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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없이 강하게 큰 ‘원전 경쟁력’

울진 원전 5호기 준공, 전기 출력량 ‘세계 6위’ … 원전 건설 노하우 축적 선진국서 협조 요청

  • 울진=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소리 없이 강하게 큰 ‘원전 경쟁력’

소리 없이 강하게 큰 ‘원전 경쟁력’

울진 원전 전경. 맨 오른쪽이 곧 완공될 6호기이고 그 옆이 이번에 준공된 5호기이다.

11월2일 경북 울진군 북면 울진원자력본부에서 내용은 아주 중요하나 형식은 매우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울진 원전 5호기 준공식이었다. 이로써 한국은 19기의 원전을 가동해 독일(18기)을 제치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상업용 원자로를 가진 나라가 됐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에서 생산하는 전기 출력량은 독일보다 적어 한국의 랭킹은 여전히 ‘세계 6위’다.

이 행사가 조촐했다는 것은 참석 인사들의 면면에서 확인됐다. KSNP(Korea Standard Nuclear power Plant)로 불리는 한국 표준원전 최초 호기인 울진 3, 4호기의 준공식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성능이 좋아진 KSNP로 제작된 울진 5호기 준공식에는 조환익 산업자원부 차관이 테이프 커팅을 했다. 원전은 이제 국가 최고지도자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아도 되는 산업이 되었는가.

원전은 크게 원자로와 증기발생기·터빈·발전기로 나뉜다. 원자로는 장전한 핵연료가 핵분열을 일으켜 높은 열을 내게 하는 장치인데, 이 원자로 안으로 ‘1차 냉각수’라고 하는 물이 들어 있는 관이 들어간다. 주지하다시피 물은 1기압에서는 100℃에서 끓지만, 1기압보다 낮은 높은 곳에서는 100℃ 이하에서도 끓어 넘친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압을 수십에서 수백으로 올려버리면, 100℃가 넘어도 절대 끓지 않는다.

소리 없이 강하게 큰 ‘원전 경쟁력’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위)와 사용후 핵연료를 물에 담가둔 임시저수조. 두 곳 모두 자연방사선보다 약한 방사선이 나온다.

3·4호기보다 훨씬 좋아진 성능

끓는 물에서는 무거운 기차를 달리게 하는 강한 힘이 나오나(증기기관), 끓지 않는 물에서는 증기가 나오지 않는다.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는 1차 냉각수 관에는 155기압이라는 엄청난 압력이 가해진다. 때문에 이 물은 관 속을 매우 빨리 돌아가는데, 원자로 안을 통과할 때 열을 받아 온도가 310℃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높은 압력 때문에 끓지는 않고, 끓지 않으니 증기도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1차 냉각수 관은 원자로 밖으로 나와 증기발생기 안에 있는 대형 물통 안을 꼬불꼬불 통과한 뒤 다시 원자로 안으로 들어간다. 바로 이때 1차 냉각수 관은 물통 속의 물에 열을 뺏기게 되는데, 이렇게 전달되는 열이 워낙 많다보니 물통 속의 물은 ‘펄펄’ 끓으며 증기를 발생한다(그래서 증기발생기다). 이 증기를 좁은 관에 모아 물레방아처럼 생긴 터빈을 때려 회전시키면, 이와 함께 연결된 발전기가 돌아가면서 전기가 생산된다.

터빈을 때리고 난 증기는 반대편 관으로 흘러가는데, 이 관은 많은 바닷물이 흘러가도록 만든 구조물 속을 지나간다. 이때 바닷물은 증기가 흘러가는 관을 식혀주므로 관 속의 증기는 순식간에 물이 돼, 다시 증기발생기 안의 물통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1차 냉각수로부터 열을 받아 증기가 된 후 터빈을 돌리고 다시 바닷물로 식혀져 물이 되는 것을 반복하는 물을 ‘2차 냉각수’라고 한다.

