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럼 날아 ‘흑 17’ 쏘았다

  • 입력2005-03-24 17: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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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처럼 날아 ‘흑 17’ 쏘았다

    최철한 9단과 박영훈 9단은 1985년생이다. 이들은 원성진 5단과 더불어 소띠 동갑내기로 일찍이 한국 바둑계를 이끌 ‘송아지 삼총사’로 불렸다. 아니나 다를까.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고, 일취월장한 이들은 이젠 ‘송아지’가 아니라 이창호 9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한우’로 성장했다. 특히 최철한 9단은 국내 타이틀전에서 철옹성을 자랑하던 이창호 9단을 연파해 ‘해결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창호 9단에 승승장구하며 파죽지세로 국내 3관왕에 오른 최철한 9단이지만 세계대회에서만큼은 아직 약한 면을 보여 ‘국내용’이라는 반갑지 않은 소리를 듣고 있다.
    이에 비하면 박영훈 9단은 국내보다는 국제무대에서 더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국내 대회에서는 무관이지만 지난해 후지쓰배와 중환배를 차지하면서 세계 대회 2관왕에 오른 바 있다. 두 기사가 단판승부가 아닌 번기로 치러지는 결승에서 조우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국내파와 국제파 간의 대결 결과는?
    최철한 9단의 기풍은 지독한 싸움바둑. 오죽하면 ‘독사’라는 별명이 다 붙었을까. 해서 그가 조지 포먼 같은 인파이터라면, 박영훈 9단은 무하마드 알리 같은 아웃복싱서다. 우변 대마 타개에 성공한 백이 좋은 흐름을 타고 있는 장면. 여기서 상변 흑의 타개가 이 바둑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데, 흑1에 백2로 몰아붙이자 마치 클린치하듯 흑3·5로 기댄 전법이 멋진 맥점이었다. 흑 의 되젖힘에 백1 이하로 반발하는 것은 흑6까지 백쫔를 잡으며 연결해가는 수가 있어 곤란하다.
    그래서 백6 이하로 응수했으나 흑11이 또 좋은 수였다. 계속해서 의 백1로 막고 싶지만 흑2로 끊겨 안 된다. 흑6으로 넘어가버리면 귀의 백만 미생이라 망한 꼴. 결국 흑은 15로 선수로 연결해갔고 요처인 흑17을 차지해 흐름을 반전시켰다. 261수 끝, 흑1집 반 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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