 타협안을 제시했을 때, 이때가 문제였다. 평소의 이창호 9단 같았으면 백A로 반쪽을 받아먹으며 계속해서 흑1 한 점을 내몰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이날은 장기인 방패술을 버리고 백2 이하 6을 몽땅 잡겠다며 창검술을 택했다. 그러나 흑13으로 덮어오자 오히려 백△넉 점이 곤란한 모습이 아닌가.

    백1 이하로 반격했으나 흑4로 키워 죽인 수가 좋았고, 결국 흑12에 이르러 가뿐히 살고 말았다. 가령 백1·3으로 잡으려 들면 흑4·6의 사석을 이용해 12까지 백 넉 점을 잡으며 사는 수가 있는 것이다. 201수 끝, 흑 불계승.
    이창호, 슬럼프인가 내리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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