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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 공세에 ‘색깔’로 맞불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색깔’ 공세에 ‘색깔’로 맞불

‘색깔’ 공세에 ‘색깔’로 맞불

12월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상념에 잠긴 우리당 이철우 의원.

열린우리당(이하 우리당)과 한나라당이 또 붙었다. 이번에는 신(新)색깔논쟁이다. 싸움을 건 쪽은 한나라당이다. 우리당 이철우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의혹이 제기되자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간첩’ ‘암약’ 등 자극적인 용어를 동원, 색깔론의 뇌관을 건드렸다. 현직 국회의원이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보통 문제가 아니다. 그를 공천한 소속 정당은 물론 청와대에까지 불똥이 튈 수밖에 없다. 연말 정국 최대의 이슈로 등장한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안 통과도 거의 불가능한 상태로 빠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색깔 공세에 우리당도 기다렸다는 듯 역색깔론으로 맞섰다. “국보법 때문에 백주 대낮에 집권 여당 의원이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정면으로 치고 나온 것. 우리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한나라당의 상습적인 색깔론을 뿌리 뽑겠다”고 전의를 다진다.

색깔론으로 맞선 여야의 희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엇갈린다. 표면적으로 한나라당이 궁지에 몰리는 분위기다. 우선 언론과 여론이 색깔논쟁에 대해 부정적이다. 국보법 폐지안에 대한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간첩몰이’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당의 이미지를 ‘합리적 보수’로 바꾸려던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당내의 이견도 일사불란한 전선 형성의 저해 요소로 등장했다. 소장파 고진화 의원은 “영남 초선의원들이 앞장서서 간첩 발언을 한 것은 색깔론과 지역주의가 결합한 결과”라고 비판했다. 원희룡 의원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그는 “과거 노동당에 입당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신문의 내용을 곧바로 정치권으로 끌고 들어와 단정한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항상 그런 사람들’이라며 애써 무시하는 분위기지만 ‘민생을 챙기는 야당’ 등으로 환골탈태하려던 노력이 물거품 되는 분위기에 전전긍긍이다.

우리당은 이런 한나라당을 끝까지 몰아붙일 태세다. 우리당은 이번 사태를 ‘한나라당의 국회 간첩조작 사건’으로 규정했다. 색깔론에는 역색깔론으로 맞서겠다는 굳은 의지의 표현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의 ‘국회 간첩조작’을 계기로 고문·조작과 인권 말살의 국보법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은 오히려 국보법 폐지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우리당은 이번 일을 계기로 70~80년대 용공조작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겠다고 맞섰다. 이 작업이 추진된다면 한나라당으로서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핵심 저격수에 대한 공세도 늦추지 않았다. 주성영·박승환·김기현 의원의 의원직 제명과 형사 고발을 마다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표의 공식 사과도 요구했다. 이념 공방의 최종 승리자가 우리당임을 확인받기 위한 조치다.

우리당은 한나라당의 등원 여부와 상관없이 임시국회를 열어 4대 법안 등을 처리하는 쪽으로 의견을 정해놓고 여론을 떠보고 있다. 당초 ‘1보 후퇴’ 태도는 온데간데없다. 우리당의 이런 강경한 대응에 한나라당은 ‘간첩’ ‘암약’이란 표현을 취소했다.

그러나 우리당도 속으로는 꺼림칙하다. 이 의원의 전력에 대해 국민들이 갖는 불신과 의혹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이 의원 사건과 관련 사실 관계에 대한 객관적인 해명보다 법원 판결 내용을 아예 인정하지 않고, 고문과 조작으로 몰아붙인 부분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다. 또 판결문을 공개하며 이 의원에게 불리한 내용은 누락시킨 점도 누리꾼(네티즌)들의 비난을 부른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런 허점을 공격하기 위해 국정조사를 제의했다.

이번 사상 대전은 어느 한쪽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양날의 칼’이란 특징을 갖고 있다. ‘이철우’ 논쟁의 결과에 따라 4대 입법은 물론 2005년 신춘정국의 풍향까지 바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여야 지도부는 물러설 여지가 없다. 최근 여야는 이 색깔공방의 한편에 당의 정체성까지 포함시키며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의 무성한 색깔공방에 민생이 설 자리는 없다. 지켜보는 국민들의 가슴은 타 들어간다.



주간동아 465호 (p10~10)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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