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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 정복 불가능 아닙니다”

“당뇨 정복 불가능 아닙니다”

“당뇨 정복 불가능 아닙니다”
“16년간 당뇨를 앓아온 내 딸이 완치될 수 있는 날이 곧 오리란 확신으로 걸었습니다.”

11월14일 세계 당뇨인의 날을 맞아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세계 당뇨인 걷기대회’가 열렸다. 이 행사를 후원한 노보 노디스크사 한국 지사 에릭 러츠 사장(48)은 실제 당뇨 환자의 아버지. 그는 “당뇨병 전문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을 안고 걸었다”고 말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덴마크공화국 코펜하겐에 본사를 두고 80년 이상 당뇨병 연구에 주력해온 회사. 현재 당뇨병 시장에서 선두 위치에 있다. 21년 전 노보 노디스크 남아프리카 지사의 영업사원으로 입사, 당뇨병 치료제 영업직을 두루 거친 러츠 사장은 입사 5년이 지난 무렵 한 살배기 딸 사스키아가 당뇨에 걸린 것을 알게 됐다.

러츠 사장은 그때부터 본인도 당뇨 환자의 삶에 편입됐다. 아내와 함께 갈증이나 빈뇨 같은 당뇨 증상을 늘 체크하고 식생활 패턴을 바꾸었다. 그는 “당뇨 환자들에게 식사 조절을 잘하라고 충고만 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고 주장한다. “당뇨 환자들이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주위 사람들도 동참해야 한다”는 것. 아울러 당뇨 환자 역시 자신의 질병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본인의 병을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게 그의 소신이다. “사스키아는 단 한 번도 당뇨를 인생의 장애물로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5살부터 인슐린 주사를 스스로 주사했는데, 친구들 앞에서 인슐린 주사를 하루 3차례 맞는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았죠.”

러츠 사장은 소아 당뇨 어린이들이 인슐린 주사 때문에 왕따당하는 한국의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질환을 부끄러워하는 상황에서는 당뇨를 제대로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1월14일의 ‘세계 당뇨인 걷기대회’를 노보 노디스크사가 후원한 이유도 일반인들의 당뇨병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자 하는 그의 조그만 바람에서 비롯됐다.



노보 노디스크사는 이번 행사는 물론, 해마다 세계 당뇨인의 날이면 전 세계의 모든 직원들이 당뇨병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거나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딸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당뇨는 철저히 관리만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날마다 인슐린 주사를 맞고 규칙적으로 혈당을 측정하다 보니, 오히려 자기 관리에 철저해지더군요. 한마디로 모범생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아이러니하지만 러츠 사장은 당뇨에서 유익한 점을 발견하고 있었다. 사스키아는 현재 학교 수영 클럽에서 활동하며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갖고 있다고 한다. 러츠 사장은 “앞으로 10년 안에 당뇨병이 완치되긴 어려울 것 같다”며 “그러나 환자들이 더 쉽고 더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슐린이나, 효과가 우수한 약물들이 개발되고 있는 만큼 희망을 잃을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실제 노보 노디스크는 당뇨병 환자에게 공포의 대상인 인슐린 주사 대신 흡입형 인슐린 치료제와 혈당을 낮추면서 식욕을 억제해 체중까지 조절해주는 약물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당뇨 환자의 아버지가 된 16년 전에 비해 요즘 나오는 당뇨병 치료약들은 매우 좋아졌습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겁니다. 그러나 가장 좋은 약은 환자 스스로의 치료 의지입니다. 한국 속담에 ‘그림의 떡’이라는 말이 있다지요. 좋은 환자가 있을 때만 좋은 약이 존재합니다.”

러츠 사장은 당뇨병 치료에서 ‘환자 스스로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이번 걷기대회 행사를 통해 노보 노디스크가 단지 약을 만들어 파는 회사가 아닌, 당뇨병의 정복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좋은 회사’로 인식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주간동아 2004.11.25 461호 (p92~92)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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