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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 |‘한국인과 차’

한국의 ‘茶 주권’을 확보하자

한국의 ‘茶 주권’을 확보하자

한국의 ‘茶 주권’을 확보하자

정동주 지음/ 다른세상 펴냄/ 480쪽/ 3만원

중국이나 일본 여행 일정 중에는 차를 마시는 코스가 들어 있다. 차가 관광코스로서 한 자리를 당당히 꿰차고 있는 것이다. 중국과 일본은 세계의 녹차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불꽃 튀는 홍보전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웰빙(참살이) 바람이 원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차는 세계시장에서 얼마나 인정받고 있을까. 그리고 한국 차문화는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쯤 가고 있을까.

‘한국인과 차’에는 우리 고유의 차문화를 되살리고자 하는 저자의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저자는 조선시대와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우리의 차문화가 완전히 압살됐다며 안타까워한다. 중국과 일본의 차문화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는 뜨끔한 이야기다.

차는 차나무의 잎 한 가지로만 만든다. 그런데 음식이 지녀야 할 맛, 향기, 색깔 등에서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하나이면서 모든 것. 이것이 차의 미학적 근원이다. 이는 불교철학의 기틀인 연기사상(緣起思想)과 결합해 불교의 큰 미덕으로 자리잡는다.

“9세기 중엽에 중국에서 차 종자를 들여와 심었고 그때부터 한국에 차나무가 자라기 시작했다”는 ‘삼국사기’의 내용을 저자는 중화사대주의에 의한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 이전 기록과 흔적을 찾아보면 한국의 차문화는 풍성하게 이어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시대에는 차문화가 폭넓게 형성됐다. 차가 사찰과 승려는 물론 귀족과 무사 등 상류사회에서 생활화됐기 때문이다.

차문화는 유교가 정치이념으로 자리잡은 조선시대에 오면서 불교문화로 간주돼 모든 의식에서 배제되기 시작한다. 설과 추석 명절 때마다 차례를 지내지만 차례(茶禮)에서는 차가 빠지고 술이 올려진다. 그래서 차는 산으로 올라가 일반인들에게서 멀어져간다. 몇몇 관료나 선비들의 차 생활이 전해오지만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다. 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도전으로 비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를 건너오며 한국의 차문화는 암흑기를 맞는다. 일제는 식민통치 정책의 하나로 전남 보성군을 차나무 집단 재배지로 선정하고 ‘베니오마레’라는 인도산 차 종자를 수입해 심었다. 그리고 총독부는 지리산 일대의 한국 재래종 차나무를 뽑아 없애버리고 뽕나무 심기 정책을 통해 한국인의 정서를 변질시키고자 했다.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찻그릇에 대한 이야기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국보 다완(茶碗)과 국보급 명품 다구(茶具)들이 모두 조선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가야시대 토기부터 전통과 현대를 접목, 세계 최고의 찻그릇을 만들기 위해 땀 흘린 우리 시대 도공 9명에 대한 이야기도 상세히 실려 있다.

결론은 명쾌하다. 한국의 ‘차 주권’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차 농사는 우리의 미래산업으로서 농업을 살리는 새로운 희망이라고 강조한다. 피폐해져가는 농촌을 살리는 데 차만큼 좋은 농사가 없다는 이야기다. 질 좋은 차를 많이 생산, 해외로 수출하자는 것이다. 덧붙여 찻그릇과 온돌방, 황토 흙벽, 차실 등 ‘동다(東茶)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의 차문화를 적극 알릴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도 만들자고 한다.

“차에 대해 이야기하는 모든 것을 ‘차살림’이라 한다. 한국의 차살림은 시공을 초월, 우리의 역사 속에 자리잡고 있다. 삶의 조건이 변했지만 차는 건강한 정신과 삶을 선물한다. 중국과 일본보다 우수한 한국의 차를 그들은 오래 전부터 알았지만 정작 이 땅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그 가치를 잊고 있다.” 저자의 질타가 따갑다.

Tips

연기사상 삼라만상 중 홀로 존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서로 관계를 가지면서 존재한다고 하는 것이 연기사상이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모든 존재는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 인연을 맺고 또 조건에 따라 여러 가지로 변하며, 형상이 있어도 형상을 유지하는 조건 아래 있는 임시적인 것에 지나지 않으며 허망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주간동아 2004.12.16 464호 (p86~87)

  •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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