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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인간이고 여자랍니다”

“장애인도 인간이고 여자랍니다”

“장애인도 인간이고 여자랍니다”
박지주씨(33)의 휴대전화 통화 연결음은 신세대 가수의 트로트곡 ‘어머나’다. 박씨에게 전화를 걸자 경쾌하고 발랄한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더니 이내 더 밝은 목소리의 박씨가 전화를 받았다. 장애인이라면 으레 어둡고 소극적일 것이라는 편견을 유쾌하게 깨뜨리는 사람, ‘감히’ 장애인의 ‘성욕’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여자, 박씨다웠다.

박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앓은 결핵성 척수염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하지만 그의 활동력과 적극성은 웬만한 비장애인들을 뛰어넘는다. 2001년 장애인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는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는가 하면, 최근에는 장애인 언론 ‘에이블 뉴스’(www.ablenews.co.kr)를 통해 ‘장애 여성 누드’를 공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장애인 성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그는 특히 2004년 10월부터 12월까지 이어진 ‘장애인 성 향유를 위한 성 아카데미’를 통해 ‘장애인도 성생활을 즐길 권리가 있으며, 당연히 성을 향유해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웅변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장애 여성 누드를 실은 제 칼럼의 제목은 ‘장애 여성이기 이전에 성적 욕망을 가진 여자예요’였어요. 그런데 이 당연한 말에 세상 사람들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장애인은 ‘무성적(無性的) 존재’라는 편견이 너무 깊이 뿌리 박혀 있기 때문이죠. 그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서는 더 적극적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주도했던 성 아카데미에서는 장애인들이 앞에 나와 자신의 성적 경험을 털어놓고, 성인용품 사용법을 배우며, 함께 성에 관한 퍼포먼스를 벌이는 등 ‘파격적’인 내용으로 진행됐다. 비뇨기과 전문의 이윤수씨, 팍시러브넷 조항주 기획실장, 국립재활원 정효선씨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매회 참여해 이들의 시도에 힘을 보탰다.



장애인 교육권 문제, 이동권 문제 등 사회적 이슈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박씨가 최근 유독 ‘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사회활동을 하면 할수록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가장 첨예하게 일어나는 분야가 사적인 영역’이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

박씨는 “장애인들은 역설적이게도 가정에서 가장 큰 차별을 받는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이 ‘너는 장애인이니 이건 하면 안 돼, 저것도 안 돼’ 하면서 자신을 ‘비인간’으로 만들어버릴 때, 장애인들은 고민을 털어놓을 통로를 잃고 좌절하게 된다”며 “사람의 욕구는 모른 척한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그 지점을 부각시킴으로서 장애인도 인간이라는 사실,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박씨의 2005년 목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좀더 공론화할 수 있는 ‘장애인 성 문화센터’를 개소하는 것. 그래서 요즘 그는 ‘장애인 성적 권리 보장 기금’ 마련을 위해 동분서주 뛰어다니고 있다.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장애인, 비장애인들의 도움도 기다린다.

(후원 계좌 제일은행 328-20-113222 박지주)



주간동아 2005.01.11 468호 (p86~86)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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