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68

2005.01.11

박근혜, 심수봉 다음 콘서트엔 갈까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입력2005-01-05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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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심수봉 다음 콘서트엔 갈까
    “날지도 못하는 새야 무엇을 보았니. 인간에 영화가 덧없다 머물지 말고 날아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고 하늘에 산화한 저 넋이여. 몸은 비록 묻혔으나 나랄 위해 눈을 못 감고 무궁화 꽃으로….”

    자신의 히트곡 ‘무궁화’를 부르는 가수 심수봉의 눈은 반쯤 감겨 있었다. 애절한 목소리는 끊어질 듯 이어진다. 관객은 심수봉이 들려주는 비가(悲歌)에 정신을 잃고 빠져들었다. 심수봉 뒤에 걸린 큼지막한 스크린에는 박정희의 얼굴이 한동안 클로즈업됐다. 마치 영화 ‘실미도’의 스틸 사진을 연상시키는 흑백 사진이 스크린에 가득 차며 애잔한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김대중 전 대통령 등 다른 전직 대통령의 얼굴도 등장하지만, 이쯤에서 관객들은 노래 가사 속의 ‘무궁화’가 무슨 의미인지 감을 잡는 눈치다. 콘서트 분위기를 접한 박근혜 대표의 측근들은 “박근혜 대표가 꼭 갔어야 했는데…”라고 무릎을 친다. 박 대표와 심수봉의 만남이 결국 불발에 그친 데 대한 아쉬움이다.

    심수봉은 박 대표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는 서울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에서 12월28, 29일 이틀 동안 열린 단독 콘서트에 박 대표를 초청했다. 다른 정당의 대표도 초청했지만 유독 박 대표의 존재는 커 보인다. 심수봉이 콘서트에 박 대표를 부른 까닭은 25년 동안 그를 따라다녔던 그 운명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일 수 있다. 심수봉은 초청의 글에서 이런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글에서 과거의 모든 것을 훌훌 털어내는 희망의 출발을 얘기했다. 최근 10집 앨범을 내면서는 데뷔 앨범이 나온 1979년으로 돌아가 가수로서의 삶을 다시 한번 시작하겠다고 다짐했다. 박 대표는 심수봉의 이런 의지를 읽고 흔쾌히 콘서트 참석을 약속했다. 25년 전 그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씌어진 역사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은 박 대표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박근혜, 심수봉 다음 콘서트엔 갈까
    ‘그때 그 사건’으로 연결된 두 사람의 악연은 직접적이지 않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10·26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심수봉의 노래와 인생은 모두 특별한 운명의 굴레가 씌워진 것 아니겠느냐”고 박 대표의 한 측근은 평가한다. 심수봉은 최고 권력자의 술자리에 불려감으로써 음악과 삶이 송두리째 뒤엉켜버렸다. 심수봉은 “스스로 10·26이 내 청춘을 망가뜨렸다”고 술회한 적이 있다. 박 대표가 빚을 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배경이다.

    그때 그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를 기원하는 심수봉은 이 공연에 대해 상생과 화합의 마당이라는 ‘사회적’ 의미를 부여했다. 콘서트는 생각보다 정치적 색채를 강하게 띠었다. 심수봉은 민주당 한화갑 대표를 관객들에게 소개한 뒤 “정치란, 권력이란 참으로 무상하다”고 애드리브를 했다. 한 참석자는 “온갖 시련을 거친 후 거울 앞에 선 여인을 보는 느낌”이라고 소회를 피력했다. 공연을 마친 심수봉은 “박 대표가 오셨으면 더 좋은 공연이 됐을 텐데 아쉽다”고 말했다. 박 대표 측도 비슷한 태도다. 박 대표 측은 “다음 콘서트에는 꼭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진상규명이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요즘 박 대표와 심수봉의 회동 예정과 불발은 정치권의 작은 화젯거리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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