소리 없이 강하게 큰 ‘원전 경쟁력’

사용후 핵연료 임시 저수조 옆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촬영하는 IAEA의 사찰 카메라. 작업을 끝낸 근로자가 피폭된 방사선을 측정하고 있다(위부터).

이것이 원자력발전의 원리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1차 냉각수 관이다. 고온 고압의 물이 흐르는 이 관은 여간 단단하지 않으면 뜨거운 물과의 마찰로 인해 뚫리고 만다. 또 1차 냉각수는 원자로 안으로 들어가는 물이라 방사능에 오염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러한 물이 누설되면 원전은 자동으로 정지되고, 방사능을 측정하는 등 여러 안전 조치가 뒤따른다. 이어 1차 냉각수가 누설된 곳을 찾아내 떼운 뒤 이상이 없다고 판단돼야 원전은 재가동에 들어간다.

울진 5호기는 국내 최초로 1차 냉각수가 흐르는 관을 ‘인코넬 690’으로 만든 원전이다. 인코넬은 니켈에 크롬 철 티탄 등을 더해 만든 합금으로, 내부식성과 내열성이 매우 강하다. 울진 3·4호기에서는 인코넬 600이 사용됐으나, 울진 5호기에서는 그보다 우수한 인코넬 690을 사용한 것. 이러한 식으로 한국은 KSNP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오고 있다. 머잖아 한국은 100만kW인 울진 5호기보다 출력을 40% 올린 APR-1400이라고 하는 140만kW 원전의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다.

‘국민 불신’ 뛰지도 못하는 상황

많은 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한국은 세계적인 원전 강국이다. 물론 세계 최고의 원전 대국은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이지만, 프랑스를 제외한 세 나라는 지난 10여년간 원전을 거의 짓지 않아 솜씨가 녹슬었다. 반면 한국과 일본은 미국 등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해 원전 개발을 시작한 후발국이지만, 계속해서 원전을 지어왔기 때문에 이제는 가장 경쟁력 있는 원전 생산 국가가 되었다.

1978년 한국이 고리 1호기를 준공할 때만 해도 원전 수명은 30년이라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러나 가동 26년째를 맞고 있는 고리 1호기의 수명은 40년으로 늘어날 전망인데, 부품을 제때에 교체해주면 60년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한국의 원전 기술이 발전하다 보니 미국 등 원천 기술 보유국이 오히려 한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계 회사들이 함께 세계 시장에 진출하자는 제의가 답지하는 것.

79년 드리마일 섬 원전 사고 이후 원전 건설을 중단한 미국은 최근 고유가 상황이 계속되자 원전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 등 개발도상국도 원전 건설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1세기 새롭게 일고 있는 원전 건설 붐에 가장 쉽게 편승할 수 있는 나라가 한국과 일본인데 불행히도 한국의 내부 사정은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방사성폐기물 처분장(방폐장) 후보지 선정을 비롯한 주요 원전 정책이 답보하고 있는 것이다.

울진 원전의 중저준위 폐기물 임시저장고는 꽉 차 있었다.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한 수조도 여유가 없어 보였다.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곳을 위험 지역으로 믿고 있지만, 자연방사선 정도의 방사선만 나오기 때문에 여러 기술자들은 묵묵히 제 일을 하고 있었다. 폐기물에 가장 가까이 접근해 일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그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이를 부인하고 있는 셈이다.

한 관계자는 “방폐장이 위험한지 아닌지의 여부는 일본의 롯카쇼무라를 보면 알 수 있는 것 아니냐. 일본은 10여년 전 그곳에 방폐장을 지었고 내년에는 같은 곳에 재처리 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방폐장이 위험하다면 일본이 그 일을 했겠는가. 라이벌인 일본은 날고 있는데, 일본만큼이나 큰 날개를 갖고 있는 우리는 ‘국민 불신’이라는 족쇄에 걸려 날기는커녕 뛰지도 못하고 있다. 이 문제를 풀려면 국가지도자를 비롯한 사회 지도층이 큰 결정을 내려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460호 (p40~41)

울진=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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